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부산메디클럽

[국제칼럼] 대기업의 이름값 /박희봉

사회성 결여 기업, 존재가치 있겠나

슈퍼·학원 잠식, 자본전횡 막아야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골드만삭스가 한때 대선주조 인수전에 뛰어든다는 소식에 깜짝 놀랐다. 세상에, 골드만삭스라니. 골드만삭스가 어떤 회사인가. 월스트리트 최고의 투자은행, 미국 정·재계에 인재를 공급하는 인재 사관학교, 임직원 평균 연봉 6만 달러, 매출 450억 달러에 순익 133억 달러. 게다가 브릭스(BRICs) 등 신조어를 양산하며 세계경제의 흐름을 주도하는 회사. 그런 대단한 회사가 고작해야 부산의 소주업체 인수전에 나선다니 의아할밖에.

재무적 투자자라…. 말하자면 회사의 미래엔 관심도 없고 이익만 챙기겠다는 이야기 아니겠는가. 전례가 없는 것도 아니다. 롯데가의 모모 씨는 이 회사를 헐값에 사들인 뒤 거액을 챙겨 먹튀 논란을 빚기도 했으니 말이다. 향토기업 잘되라고 공장땅을 마련해 줬더니 그 이익을 외지인이 먹고 말았으니 부산사람의 분노가 치솟는 건 당연지사다.

이런 야단법석의 과정에서 시장점유율은 날개 없는 추락을 맛봐야 했다. 사회성을 잃은 기업이 어떻게 시장의 외면을 받는지 이 사례는 똑똑히 보여 주었다. 가치추락에도 불구하고 재무적 투자자가 나선 걸 보면 아직 빼먹을 단물이 남았다는 이야기인 셈. 하기야 도심의 본사 땅은 알짜이니 부엉이라도 셈을 할 수 있을 듯하다. 그나마 골드만삭스가 중도하차한 것은 다행이다. 사람, 돈, 이름 중에 이름이 가장 중요하다는 그들의 경영원칙으로 봐도 그렇다.

골드만삭스가 이름에 최고의 가치를 두는 것은 곧 기업의 품격이 얼마나 중요하냐를 보여준다. 이익 창출이 기업의 생존에 긴요하지만 그것도 정도 나름이다. 기업을 성장시키는 건 8할이 사회이니 사회에서 유리된 기업은 상상할 수도 없다. 한데 아직도 기업을 사유화하고 이윤 극대화에만 몰두하는 구시대 유물들이 허다한 게 현실이다.

현시대 우리 사회의 많은 문제가 기업으로부터 비롯된다고 하면 과언일까. '최소 비용, 최대 이윤'에 대한 맹목적 추구는 결국 인건비 착취의 악순환을 낳았다. 대기업의 성장은 새로운 시장의 창출보다는 하청기업을 쥐어짜는 원가절감으로 이뤄졌다. 기업 내부적으로는 비정규직의 양산을 불렀다. 인건비 절감을 이유로 노동가치를 추락시켰다. 불안정하고 질 낮은 일자리는 '노동의 유연성'이 아니라 '자본의 광폭성'만 키웠을 뿐이다.

물론 이뿐만이 아니다. 국정감사에서 드러났듯이 기업형 슈퍼마켓(SSM)에 대한 규제 법안이 추진되자 대기업들은 마구잡이로 SSM을 확장시켰다. 지난 4월 이후 모두 111개의 SSM이 추가로 들어서 집계된 것만 800개가 넘는다고 하니 대기업들은 염치도 체면도 없다.

최근에는 부산의 사교육 시장까지 잠식하고 있다고 한다. 학원도 엄연히 서비스업이고 보면 대기업이 뛰어든다고 문제 될 게 있느냐고 반문할지도 모른다. 하나, 정규 교육도 아니고 국가적 난제인 사교육을 부추기는 일에 대기업이 앞장서는 것은 그악스럽다. 대형마트와 SSM으로 재래시장과 골목상권을 초토화하는 것도 모자라 시시콜콜한 중소자본의 영역까지 넘보아서는 대기업 이름이 아깝다.

이쯤에서 우리는 대자본의 광폭성을 제어할 방안에 대해 생각해 봐야 한다. 대기업이라면 세계로 나아가 경쟁해야지 골목대장 노릇이나 해서야 되겠는가. 가뜩이나 대기업이 손을 대지 않는 영역이 없을 지경인데 이대로 가다간 중소 자본의 시장참여가 아예 봉쇄되고 만다. 직장은 비정규직이 넘쳐나고 장사를 하려 해도 대기업 때문에 포기해야 한다면 국민들은 무얼 해서 생계를 유지할 것인가.

세계 최고의 갑부 중 한 사람인 워런 버핏은 자신의 성공비결을 묻자 이렇게 대답했다. "나는 눈사람을 굴릴 긴 언덕을 찾았을 뿐이다." 빌 게이츠나 스티브 잡스도 그런 긴 언덕을 찾아낸 사람들이다. 말하자면 미래의 시장을 만든 개척자들인 셈이다. 그들은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 기업을 성장시켰지만 그 이익을 사유화하지 않았다.

이들에게서 보듯 기업은 개인의 소유물이 아니라 어디까지나 사회에 속한 것이다. 개인의 이익에 집착하고 사회성이 배제된 기업은 존재가치를 인정받기 어려우며 또한 오래 존속될 수도 없다. 기업인들의 각성과 함께 우리 사회의 기업에 대한 인식이 달라져야 할 때이다.


[국제신문 공식 페이스북] [국제신문 인스타그램]

 많이 본 뉴스RSS

  1. 1부산 아파트값 바다라인 ‘해·수·남(해운대·수영·남구)’이 뛴다
  2. 2전국 838개 학교 등교 연기…학부모 “불안해서 어쩌나”
  3. 3김영춘 국회 사무총장 임명 유력…민주당 부산시장 보선 구도 변화
  4. 4쿠팡발 확진 82명…작업장·모자·신발서도 코로나 나왔다
  5. 5“왜 마스크 안 써” 곳곳서 마찰, 폭행까지
  6. 6다 지어놓은 임랑 ‘박태준기념관’, 개장은 어느 세월에
  7. 7구포 가축시장 철거 보상두고 전·현직 상인회장 쌍방고소전
  8. 8롯데 핫코너(3루수) 수비 4년 중 최악…한동희 길어지는 성장통
  9. 9“부산 해양산업 미래, 4차 산업혁명에 답있다”
  10. 10여직원 성희롱 부산교통공사 간부 강등
  1. 1"포스트 코로나 대비 신남방정책 방향 함께 모색해야"
  2. 2북항 막개발 반대 시민모임 “북항 D3 건축허가 취소”···대규모 항의 집회 개최
  3. 3한국군 군사기밀 노린 해킹 시도 급증…지난해 9500여 회 침해 시도
  4. 4서구 송도해수욕장 명물 ‘송도용궁구름다리’ 복원
  5. 5문 대통령-양당 원내대표 회동…예정시간 훌쩍 넘겨 총 156분간
  6. 6부산진구, 지역사회 통합돌봄창구 본격 운영
  7. 7문재인 대통령 “국회 제때 열려 법안 처리되면 업어 드리겠다”
  8. 8코이카-굿네이버스 부울경본부, 지역 ODA사업 업무협약 체결
  9. 9여당 부산시의회 후반기 의장단 내달 29일 선출
  10. 10부산시의회 “공공의료 비중 최하위권”…국가 지원 촉구
  1. 1해양수산부- ‘해양오염 주범’ 양식장 스티로폼 부표, 2025년까지 제로화
  2. 2부산광역시- 부산 발전 50년 앞당길 ‘2030 월드엑스포’ 유치 활동 본궤도
  3. 3수협중앙회- 수산식품 가공·공급 시스템 개편…어민 부가가치 향상에 방점
  4. 4“친환경 선박기술, 자율운항선에 접목시켜 경쟁력 높여가야”
  5. 5자동차부품업계 5000억 특별보증…PK 주력산업 숨통 트이나
  6. 6정부 ‘포스트 코로나’ 지속 가능한 해양수산 생태계 만든다
  7. 7한국해양대학교- 온라인 학습·원격 취업 지원…비대면 해양특성화 교육의 메카
  8. 8부경대학교- 수산·보건의료·인문학 융복합연구…해양과학의 요람 힘찬 항해
  9. 9“선박관리회사 대형화 ·전문가 육성 땐 양질의 일자리 쏟아진다”
  10. 10금융·증시 동향
  1. 1부산서 보름 만에 확진자 발생…방글라데시 입국 50대
  2. 2국내 코로나19 신규 확진 79명…53일만에 최대
  3. 3해운대 고층 오피스텔 화재, 새벽에 주민 124명 긴급 대피해
  4. 4부산에도 마카롱택시 달린다... 부산개인택시조합과 업무협약
  5. 5부산경찰청 오거돈 전 부산시장에 구속영장 신청...강제추행 혐의
  6. 6음주운전하다 가드레일 ‘쾅’ … 30대 검거
  7. 7부산교통공사, 직원 성희롱한 간부 강등 징계
  8. 8부산·경남 레미콘 노사 협상 타결…운송비 인상 합의
  9. 9수도권 공공시설 2주간 폐쇄 “학생들 등교 수업 예정대로 진행”
  10. 10檢, 오거돈 전 시장 사전 구속영장 청구...영장실질심사 다음달 1일
  1. 1롯데 자이언츠 투수 이승헌 지난 25일 퇴원
  2. 2부산 아이파크, 30일 마수걸이 승리 사냥 나선다
  3. 3롯데 핫코너(3루수) 수비 4년 중 최악…한동희 길어지는 성장통
  4. 4부산시축구협회장배 동호인 대회 31일 개최
  5. 54사구 남발에 수비 집중력 부족... 롯데, 졸전 끝에 대패
  6. 6‘15년 롯데맨’ 배장호 은퇴
  7. 7불펜 수난 시대라 더 빛나는 거인 ‘철벽 삼총사’
  8. 8‘교체투입’ 백승호 분데스리가 2부서 첫 도움…소속팀 3-1 승리
  9. 928일 채리티오픈 개막…국내파 vs 해외파 2주 만의 재대결
  10. 10수비율 꼴찌(2019 시즌)서 1위로 뛴 롯데, 일등공신은 마차도
우리은행
21대 국회 대해부
PK 당선인의 ‘인생 입법’- 김두관·서병수 진심 인터뷰
21대 국회 대해부
PK 당선인의 ‘인생 입법’- 울산 경남 당선인 역점 법안
강동진 칼럼 [전체보기]
포구예찬
진정으로 변해가는 모두의 시간 되길
기고 [전체보기]
지역균형발전, 상향평준화의 길 /권오혁
재난의 비선형성, 미디어 그리고 감정 /임인재
기자수첩 [전체보기]
더이상 ‘오거돈’ 궁금하지 않다 /이승륜
‘동학개미’ 2030의 절박한 초상
김용석 칼럼 [전체보기]
초선 의원들은 잘할 수 있을까
히포크라테스의 거울
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전체보기]
공연예술 패러다임 바뀐다
단절은 또 다른 생성을 낳는다
뉴스와 현장 [전체보기]
장관 출신에게 관심을 /정옥재
수도권 일극체제와 관문공항 /송진영
도청도설 [전체보기]
온라인 영화제
‘문의 남자’ 귀환
문태준 칼럼 [전체보기]
빈자일등(貧者一燈)
우리는 서로의 환경이다
박상현의 끼니 [전체보기]
김치의 딜레마
광주의 상추튀김과 쌈
사설 [전체보기]
부산 해양산업, 4차 산업혁명 대비 지적 새겨들어야
양산 수돗물서도 다이옥산…정수시스템 문제 없나
이상이 칼럼 [전체보기]
‘기본소득’을 반대하는 이유
재난기본소득, 정명(正名) 아니다!
이수훈 칼럼 [전체보기]
코로나19와 한국의 중견국 외교
허황된 중국경사론
이은화의 미술여행 [전체보기]
뒷모습을 그린 화가
권력자 마음을 꿰뚫어 본 초상
이홍 칼럼 [전체보기]
코로나가 한국에 준 새로운 기회
코로나의 도전과 한국인의 응전
장재건 칼럼 [전체보기]
K방역의 힘 보여주는 건 이제부터다
여야 모두에 경고장 보낸 부산 민심
조영석의 음악이야기 [전체보기]
장미꽃과 하프와 5월
문득 찾아온 토마소 알비노니
최태호의 와인 한 잔 [전체보기]
와인의 숙성, 사회의 성숙
거리두기
특별기고 [전체보기]
‘도시국가’시대 市長의 역할 /정해문
‘코로나 19’ 반드시 이겨낼 것이다 /곽붕
황정수의 그림산책 [전체보기]
홍현주의 ‘소림모옥도’
무명 천재 화가의 화조 민화
  • 낙동강수필공모전
  • 2020 어린이 극지해양 아카데미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
스토리 박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