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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에세이] 백두산에 대한 생각 /이상원

한반도의 역사에서 가장 젊은 화산체

만약 또 분화한다면 엄청난 피해 불보듯

  • 국제신문
  • 디지털뉴스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0-11-01 20:41:27
  •  |  본지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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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국민은 백두산을 민족의 성산이며, 이 땅에 뻗어 있는 크고 작은 산들이 백두대간에서 시작되었다고 생각한다. 백두산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높은 산으로, 신비로움 가득한 천지와 빼어난 자연 풍광을 지니고 있기에 백두산 등정은 일생에 꼭 한 번쯤 해봐야 할 일 중 하나로 여긴다." "한국인에게 백두산은 오랫동안 희로애락을 함께해 온 민족의 영산이다. 그러나 정작 언제 무엇을 계기로 이를 체득하게 되었는지를 묻는다면 선뜻 답할 수 있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한국인에게 백두산은 선험적 지식이자 일상적 감성으로 자리 잡은 오랜 역사 기억의 표상이기 때문이다." 최근에 발간된 백두산(한국학중앙연구원 발간)의 모두에 실린 글이다.

이 땅에서 제일 높은 산, 게다가 흔치 않게 머리에 천지라는 칼데라 호수를 이고 있는 산이니만큼 세상 사람들에겐 신비로움 또한 큰 산임에 틀림없다. 최고봉이라는 이름을 얻기 위해선 그걸 떠받쳐주는 굳건한 기초가 있어야 한다. 백두산은 함경도 지역에 북녘땅의 기반이 되는 낭림육괴(소위 낭림산맥이 있는 지역)를 딛고 선 아주 젊은 산이고, 그것을 지지해주는 이 땅의 기반이 있었기에 그 이름을 날리게 된 것이다.

우리나라의 지세를 표현하면서 흔히 백두산을 그 기점으로 나타내고 마치 이 땅의 근원인 양 그리고 있다. 산경표에 1대간 2정간 9정맥으로 산계를 묘사하면서 1대간을 백두대간이라 명명하였다. 그러나 백두산을 백두대간의 맏이로, 출발점으로 대우하는 데엔 동의할 수 없다. 이 땅의 구석구석에서 오랜 세월을 살아온 우리 조상들의 역사가 있듯이 이 나라의 산과 땅에도 엄연히 역사가 있다. 우리나라는 거의 30억 년 연령을 가진 암석부터 20억 년 이상 연령을 가진 암석들이 그 기반을 이루고 있다. 예컨대 지리산(영남육괴)이 그러하고 경기도, 강원도 일대(경기육괴) 그리고 북녘의 낭림육괴를 이루는 암석들이 이런 연대를 나타낸다. 이 암석들은 지하 깊은 곳에서 높은 온도와 압력을 견디면서 생성되어 상상하기 어려운 세월을 거쳐 이 땅에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이에 비해서 흔히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산으로 내세우는 백두산과 한라산은 연대로 볼 때 불과 2백만 년 이내이고, 역사시대에도 화산분화 기록이 있을 정도로 이 땅에서 가장 젊은 화산체에 해당한다. 특히 백두산은 10세기의 대분화로 세계적인 화산 반열에 올랐고, 최근엔 마치 곧 화산분출이 있을 듯이 세간에 오르내리고 있다.

"동해물과 백두산이 마르고 닳도록…" 우리나라의 국가에, TV 정규방송 끝에도, 또 웬만한 관공서나 가정에 화면과 사진으로 걸려 있는 이 산이 이 땅과 우리 민족을 대표하는 산으로 인식된 것은 언제부터일까? 백두산이 우리의 역사문헌에 최초로 언급된 것이 고려시대(1285년) 일연이 편찬한 삼국유사라고 한다. 즉 환웅이 태백산 신단수 아래로 내려왔다는 태백산이 바로 백두산이니, 단군신화의 시원지이자 우리 민족이 발원하는 근원지가 되었던 것이다. 고구려 시조 동명성왕과 건국신화, 고려 태조 왕건의 조상에 얽힌 신화, 게다가 청을 건국한 만주족의 뿌리도 백두산과 관련되어 있어, 이런 이유로 백두산과 관련된 신화와 설화가 이 땅의 민중에게 전해 내려오고 오랫동안 뇌리에 각인된 것이리라.

만약 요즘 조심스레 거론되는 백두산의 화산분화가 일어난다면 민족의 성산으로 숭앙받는 이 산이 이 땅에 엄청난 재난과 피해를 발생시킬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특히 편서풍의 영향을 받는 우리나라의 입장에선 풍하 지대에 속하는 백두산 동쪽 지역은 화산재와 화쇄류로 초토화 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북한에 상상하기 어려운 피해가 발생할 것이다. 만약 북풍이 강한 계절인 겨울에 화산분화가 발생한다면 전 국토가 피해 영역에 들어갈 수 있기 때문에 그 피해는 몇 배로 커질 것이다. 동시에 아마도 백두산의 천지가 넘쳐흘러 백두산 주위 지역의 수해로 인한 피해 또한 막대할 것이리라. 물론 백두산 산체 자체도 지금과 다른 형상을 보여줘 더 이상 민족의 성산이요 발원지라기보다 이 땅에 엄청난 재난을 일으킨 원흉이 될지도 모를 일이다.

부산대 과학교육학부 교수

※사외 필자의 견해는 본지의 제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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