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국제칼럼] 대기업의 이름값 /박희봉

사회성 결여 기업, 존재가치 있겠나

슈퍼·학원 잠식, 자본전횡 막아야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골드만삭스가 한때 대선주조 인수전에 뛰어든다는 소식에 깜짝 놀랐다. 세상에, 골드만삭스라니. 골드만삭스가 어떤 회사인가. 월스트리트 최고의 투자은행, 미국 정·재계에 인재를 공급하는 인재 사관학교, 임직원 평균 연봉 6만 달러, 매출 450억 달러에 순익 133억 달러. 게다가 브릭스(BRICs) 등 신조어를 양산하며 세계경제의 흐름을 주도하는 회사. 그런 대단한 회사가 고작해야 부산의 소주업체 인수전에 나선다니 의아할밖에.

재무적 투자자라…. 말하자면 회사의 미래엔 관심도 없고 이익만 챙기겠다는 이야기 아니겠는가. 전례가 없는 것도 아니다. 롯데가의 모모 씨는 이 회사를 헐값에 사들인 뒤 거액을 챙겨 먹튀 논란을 빚기도 했으니 말이다. 향토기업 잘되라고 공장땅을 마련해 줬더니 그 이익을 외지인이 먹고 말았으니 부산사람의 분노가 치솟는 건 당연지사다.

이런 야단법석의 과정에서 시장점유율은 날개 없는 추락을 맛봐야 했다. 사회성을 잃은 기업이 어떻게 시장의 외면을 받는지 이 사례는 똑똑히 보여 주었다. 가치추락에도 불구하고 재무적 투자자가 나선 걸 보면 아직 빼먹을 단물이 남았다는 이야기인 셈. 하기야 도심의 본사 땅은 알짜이니 부엉이라도 셈을 할 수 있을 듯하다. 그나마 골드만삭스가 중도하차한 것은 다행이다. 사람, 돈, 이름 중에 이름이 가장 중요하다는 그들의 경영원칙으로 봐도 그렇다.

골드만삭스가 이름에 최고의 가치를 두는 것은 곧 기업의 품격이 얼마나 중요하냐를 보여준다. 이익 창출이 기업의 생존에 긴요하지만 그것도 정도 나름이다. 기업을 성장시키는 건 8할이 사회이니 사회에서 유리된 기업은 상상할 수도 없다. 한데 아직도 기업을 사유화하고 이윤 극대화에만 몰두하는 구시대 유물들이 허다한 게 현실이다.

현시대 우리 사회의 많은 문제가 기업으로부터 비롯된다고 하면 과언일까. '최소 비용, 최대 이윤'에 대한 맹목적 추구는 결국 인건비 착취의 악순환을 낳았다. 대기업의 성장은 새로운 시장의 창출보다는 하청기업을 쥐어짜는 원가절감으로 이뤄졌다. 기업 내부적으로는 비정규직의 양산을 불렀다. 인건비 절감을 이유로 노동가치를 추락시켰다. 불안정하고 질 낮은 일자리는 '노동의 유연성'이 아니라 '자본의 광폭성'만 키웠을 뿐이다.

물론 이뿐만이 아니다. 국정감사에서 드러났듯이 기업형 슈퍼마켓(SSM)에 대한 규제 법안이 추진되자 대기업들은 마구잡이로 SSM을 확장시켰다. 지난 4월 이후 모두 111개의 SSM이 추가로 들어서 집계된 것만 800개가 넘는다고 하니 대기업들은 염치도 체면도 없다.

최근에는 부산의 사교육 시장까지 잠식하고 있다고 한다. 학원도 엄연히 서비스업이고 보면 대기업이 뛰어든다고 문제 될 게 있느냐고 반문할지도 모른다. 하나, 정규 교육도 아니고 국가적 난제인 사교육을 부추기는 일에 대기업이 앞장서는 것은 그악스럽다. 대형마트와 SSM으로 재래시장과 골목상권을 초토화하는 것도 모자라 시시콜콜한 중소자본의 영역까지 넘보아서는 대기업 이름이 아깝다.

이쯤에서 우리는 대자본의 광폭성을 제어할 방안에 대해 생각해 봐야 한다. 대기업이라면 세계로 나아가 경쟁해야지 골목대장 노릇이나 해서야 되겠는가. 가뜩이나 대기업이 손을 대지 않는 영역이 없을 지경인데 이대로 가다간 중소 자본의 시장참여가 아예 봉쇄되고 만다. 직장은 비정규직이 넘쳐나고 장사를 하려 해도 대기업 때문에 포기해야 한다면 국민들은 무얼 해서 생계를 유지할 것인가.

세계 최고의 갑부 중 한 사람인 워런 버핏은 자신의 성공비결을 묻자 이렇게 대답했다. "나는 눈사람을 굴릴 긴 언덕을 찾았을 뿐이다." 빌 게이츠나 스티브 잡스도 그런 긴 언덕을 찾아낸 사람들이다. 말하자면 미래의 시장을 만든 개척자들인 셈이다. 그들은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 기업을 성장시켰지만 그 이익을 사유화하지 않았다.

이들에게서 보듯 기업은 개인의 소유물이 아니라 어디까지나 사회에 속한 것이다. 개인의 이익에 집착하고 사회성이 배제된 기업은 존재가치를 인정받기 어려우며 또한 오래 존속될 수도 없다. 기업인들의 각성과 함께 우리 사회의 기업에 대한 인식이 달라져야 할 때이다.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국힘 PK경선 ‘현역 불패’ 깨졌다
  2. 2“롯데 나균안 불륜” 아내 폭로…본인 해명에도 등 돌린 팬심
  3. 3[근교산&그너머] <1370> 강진 가우도 둘레길
  4. 4[속보] 부산 북구 갑을로 분구, '전재수 텃밭' 만덕1동은 북구을로
  5. 5“이번엔 피 안보나 했는데…동욱선배 출연에 흔들렸죠”
  6. 6[이원 기자의 Ent 프리즘] 세계가 주목한 한국계 감독의 힘…아카데미도 품을까
  7. 7‘노련한 신예’ 부산 수영 장예찬 勝 최대 이변…부산 연제 김희정 8년 만의 부활
  8. 8태블릿PC가 책, SNS가 대자보…대학가 ‘종이 종말시대’
  9. 9마쓰야마, 온천 몸 담그러 왔다가 문학의 향기에 흠뻑 젖었네
  10. 10우리 아기 딸? 아들? 이젠 32주 이전에도 태아 성별 알 수 있다
  1. 1국힘 PK경선 ‘현역 불패’ 깨졌다
  2. 2[속보] 부산 북구 갑을로 분구, '전재수 텃밭' 만덕1동은 북구을로
  3. 3‘노련한 신예’ 부산 수영 장예찬 勝 최대 이변…부산 연제 김희정 8년 만의 부활
  4. 4현역 컷오프? 전략공천? 與 서동 說說說에 속타는 주자들
  5. 5살아돌아온 김기현
  6. 6‘3자 경선’ 치른 동래, 김희곤·서지영 맞대결로
  7. 7설훈마저 민주 탈당…임종석은 “컷오프 재고 바란다”(종합)
  8. 8野, 부산 선거구 현행 유지 요구…29일 쌍특검 재표결 없다 통보도
  9. 9민주당 전 사상구의원 8명, 김부민 예비후보 지지 선언
  10. 10선거구 획정에 긴장 높아진 낙동강벨트, 만덕1동 이동 놓고 여야 신경전
  1. 1부산상의 의원 입후보자 쇄도…투표까지 갈라 ‘노심초사’
  2. 2블록체인특구 신규사업 ‘0’…부산, 실증사업 발굴 발등의 불
  3. 3올해 1월 부산지역 ‘준공 후 미분양’ 주택 급증
  4. 4“송월타올 교육영상 핫한 이유 있었네”
  5. 5“에어부산 분리매각 등 총선공약 넣어주세요”
  6. 6“자체 유통망으로 구포국수 전국 판매가 목표”
  7. 7부실채권 실전 투자노하우 공개합니다
  8. 8근로장려금 3월 1~15일 접수…오는 6월 말까지 지급
  9. 9품절대란 핸드백 '카디널 레드' 부산에서 만난다
  10. 10정부 "2월 소비자물가 상승률, 3%대로 다시 높아질 가능성"
  1. 1태블릿PC가 책, SNS가 대자보…대학가 ‘종이 종말시대’
  2. 2우리 아기 딸? 아들? 이젠 32주 이전에도 태아 성별 알 수 있다
  3. 3최대 100억 지원받는 교육발전특구…부산,울산,경남 8개 시·군 시범지역
  4. 4'자율형 공립고 2.0'에 부산장안고 경남고 등 40곳 지정
  5. 5부산의대 교수들 "전공의 겁박 중단을…정원 수요 재조사 연기" 성명
  6. 6양산시~부산 해운대 시외버스 3년 만에 운행 재개
  7. 7부산형 통합늘봄 새학기 가동…항만물류高·원자력高도 추진
  8. 8'동료 의원 모욕·폭행' 동래구의장 벌금 300만 원
  9. 9통영 외딴 섬 오곡도에 정기 운항 선박(섬나들이호) 취항
  10. 10혼수상태 겪기도…간병비·병원비 절실
  1. 1“롯데 나균안 불륜” 아내 폭로…본인 해명에도 등 돌린 팬심
  2. 2부산시체육회 회원종목단체 직무연수
  3. 3손흥민·이강인 황선홍호 승선할까
  4. 4이정후 빅리그 시범경기 첫 타석서 안타치고 첫 득점까지
  5. 5고진영 “올해 부상없이 행복하게 골프성과 내겠다”
  6. 67억달러 사나이 오타니, 다저스 유니폼 입고 홈런
  7. 7맨시티의 괴물 홀란, FA컵 16강전서 5골 폭발
  8. 8예비 1학년들이 일냈다, 동명대 축구의 기적
  9. 9한동희가 달라졌다, 2경기 연속 대포 쾅 쾅
  10. 10부산출신 레전드 수비수 기리며 유소년 축구열전
우리은행
2030 엑스포 백서…글로벌 허브로의 항해 계속
간사이 광역연합 상생의 엑스포…부울경도 함께 재도전을
2030 엑스포 백서…글로벌 허브로의 항해 계속
영도 트램, 서구 의료특구…원도심 ‘新성장동력 발굴’ 특명
강동진의 도시이야기 [전체보기]
부산 영도, 낭트의 낭트 섬을 보자
세계유산에 대한 오해 풀기
과학에세이 [전체보기]
과학기술 홀대의 슬픈 자화상
디지털 대전환을 맞이하는 교육자의 자세
국제칼럼 [전체보기]
생성형 AI시대와 저작권
‘지식 콘텐츠 챌린지’에 도전하기
기고 [전체보기]
유통산업발전법 개정 더 늦춰서는 안 돼
윤흥신 장군 동상 건립, 역사 정신 바로 세운 일
기자수첩 [전체보기]
영화의전당 대표 연임…소통 외치는 현장에 귀 기울여야
김해외국인노동자센터 예산삭감 재고를
김갑수의 생각 [전체보기]
이재명 대표께
꼰대세상
김석환의 이미 도착한 미래 [전체보기]
노무현이 옳았다
분노를 잃으면 ‘생성형 인공지능’도 답이 없다
김용석의 시사탐방 [전체보기]
신문은 살아 있고, 칼럼은 말을 건다
연례행사 노벨상에 유감 있다면
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전체보기]
원초적인 기층음악 민속악과 재즈
전통음악 교육 활성화를 기대하며
뉴스와 현장 [전체보기]
물 들어왔을 때 노 저어야
따뜻한 말의 힘, 사람의 마음이 된다
데스크시각 [전체보기]
가덕신공항과 박형준의 정치적 미래
도청도설 [전체보기]
축구 원팀과 임시감독
나훈아와 인생이모작
박상현의 끼니 [전체보기]
할머니의 곶감
아메카지와 부대찌개
사설 [전체보기]
‘부산 교육발전특구’ 인재 양성 새 틀 만들자
출산율 첫 0.5명대…부산 소멸 대책 찾아라
세상읽기 [전체보기]
인생 2회차
이선균의 죽음이 던지는 질문
이상이 칼럼 [전체보기]
우리 시대의 올바른 복지 원칙
복지국가 정치가 절실한 이유
이해인 수녀 '기도의 창가에서' [전체보기]
12월의 기도편지
저무는 11월에 - 턴 투워드 부산
이홍의 세상현미경 [전체보기]
중국의 한국시장 시장교란
인구문제에 대처하는 근원적 방법
인문학 칼럼 [전체보기]
지리산 문화권의 새로운 구상
그런 사람 또 없습니다
장병윤의 대안 모색 [전체보기]
오! 홍범도
전호환의 두잉세상 [전체보기]
‘자신과의 경쟁’이 ‘경쟁 교육’ 대안이다
펫팸족과 신성장동력 펫코노미
차재원의 정치평설 [전체보기]
‘자객공천’ 유감
진짜 ‘영남 스타’가 되려면
최태호의 와인 한 잔 [전체보기]
역사 속 와인 마케팅
처음이란 무엇인가? 조지아 와인
특별기고 [전체보기]
부산의 위대한 도전은 계속 된다
하순봉의 음악이야기 [전체보기]
왈츠와 신년음악회
캐럴과 송년음악회
황정수의 그림산책 [전체보기]
무호 이한복의 ‘운룡도’
남리 김두량의 ‘삽살개’
CEO 칼럼 [전체보기]
우리 이제 살 만한가 봅니다
마이스 도시 부산, 문화 콘텐츠로 완성하다
  • NPL강좌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
스토리 박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