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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닷속 세상이야기-그 곳에도 삶이 있다 <9> 연어의 모천회귀 본능

죽음의 풍경, 강물은 기억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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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다로 간 치어, 알래스카·베링해 등 타향서 3년간 성장
- 母川 거슬러 올라와 너비 1m·깊이 30㎝로 사력 다해 강바닥 파고
- 수천 개 살구빛 알 낳고 암·수컷 생 마감

- 인공수정·방류 등 국책사업으로 시행
- 국내 11곳·회귀율 0.68%
- 냄새·지구 자기장 이용고향 위치 파악해내

   
새끼연어들이 봄햇살을 받으며 무리지어 바다로 떠나고 있다.
연어가 돌아오고 있다. 3년 전 고향 하천을 떠났던 녀석들이다. 매년 가을 이들을 맞이하기 위해 동해바다로 떠나는 여정은 그리운 이를 만나듯 설렘으로 가득하다. 지난주 새벽길을 달려 강원도 삼척시 오십천으로 향했다. 밤새 내린 폭우로 강물이 불어나면서 강에 세찬 흐름이 생겼다. 그리고 바다에 머물던 연어들이 물살을 거슬러 오르기 시작했다. 가까이서 이들을 만나기 위해 강 속으로 들어갔다. 몰라보게 훌쩍 컸지만 3년 전 이곳을 떠난 녀석들이라는 것을 단박에 알 수 있다. 연어가 고향 하천을 기억하고 돌아오듯 이곳을 떠난 연어를 나는 기억하고 있다.

■고향 하천에 분신 남기고 죽는 생의 순환

   
암컷(왼쪽)과 수컷 연어 한쌍이 산란을 위해 오십천 상류를 거슬러 오르고 있다.
연어는 청어목 연어과 연어속의 냉수성 어류로 우리나라 동해안과 일본, 사할린, 알래스카, 캐나다 등 북태평양에 일곱 종(참연어·곱사연어·황연어·홍연어·은연어·시마연어·아마고연어)이 분포한다. 이 중 우리나라 동해안으로 회유하는 종은 참연어(Chum salmon)로 어미의 크기는 대락 50~80㎝에 체중은 2~7㎏ 정도.

사람들이 연어를 떠올릴 때 다소 감상적이 되는 것은 알래스카와 베링해를 거치는 이역만리 타향을 떠돌다가 자기가 태어난 하천으로 돌아와 분신을 남기고 생을 마감하기 때문이다. 이들의 독특한 생의 순환은 경이롭다. 연어가 바다에서 하천으로 올라와 생을 마칠 때까지의 과정을 지켜보는 것은 감동 그 자체다.

강을 거슬러 오르는 연어는 알을 낳기 적당한 곳을 찾는다. 바다에서는 은백색으로 빛나던 몸 빛깔도 거무스름해지며 불그스름한 반점이 생겨난다. 수컷은 코끝이 휘어지고 이빨이 날카로워진 데다 등이 부풀어 올라 다소 공격적으로 보인다. 암컷을 보호하느라 예민해진 수컷에게 자신들을 따라오는 기자의 존재가 못마땅하다. 날카로운 이빨을 드러낸 채 주둥이로 들이받는데 얼굴에 부닥치는 둔탁한 무게감이 느껴진다. 연어를 위해서도 나를 위해서도 적당한 거리를 두기로 했다. 수컷의 보호 속에 암컷은 알을 낳기 위해 강바닥에서 물이 솟아오르는 곳을 고른다. 그래야만 12월 중순의 혹독한 겨울 추위에도 알이 얼지 않는다. 적당한 자리를 잡은 암컷은 옆으로 누워 꼬리지느러미를 맹렬히 흔들며 강바닥의 자갈을 파헤친다. 사력을 다한 몸짓으로 지름 1m, 깊이 30㎝ 정도 되는 구덩이가 만들어지고 암컷은 상처투성이가 된 몸을 바로 세워 생의 마지막 힘을 짜내어 3000개 안팎의 살구빛 알을 쏟아낸다. 산고를 지켜보던 수컷은 암컷의 마지막 몸부림을 신호로 미완의 생명체인 알 위에다 정자를 뿌린다. 수정을 마친 연어는 다시 꼬리지느러미를 흔들어 자갈로 알을 덮는다. 3년 전 바다로 떠났던 새끼가 자신의 부모가 그랬던 것처럼 고향으로 돌아와 자신의 분신을 남기는 과정이다. 모든 것을 마친 두 마리는 탈진해 쓰러지고 이들은 서서히 고향 하천의 일부가 된다.

■바다로 떠나싶은 어린 연어의 강렬한 몸짓

   
12월 중순 알을 뚫고 나오는 연어들.
12월 중순. 자갈 틈 사이로 생명의 활기가 느껴진다. 지름 3㎜ 안팎의 알 속이 갑갑한지 알에서 빠져나오기 위해 빙글빙글 몸을 돌리며 가속을 얻는다. 어느 정도 가속이 붙으면 알의 약한 부분을 뚫고 순간적으로 머리가 톡 튀어나온다. 다음 바르르 떨면서 몸과 꼬리가 알에서 빠져나오는데, 여기에 걸리는 시간은 1초 정도. 순간적이다. 알에서 갓 태어난 새끼는 배 밑에 난황이라 불리는 노란색 먹이 보따리를 달고 있다. 그런데 이 난황의 무게가 만만치 않다. 갓 태어난 새끼는 알을 깨고 나올 때의 탄력으로 조금 튀어오르지만 묵직한 난황 때문에 강바닥으로 가라앉아 버린다. 아직 헤엄치기에는 지느러미에 힘이 없는 새끼는 본능적으로 자갈 틈을 비집고 들어간다. 머뭇거리다가는 난황의 달콤한 향을 맡고 달려드는 물고기의 공격을 막아낼 재간이 없다. 자갈 밑으로 숨어든 새끼는 두어 달 동안 난황에 담겨 있는 양분에 의존하며 조금씩 지느러미에 힘을 붙여나간다.

알에서 태어난 지 두 달이 지나고 강에는 봄이 찾아왔다. 지느러미에 힘이 붙기 시작한 새끼연어들은 스스로의 힘으로 먹이를 찾기 시작한다. 알을 품은 어미가 강을 거슬러 오르는 것과 달리 새끼연어는 강의 흐름을 따라 내려가면서 먼바다로 떠날 준비를 시작한다. 무리지어 바다로 향하는 새끼연어들의 몸짓은 너무도 강렬하다. 멀고 험한 바다로의 여행을 격려해주듯 강물을 뚫고 들어오는 봄 햇살은 따사롭기 그지없다. 이렇게 강을 떠난 새끼연어는 태평양을 가로질러 알래스카, 베링해를 돌아 3년 후 새 생명을 가득 잉태한 채 다시 이곳으로 돌아올 것이다.

■어족 확보 위해 매년 이뤄지는 방류 사업
   
2009년 가을 부산 기장군 일광천을 거슬러 오르던 연어가 산란도 못한 채 죽어 있다.
앞에서 기술한 내용은 자연 상태에서의 수정 과정을 관찰하기 위해 연어 연구기관의 배려로 몇 마리를 채포하지 않은 경우이다. 실제는 수정률과 부화율을 높이기 위해 강을 가로질러 그물을 쳐두고 여기에 걸려든 연어를 강제로 채포해 인공 수정시킨다. 인공 수정된 수정란은 양어장에서 양육한 다음 매년 2월 중순에서 3월 중순 사이 하천에 방류한다.

방류된 연어는 30~50일 정도 하천에 머물면서 고향 하천의 냄새를 익히거나, 지구 자기장을 이용하는 방식 등으로 하천의 위치를 파악해둔다. 연어 방류 사업은 바다를 끼고 사는 나라에는 중요한 국책사업 중 하나이다. 중요한 식량자원이기도 한 연어 보존에 노력하지 않고 잡기만 하겠다고 나선다면 연어도 멸종 위기를 맞게 될 것이다. 그래서 국제사회는 연어를 방류하는 나라만이 어업권을 가지기로 약속했다.

매년 각국에서 방류되는 어린 연어의 수는 국제적으로 검증을 거쳐 공인받는다. 이렇게 공인된 수는 그 나라가 한 해에 잡아들일 수 있는 연어의 양을 결정하는 근거가 된다. 결국 많은 연어를 잡기 위해서는 어린 연어의 방류량을 늘려야 하고, 방류량을 늘리기 위해서는 더 많은 연어들이 강으로 돌아와야 한다.

연어가 돌아오는 우리네 하천은 강원도 양양의 남대천, 고성의 명파천과 북천, 강릉의 연곡천과 낙풍천, 삼척의 오십천과 마읍천, 가곡천, 경북 울진군의 왕피천과 남대천, 영덕군의 오십천으로 11곳 정도이며 2009년 우리나라 전체 회귀율은 0.68%로 집계됐다. 강원도 양양 냉수성 어류연구센터 성기백 박사는 연어 회귀율은 강으로 돌아오는 연어뿐 아니라 연안에서 잡히는 연어의 수까지 포함하는데 회귀율을 높이는 것이 연구 종사원들의 최대 관심사라고 전했다.

남쪽 하천의 연어 방류사업
 (단위:마리)

 

울산 태화강

기장군 일광천

낙동강 하구

방류

회귀

방류

회귀

방류

회귀

2000년

5만

 

 

 

 

 

2001년

x

 

 

 

 

 

2002년

5만

 

 

 

 

 

2003년

5만

5

 

 

 

 

2004년

3만

15

2만

 

 

 

2005년

x

67

7만

 

 

 

2006년

3만

80

7만

 

 

 

2007년

10만

85

6만

22

 

 

2008년

30만

55

4만

21

3만

 

2009년

15만

614

x

27

1만

 

2010년

50만

 

4만

 

10만

 



# 연어 치어 방류 찬반논란

- 찬 "맑은 하천 약속"
- 반 "홍보·이벤트성"

매년 2월 말에서 3월 초가 되면 부산 낙동강 하구, 울산 태화강, 부산 기장군 일광천, 좌광천 등에서 연어 방류 행사가 벌어진다. 관련기관과 지방자치단체는 방류 사업을 위해 강원도 양양 냉수성 어류연구센터로부터 새끼연어를 얻어 온다. 이에 대해 연어 연구기관의 연구사들 사이에도 찬반이 엇갈리고 있다.

다수의 연구사들은 하천을 깨끗이 만들었다는 지역자치단체장이나 관련기관의 홍보수단으로 연어가 이용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연어 방류철이 되면 상급기관으로부터 협조 지시가 내려와 어쩔 수 없이 새끼연어를 남쪽으로 내려보내지만 북쪽 강에서 태어난 새끼연어를 차에 실어 남쪽 강으로 데려가 방류하는 순간부터 생존율이 떨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게 그들의 주장이다. 또한 하천의 환경을 볼 때 연어가 도저히 살 수 없음에도 이벤트 형식으로 방류 사업을 추진하는 경우도 있어 안타깝다는 게 그들의 입장이다.

다른 견해도 있다. 경북 수산자원개발연구소 김옥신 연구사는 연어가 가지는 상징성을 이야기한다. 맑고 깨끗한 물에서만 사는 연어를 방류하고 돌아오기를 기다린다는 것은 강을 지키겠다는 연어와의 약속일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이런 관점에서 연어 방류 사업과 함께 진행되고 있는 울산 태화강의 생태계 개선의 성공 사례를 언급했다.

※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아 취재했습니다.

   
채란된 알에 수컷의 정액을 뿌린 후 수정을 돕기위해 섞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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