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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교산&그너머 <687> 영동 월류봉

달님도 반해 머물렀다는… 그 비경에 눈멀다

4㎞ 안팎 아주 짧은 원점회귀 코스

흔치 않은 풍광 여유롭게 즐길 수 있어

능선서 바라본 한반도지형 언덕 이색

초강천 건너갈 땐 한여름 더위 사라져

우암 송시열 유허비 등 문화재 즐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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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 영동군 황간면은 옛날부터 한양을 오가던 길손들이 추풍령을 넘기 직전 숨을 고르며 잠시 머무르던 곳이다. 또한 영남에서 한양으로 가던 사람들도 문경새재를 넘지 않으면 추풍령을 넘었는데, 고개를 힘겹게 넘은 후 이마의 땀을 훔치며 쉬어 가기도 했다. 현대에 와서도 경부선 철도와 경부고속도로의 주요 경유지로서 교통의 요지 역할을 하고 있다.

   
'근교산&그 너머' 취재팀 이창우 산행대장이 충북 영동군 황간면의 명산인 월류봉 산행 들머리에서 등산화를 벗고 초강천을 건너고 있다. 왼쪽에 보이는 정자는 월류정이고 능선의 봉우리는 왼쪽부터 1봉, 2봉, 3봉이다.
이 고장에서 쉬어 간 것이 어디 사람뿐일까. 황간에는 그 빼어난 경치에 반해 달마저 머물렀다가 간다는 산이 있으니, 그 산이 바로 원촌리 초강천 변에 솟은 월류봉(月留峰·365m)이다. 백두대간 줄기 삼도봉 아래 물한계곡에서 발원한 물줄기가 흘러내리다 금강 본류로 스며들기 전에 이루는 하천이 초강천인데 이 물줄기가 S자 모양으로 굽이치는 곳에 월류봉이 솟아 있다. 월류봉에 오르면 한반도 지형의 특이한 언덕을 감상할 수 있다. 마치 강원도 영월 한반도 지형 마을과 흡사한 분위기다. 그 이름에서부터 운치의 극치를 이루는 듯한 월류봉 아래에서 초강천 물줄기와 어우러진 5개의 올록볼록한 봉우리를 바라보노라면 한 폭의 동양화가 따로 없다. 이런 풍광을 보고 달마저 멈춘다는데 하물며 사람이야 말해 무엇하랴.

월류봉은 수려한 경관과 조선조 학자이자 정치가인 우암 송시열 선생이 머무르며 강학을 했던 역사적 의미까지 더해져 '충북 자연환경명소'로 지정된 곳이다. 초강천은 물이 무척 차갑다는 이유로 조선시대땐 '한천(寒川)'으로 불렸으며 우암 송시열은 '한천8경'을 정해 그 아름다움을 노래했다. 월류봉은 한천8경의 제1경이기도 하다. 그러나 그동안 근교산 시리즈에서는 이 산 소개를 빠트려 놓고 있었다. 그림 같은 풍광이 매력적이긴 하지만 4.5㎞가량에 불과한 산행코스의 거리가 너무 짧아 개척산행 위주의 시리즈 취지와 거리감이 없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유난히 더운 올여름 기꺼이 월류봉 소개를 위해 답사에 나섰다. 비록 멋진 경치에 비해 산행 거리는 짧지만 들머리와 날머리에서 등산화를 벗고 초강천 물줄기를 건너는 시원함을 맛볼 수 있는 매력이 있기 때문이다. 여름 산행은 때로는 짧고 굵으면서도 시원하게 즐기는 것도 좋다.

   
GPX & GTM 파일 / 고도표 jpg파일
전체 산행은 영동군 황간면 원촌리 월류봉 주차장을 기점으로 하는 원점회귀 코스로 진행된다. 주차장~드라마 해신 촬영지 안내판~초강천 도하~폐광산~산신각~(큰)폐광산~전망대~상봉(5봉)~4봉~3봉~2봉~월류봉(1봉)~갈림길~초강천 도하~한천정사~주차장 순. 총거리 4.5㎞에 순수하게 걷는 시간만 2시간40분, 휴식 등을 포함해도 3시간30분이면 충분히 산행을 마무리할 수 있는 초미니 코스다.

출발지인 주차장에서 초강천 건너 깎아지른 절벽 위 능선에 솟은 5개 봉우리를 바라보면 "절경이네"라는 감탄사가 절로 터져 나온다. 부드럽게 휘감아 도는 초강천 줄기를 따라 송곳처럼 날카롭게 솟은 5개의 봉우리가 부채처럼 펼쳐져 있다. 월류봉(1봉)에서 초강천을 향해 뻗어내린 능선 끝에 세워진 월류정(月留亭)의 운치 또한 그만이다. 포장로를 타고 오른쪽으로 200m쯤 가면 '1박2일 촬영지' 안내판을 지나 드라마 '해신 촬영지' 안내판을 만난다. 이곳에서 초강천 물줄기 쪽으로 내려선다. 다슬기(영동에서는 올갱이라 부름)를 잡던 마을 주민이 "원래는 징검다리가 있었는데 어느 땐가 폭우에 떠내려 가버렸소. 등산화 벗고 건너가 보오. 모두들 그렇게 하거든"이라며 "관청에서 제대로 된 다리를 만들어 주면 좋을텐데"라며 푸념 섞인 조언을 해 준다.

강바닥이 조금 미끄럽지만 조심만 한다면 충분히 건널 만하다. 스포츠샌들을 미리 준비하면 좋을 듯하다. 무릎 위까지 적시는 차디찬 물줄기에 뼛속까지 시원해지는 느낌이다.

   
일제강점기 일본인들이 파헤쳤던 월류봉 금광의 입구.
강을 건너면 왼쪽으로 월류정이 가깝게 보인다. 짧은 코스라 정자에 올라 한껏 쉬었다 가도 좋겠다. 강을 건너온 지점에서 월류봉 봉우리를 봤을 때 1시 방향으로 백사장을 가로질러 간다. 모래밭이기 때문에 길 표시는 따로 없다. 초강천을 오른편에 끼고 백사장을 따라 200m쯤 가면 자연스럽게 산길과 연결된다. 곧이어 오른쪽에 폐광산의 흔적이 있다. 월류봉은 일제강점기인 1920년대부터 일본인들이 금 은을 캐내기 위해 곳곳에 굴을 뚫고 파헤친 곳이 여럿 남아 있다. 일제시대부터 존재했던 광산이 영업을 중단한 것은 해방되고도 한참 지난 1980년대 후반이었다고 한다. 금과 은의 매장량이 적지 않았던 듯하다.

1분쯤 가면 작은 산신각이 있다. 절벽과 바위 투성이 산이지만 완만하게 휘어지는 등산로가 의외로 유순하다. 오른쪽으로는 깎아지른 절벽 아래로 초강천이 유려한 곡선을 그리고 있다. 잇따라 폐광산 굴이 나타나는데 세 번째 광산 굴은 입구 크기만 높이 10m 너비 3m에 달할 정도로 상당한 규모를 갖고 있다. 20m 정도 들어가 보지만 그 이상의 깊이는 측정하기 힘들다. 세 번째 광산 굴을 지나고 나면 길이 갑자기 가팔라진다. 월류봉 연봉 중 5봉으로 오르는 길이다.

코가 땅에 닿을 만큼 가파른 길을 15분가량 오르면 왼쪽이 탁 트이는 전망대. 작은 돌탑 뒤로 1봉부터 4봉까지 이어지는 능선이 펼쳐진다. 전망대에서 살짝 올라서면 5봉 정상. '상봉'이라는 별칭도 갖고 있는 5봉은 해발 405m로 5개 연봉 가운데 가장 높다. 주변 산세가 훤하게 드러나는 5봉 정상에서는 좌우로 길이 갈라진다. 오른쪽 내리막은 노근리 또는 우촌리 소내마을 방향으로 내려가는 능선을 따르는 길이지만 가야 할 방향은 왼쪽이다. 곧바로 내리막을 탄다. 이때부터 4봉을 지나 월류봉 정상으로 대우받는 1봉까지는 쉬엄쉬엄 가도 40분 정도면 닿을 수 있다. 오르락내리락을 반복하지만 표고차가 크지 않아 힘들지 않다.

왼쪽 아래 초강천 너머로 강원도 영월의 한반도 지형 마을 못지않은 우리 땅 모양의 언덕이 펼쳐지는데 3봉과 2봉, 1봉에서 제대로 감상할 수 있다. 5개의 연봉을 넘어가는 동안에 능선의 바위 색이 짙은 갈색 또는 붉은색이라는 점을 알게 된다. 광산이 있었던 산이라는 사실과 묘하게 오버랩되는 부분이다.

   
월류봉 산행 막판 다시 하천을 건넌다. 사군봉이 보인다.
월류봉 정상인 1봉은 사실 산 아래 월류정 앞 주차장에서 봤을 때는 가장 높아 보이는데 실제로는 가장 낮다. 해발 365m밖에 안 된다. 하지만 주변 풍광만큼은 낮은 고도가 무색할 정도로 장엄하다. 우선 절벽 아래 월류정 앞을 지나 한반도 지형 언덕까지 휘돌아가는 초강천 물줄기가 눈에 들어온다. 또한 북동쪽으로 주행봉과 한성봉(포성봉)이 이어지는 백화산맥 능선, 그 아래 석천과 초강천의 합수 지점 등을 바라보면 달이 이 곳에서 달이 머물렀다 갈 수밖에 없는 이유를 분명히 알게 된다. 동쪽 멀리 흐르는 백두대간 줄기를 한동안 바라보다 하산길에 나선다.

월류봉 정상에서 동남쪽 완만한 능선을 타고 8분쯤 가면 갈림길이다. 여기서 오른쪽 길은 하천을 건너지 않고 월류교와 원촌교를 거쳐 돌아오는 길이고 왼쪽 길은 초강천을 다시 건너야 하는 자름길이다. 초강천 물 깊이를 알고 있는 취재팀은 왼쪽 길을 택한다. 만약 산행 당일에 비가 내리거나 전날 폭우가 쏟아졌다면 초강천을 건널 수 없다. 8분이면 어느새 초강천 물가에 닿는다. 다시 한 번 등산화를 벗고 도하를 감행한다. 역시 무릎 위까지 차오르는 깊이다. 산행 초반의 도하 때보다 몇 배나 시원한 것은 당연한 일. 물을 건너 젖은 발을 말리며 잠시 휴식을 취한 후 곧바로 기미정 앞까지 간다. 10분쯤 걸린다. 기미정 주변에 우암 송시열이 후학들에게 강의했던 것을 기념해 후대에 지역 유림에서 건립한 한천정사와 우암 송선생 유허비가 있다.


◆ 떠나기 전에

- 수려함 빛나는 '한천8경' 중 월류봉이 제1경

   
충북 영동 월류봉 능선에 오르면 금강 상류인 초강천이 휘돌아가는 한반도지형 언덕이 내려다 보인다.
금강 상류의 한 줄기인 초강천이 굽이쳐 흐르는 충북 영동군 황간면 일대는 산수가 그윽한 멋을 자랑하는 고장이다. 그 중 여덟 경승지를 꼽아 '한천8경(寒川八景)'이라 부른다. 월류봉, 화헌악, 용연동, 산양벽, 청학굴, 법존암, 사군봉, 냉천정을 일컫는데 우암 송시열(1607~1689)의 사랑을 받았다고 한다.

그중에서도 한천8경의 제1경인 월류봉이 단연 으뜸이다. 그런데 제2경인 화헌악도 사실은 월류봉의 다른 표현이다. 봄꽃 또는 가을 단풍으로 수놓아진 월류봉을 화헌악이라는 이름으로 불렀다. 제3경인 용연동(또는 용연대)은 월류봉 아래 정자인 월류정 앞 깊은 소(沼)를 일컫는데 그 외에도 산양벽 청학굴 등이 모두 월류봉과 관계가 깊다. 한반도 지형 모양의 언덕에 있는 법존암까지 포함하면 한천8경 대부분이 월류봉 주변에 포진하고 있는 셈이다.

그런데 월류정이라는 정자는 그렇게 오래 된 것이 아니다. 2006년에 건립됐으니 불과 5년밖에 되지 않은 셈인데 비록 인공적인 시설이긴 하지만 주변 풍광과 절묘하게 어우러져 특유의 멋을 풍긴다. 월류봉 주차장에서 20분만 가면 노근리 양민 학살사건으로 유명한 노근리가 있다. 시간이 날 경우 둘러봐도 괜찮겠다.


◆ 교통편

- 경부고속도로 황간IC에서 내리면 5분내 도착

부산역에서 황간역까지 경부선 무궁화호를 이용한다. 새벽 5시10분과 오전 11시30분 등 하루 5차례 운행한다. 2시간40분 소요. 1만2900원. 열차 편수가 너무 적어 불편하다면 영동역까지 가서 다시 황간행 버스를 타도 된다. 영동까지 가는 열차는 새벽 5시10분부터 무궁화호와 새마을호가 수시로 있다. 30분~1시간 간격. 무궁화호 2시간55분 소요, 1만3800원. 새마을호 2시간30분 소요, 2만4000원. 황간역에서 월류봉까지는 걸어서 30분, 택시를 이용하면 5분 내에 도착할 수 있다. 황간역에서 부산역까지 가는 무궁화호 열차는 오후 4시2분과 9시32분에 있다.

자가용을 이용할 경우 경부고속도로 황간IC에서 내려 황간삼거리에서 국도 4호선을 타고 김천 방면으로 우회전한 후, 마산삼거리에서 백화산 방면으로 좌회전한다. 월류교를 건너 삼거리에서 좌회전(901번 지방도) 한 후 원촌교를 건너면 다시 삼거리를 만나는데 왼쪽으로 300m만 가면 월류봉 표지판이 있다. 좌회전해 200m만 가면 주차장에 닿는다. 2시간40분 소요.

문의=국제신문 주말레저팀 (051)500-5169 이창우 산행대장 011-563-0254 (http://yaho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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