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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옴부즈맨 칼럼] 전자발찌 집중보도, 성폭력 발생의 근본까지 짚었어야 /주경미

1000건 중 5.7건만 처벌받는 현실이 성폭력 문제 해결의 가장 큰 걸림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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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입력 : 2010-10-26 20:46:30
  •  |  본지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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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들어 일본의 여성 대상 프로그램 중에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이 '핑크리본' 이다. 핑크리본은 유방암 예방과 조기진단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으로 일본에서 인기가 대단한 것 같다. 한국과 달리 일본에서는 왜 이렇게 유방암에 대한 관심이 높은지 궁금해 일본에 체류 중인 한국인 교수에게 메일로 물었다. 장문의 답신을 받았는데 요지는 이랬다. 후진국일수록 여성이 차별받고 의료혜택을 받지 못하므로 피해자가 분명하다. 하지만 선진국일수록 그렇지 않아서 여성의 평균수명이 남성보다 길고, 여성도 의료발전의 혜택을 충분히 누리므로 건강하지 못하면 일을 그만두어야 하는 개인문제로 여기게 된다. 게다가 선진국일수록 가족해체 문제가 심각한데 전통적 형태의 가족이 해체되면 여성은 생계를 책임져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건강이 필수인데 여성 생계책임자의 소득수준이 낮고 장시간 근로에 스트레스까지 겹치면 건강을 해칠 우려가 높아진다. 일본의 여성단체에서 핑크리본 캠페인을 벌이는 것도, 일본 여성들의 호응이 큰 것도 이런 사회문화적 배경과 무관하지 않은 것 같다.

편지를 통해 앞으로 한국에서도 일본의 핑크리본과 같은 여성건강 프로그램에 대한 관심이 점차 늘어날 것으로 짐작됐다. 10월 들어 건강면 왼쪽 상단에 핑크리본 마크가 들어간 '유방암을 이기자' 기사가 3회에 걸쳐 실렸다. 미래의 사회적 수요를 예감케 하는 반가운 기사였다. 7일자 10면에 실린 '의료보호대상자 휴일엔 아파도 참아야!' 기사는 사회적 약자에 대한 의료지원체계의 불합리한 점을 잘 지적했고, 휴일에 문 여는 동네의원을 늘리고 진료 의뢰서 제출 면제대상을 확대해야 한다는 대안까지 제시해 좋았다.

11일 저녁 성폭력 전과자 박아무개 씨가 부산역에서 전자발찌를 끊고 도주해 사흘 뒤인 14일 새벽 대구에서 검거된 사건이 있었다. 도주 사건 발생 직후부터 열흘 동안 전자발찌 감시체계가 허술하게 관리되고, 도주 등의 사건이 발생하면 초동대처가 힘든 구조적 문제를 집중적으로 다뤘다. 날카로운 도구로 전자발찌를 쉽게 끊을 수 있다는 것, 법무부 단독관리로 인해 도주 사건이 발생하기 전까지 경찰은 관할 지역 내에 전자발찌를 부착한 사람이 있는지, 누가 어떤 전과로 부착했는지 등에 대해 아무런 정보가 없다는 것, 법무부 보호관찰관은 수사권이 없기 때문에 경찰의 협조 없이는 도주 시 휴대전화 위치추적을 할 수 없다는 것, 보호관찰관과 경찰은 전자발찌 부착자에 대해 평소 정보교류나 공동대처에 대한 준비가 없다가 문제가 발생하면 그때부터 긴박하고 긴밀하게 공조해야 하는데 이것이 쉽지 않아 조기대응에 한계가 있다는 것 등이 7회 정도 실렸다. 아쉬운 점은 전자발찌가 성폭력 재발방지 효과가 있다고 할지라도 전반적인 성범죄 예방효과는 미미하다는 점까지 짚었더라면 하는 점이다.

올해 한국성폭력상담소의 나눔터 자료에 따르면 성폭력 고소율은 7%, 고소된 사건 중 재판 회부율은 40%, 이 중 실형판결률은 20%이다. 1000건 가운데 실제로 처벌받는 것은 5.7건에 불과하다는 의미이다. 전자발찌는 성폭력 범죄로 2회 이상 실형을 선고받아 형기 합계가 3년 이상인 자가 집행을 종료하거나 또는 집행이 면제된 후 5년 이내에 성폭력 범죄를 저지른 때에 한해서 검사가 법원에 부착을 청구하는 경우에 이루어진다. 성폭력 범죄자에 대한 처벌률이 이처럼 낮은 가운데 전자발찌 부착까지 명령받은 성범죄 전과자는 극소수에 불과하다. 이왕 도입된 전자발찌제가 철저히 관리되는 것도 중요하지만 전자발찌로 방지할 수 있는 성범죄가 제한적이며, 무엇보다 성범죄가 처벌될 확률이 매우 낮다는 인식이 성폭력 문제해결의 가장 큰 걸림돌이라는 점까지 짚어주지 못한 것이 아쉬웠다.

10월 들어 지면에도 가을이 깃들기 시작했다. 8일자 26면 뷰파인더 영상에세이는 지면 가득 코스모스가 여유롭게 넘실댔다. 18일과 19일 갈맷길 축제 관련 소식은 걷기 좋은 계절이 왔음을 알려주었다. 하지만 책 읽기 좋은 계절에 신간 소개는 이전보다 뜸해졌다. 좋은 책을 소개하는 지면도 풍성해졌으면 한다.
부산여성가족개발원 여성가족연구부장

※사외 필자의 견해는 본지의 제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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