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부산메디클럽

[인문학 칼럼] 인간 '마라도나'에 관한 단상들 /장혜영

축구에 대한 열정, 문화적 동질성 부여… 라틴아메리카를 '큰 조국'으로 묶어

  • 국제신문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0-06-23 21:11:26
  •  |  본지 27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지난주 한동안 연락이 뜸했던 콜롬비아의 지인으로부터 이메일을 한 통 받았다. 한국과 아르헨티나의 월드컵 축구 경기를 보다가 내 생각이 나서 메일을 쓰게 됐다는 것이다. 남아메리카 사람 입장에서는 같은 대륙의 아르헨티나를 응원해야 당연한데 친구가 한국인이라서 그냥 양팀을 다 응원하면서 경기를 시청했다고 한다. 우리가 아시아 대륙의 사람이라고 해도 같은 아시안으로서의 동질적 감정이 그다지 많지는 않은 것과는 달리, 남아메리카를 포함한 라틴아메리카 사람들은 '큰 조국' 으로서의 라틴아메리칸 민족주의를 가지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들을 그렇게 묶어주는 문화적 동질성 중 한 가지는 축구에 대한 열정이요, 그 상징 중 하나는 바로 아르헨티나 대표팀의 현 감독 디에고 아르만도 마라도나(1960년생)이다.

브라질의 펠레와 더불어 축구 역사상 가장 뛰어난 공격수로 불리는 마라도나는 아르헨티나의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나 어려서부터 천재 소리를 들으며 빠르게 최고의 자리에 올랐다. 하지만 이탈리아 나폴리 프로팀에 스카우트 된 뒤 거기서 마약에 손을 대게 되었고 동시에 약물 중독을 이겨내기 위한 긴 세월의 방황이 시작되었다. 그에게 먼저 도움의 손길을 뻗은 것은 쿠바 정부였다. 전 라틴아메리카의 국기(國技)와도 같은 축구의 살아있는 전설 마라도나를 위해 최상의 치료 환경을 제공할 의사가 있다고 나선 것이었다. 국제 사회에서 고립된 쿠바의 상황을 타파하기 위한 일종의 홍보책이 아니냐고 할 수도 있겠지만 아무튼 실제로 쿠바의 의료진은 최선을 다해 그의 재활을 도왔다. 그래서인지 마라도나는 지금도 틈만 나면 쿠바 사람들에 대한 감사를 전하곤 한다.

2004년에는 쿠바를 떠나 잠시 아르헨티나로 돌아갔다가 의식을 잃고 쓰러져 생명이 위독한 상태에 빠졌다. 의학적으로 회복될 가능성이 낮다는 비관적인 의료 소견들이 나왔다. 그 순간 아르헨티나 사람들은 단결했다. 전 국민이 촛불을 켜고 마라도나를 위해 기도하기 시작했다. 평소 마라도나를 고깝게 보거나 비판했던 사람들마저 그 순간만큼은 눈물을 흘리며 그의 회복을 빌었다. 라틴아메리카 전체가 그의 안위를 걱정했다. 많은 이들의 그 간절한 염원이 하늘을 감동시켰는지 기적적으로 눈을 떴고 사람들은 안도의 한숨과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 이후 콜롬비아 의료진의 도움으로 위 우회술 수술을 받아 50kg 정도를 감량한 뒤 아르헨티나로 돌아와 라이브 TV쇼를 진행했다. 노래와 춤 등 숨은 재주들을 선보이며 인기를 끈 이 프로그램에서 마라도나는 자신의 과거 실수들을 고백하고 용서를 구했다. 그리고 그를 도와준 사람들과 라틴아메리카의 존경받는 인사들을 초대해 진지하게 그들의 조언을 듣기도 했다. 방송은 전 라틴아메리카에 방영되었고 테마송은 아르헨티나뿐만 아니라 멕시코에서도 히트를 쳤다.

이후로는 지도자로 변신해 단기간 만에 세계 최고의 선수들이 즐비한 '꿈의 팀'인 아르헨티나 대표팀의 수장 자리에까지 올랐다. 마라도나 아니면 이룰 수 없는 또 다른 성공 신화임에 틀림없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마라도나는 근래에 들어 그의 인생 중 가장 많은 비난을 들었다. 대표팀 감독이라는 중책을 맡게 되자 그렇게 사랑받아온 그 또한 성적 부진에 따른 여론의 거센 비난을 피할 수가 없게 되었던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라틴아메리카 사람들은 아직도 마라도나에 대해 특별한 애착을 갖고 있는 듯 보인다. 그리고 세계적인 석학이나 위대한 정치가보다는 이 불완전한 축구 천재의 삶을 지켜보면서 더 많은 인생의 교훈을 찾는 듯하다. 하기야 마라도나가 과거에 실수가 많았을지언정 오직 실력 하나만으로 세상의 모든 장벽을 다 깨부수고 최고의 자리에까지 올라선, 입지전적인 인물임엔 틀림없지 않은가. 그렇게 땀 흘린 노력과 정직한 실력이 아직까지 통하는 세계가 축구와 스포츠의 세계고, 그래서 이 세상도 그렇게 노력한 만큼 그대로 이루어질 수 있는 곳이 되길 바라는 라틴아메리카 사람들에게 사회 맨 밑바닥에서부터 올라와 정상에 이르기까지 굴곡과 파란이 끊이지 않는 삶을 산 마라도나의 드라마틱한 인생 유전은 영원한 관심거리로 남을 거 같다.

멕시코 이베로아메리카대학 박사과정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암반층 가덕, 퇴적층 김해보다 공사 쉽다"
  2. 2“외해 공항건설 전례 있다…‘창이(싱가포르 국제공항)’도 가덕도와 환경 유사”
  3. 3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 러시아 코로나19 백신 ‘스푸트니크 V’ 접종
  4. 4금리 상승기 은행주 날개…BNK 6390원(지난 4일 종가 기준) 고점 경신
  5. 5여당 당정청 출신 총동원, 야당 똘똘 뭉친 보수세력
  6. 6[뉴스 분석] 내신 버리고 ‘수능용 검정고시’ 선택…고교 자퇴생 급증
  7. 7코로나 백신은 심리 백신? 쇼핑객도, 상춘객도 북새통
  8. 81년 후 대선, 부산·서울시장 선거 결과가 판 흔든다
  9. 9非文 출신에 현역 지원 없이도, 당원·시민 표심 다 잡았다
  10. 10영진위 새 사무국장, 과거 횡령의혹 파장
  1. 1여당 당정청 출신 총동원, 야당 똘똘 뭉친 보수세력
  2. 21년 후 대선, 부산·서울시장 선거 결과가 판 흔든다
  3. 3非文 출신에 현역 지원 없이도, 당원·시민 표심 다 잡았다
  4. 4YS 비서로 정계 입문…문재인 정부 첫 해수부장관 역임
  5. 5‘유리 천장’ 못 깬 여야 경선 여성 후보
  6. 6민주 부산시장 후보 김영춘…박형준과 맞대결
  7. 7“부산은 응급환자…말 아닌 행동으로 살려내겠다”
  8. 8부산시장 여야 캠프 몸집 커진다…대권 후보도 전방위 지원
  9. 9국민의힘 부산선대위, 가덕도 땅 투기 진상조사 나선다
  10. 10최도석 시의원 "민간투자사업 발목잡기 그만해야"
  1. 1금리 상승기 은행주 날개…BNK 6390원(지난 4일 종가 기준) 고점 경신
  2. 24차 재난지원금 지급 대상, 화훼농가·전세버스도 검토
  3. 3연 매출 1000억 넘은 부산 벤처기업 총 26개사
  4. 4청년 농업인에 도전하세요…농부사관학교 참가자 모집
  5. 5‘원안위’ 서울 잔류 승인한 정부…원전 안전 의지 없나
  6. 6부산시 정비사업 e-조합 시스템 구축
  7. 7문재인 정부 부동산 정책발 위기…홍남기, LH 사태 공식사과
  8. 8고리·신고리 사고·고장만 34건…후쿠시마 10년, 원전안전 요원
  9. 9후쿠시마 원전사고 10년 <상> 국내 원전 안전 현주소
  10. 10부산 관광업계 “특별재난업종 지정” 호소
  1. 1"암반층 가덕, 퇴적층 김해보다 공사 쉽다"
  2. 2“외해 공항건설 전례 있다…‘창이(싱가포르 국제공항)’도 가덕도와 환경 유사”
  3. 3[뉴스 분석] 내신 버리고 ‘수능용 검정고시’ 선택…고교 자퇴생 급증
  4. 4코로나 백신은 심리 백신? 쇼핑객도, 상춘객도 북새통
  5. 5부울경을 빛낸 출향인 <1> 유명철 경희대 의대 석좌교수·정병원 명예원장
  6. 6“한진CY부지, 주변지역 고려 없이 개발”
  7. 7청년과, 나누다 <10> 천종호 부산지법 부장판사
  8. 8백신 접종 뒤 사망 누적 9명…정부, 8일 인과성 여부 발표
  9. 9경남교육청, 양산 학생안전체험원 후보지 거부…건립 비상
  10. 10독도 알리는 대학 교양수업, 수강생들이 줄 섰다
  1. 1스트레일리 완벽투·프랑코 강속구…롯데 희망 봤다
  2. 2신세계야구단 “쓱 랜더스로 불러주세요”
  3. 3허훈·양홍석 쌍포 침묵…kt, 4연승 다음 기약
  4. 4박정인·발렌티노스 ‘골 맛’…페레즈호 첫 승 신고
  5. 5이대호·손아섭·민병헌 39억 깎았더니, 거인 연봉순위 8위(작년엔 1위) 추락
  6. 6체육단체장으로부터 듣는다 <7> 정신 부산야구소프트볼협회장
  7. 7‘고수를 찾아서 2’ 부산 유일 국궁 9단 명궁 장오현
  8. 8교체 출전 황희찬 6개월 만에 골 맛
  9. 9김광현 첫 시범경기 4실점 부진
  10. 10박세웅 150㎞ 직구·나승엽 안타…롯데 첫 단추 잘 뀄다
'4·7 부산시장 보궐선거' 후보 릴레이 인터뷰
진보당 노정현
'4·7 부산시장 보궐선거' 후보 릴레이 인터뷰
국민의힘 이언주
강동진 칼럼 [전체보기]
‘융합의 시대’를 진정으로 지향하려면
축소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선택
기고 [전체보기]
MICE, ‘사회적 가치’로의 진화 /이태식
세계선도국가로 가는 키워드 ‘지방분권’ /김우룡
기자수첩 [전체보기]
동남권 메가시티 첫걸음…부산시·경남도 초정~화명 도로 협력부터 /박동필
불편한 목소리에 침묵…부산시교육감 소통 나서야 /김화영
김석환 칼럼 [전체보기]
‘능력주의’와 ‘예타만능’이라는 거짓말
김용석 칼럼 [전체보기]
해 뜨는 아침, 겨울 산의 속살을 보라
정치적이기엔 너무도 문명적인
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전체보기]
옛것에서 발견하는 변용
관현맹인과 여악의 전통
뉴스와 현장 [전체보기]
‘2+1 책임제’ 족쇄로 안 남으려면 /유정환
‘신산업 도시 부산’의 필요조건 /이석주
도청도설 [전체보기]
R2P와 중국몽
코리안 허브
문태준 칼럼 [전체보기]
가을의 시간을 맞으며
박상현의 끼니 [전체보기]
어묵의 별칭 ‘간또’
목포 ‘중깐’의 딜레마
사설 [전체보기]
김영춘·박형준 후보, 부산 비전 제시 공정 경쟁 기대한다
실체 불분명 수정아파트 재개발 바람 피해 우려 없나
이상이 칼럼 [전체보기]
‘청년기본소득’ 용납해선 안 되는 이유
공유경제에 대한 오해와 진실
이수훈 칼럼 [전체보기]
비핵평화, 중단없이 가야 할 길
한반도 비핵화는 어떻게 되나
이은화의 미술여행 [전체보기]
최고의 기쁜 날
퇴폐미술의 낙인
이제명 칼럼 [전체보기]
탄소중립 어젠다의 가치와 미래
이홍 칼럼 [전체보기]
반기업정서 극복을 위한 싹이 텄다
카리스마에 대한 오해
장병윤 칼럼 [전체보기]
알바트로스, 오 알바트로스
장재건 칼럼 [전체보기]
그 많은 낙하산 사라질까
1년짜리 부산시장 안 되려면
조영석의 음악이야기 [전체보기]
강 건너 봄이 오듯
불멸의 연인
차재원 칼럼 [전체보기]
시장 보선 이후가 걱정되는 이유
최태호의 와인 한 잔 [전체보기]
그 날을 기다리며
겨울나기
특별기고 [전체보기]
신공항 특별법 여론조사, 부정응답 유도한 질문들 /강경태
같이 잘 살되 올바르게 잘 사는 ‘노나메기’ 세상으로 /이청산
황정수의 그림산책 [전체보기]
김정희의 ‘세한도’ 열풍
김홍도의 ‘논을 가는 소’
  • 유콘서트
  • 18기 국제아카데미 모집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
스토리 박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