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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우리가 슈퍼스타K에 열광하는 동안 /김갑수

뉴스의 숲에서 우리는 얼마나 가치 서열에 대한 이해를 갖고 있을까

  • 국제신문
  • 디지털뉴스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0-10-11 21:17:14
  •  |  본지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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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대부분의 사람들처럼 나도 하루 일과를 인터넷을 통한 미디어기사 검색으로 시작한다. 당연히 재미있는 기사거리에 눈길이 먼저 간다. 특정 기사에 흥미를 느껴 링크에 링크를 거듭하다 보면 한나절이 훌쩍 지나가 버리기도 한다. 그렇게 바쳐지는 한나절의 귀결은 무엇인가. 허탈감이다. 각종 매체 온갖 블로그에 쌓이고 널리는 정보와 주장들은 쌓인 눈에 또 덮이는 눈발처럼 허랑하고 무용하다. 그럼에도 그 같은 일과가 반복된다. 습관의 위력이다.

지금은 황장엽의 사망, 최윤희의 자살이 모니터를 뒤덮고 있다. 저 죽음들의 함의는 무엇일까. 게시판에 갑론을박이 자욱하고 나도 그중 한 가지 의견의 축에 심정적으로 가담한다. 북한 김일성 체제의 3대 세습에 대해 어떤 식으로 대응해야 하는지를 놓고 진보진영 내부의 파열음이 고조되고 있다. 재미있다. 결코 재미로 바라볼 사안이 아닌데도 증폭되는 논란은 엠넷채널 슈퍼스타K의 전개 과정처럼 흥미롭다. 부산 '싸나이'의 진짜 멋을 보여주며 애석하게 탈락한 강승윤의 장래가 궁금하고 장재인, 존박, 허각 가운데 최종 생존자가 누구일지 관심이 이만저만 아니다.

시간은, 아니 세월은 이런 식으로 물처럼 흘러간다. 과거에도 그래왔고 지금도, 그리고 앞으로도 그렇게 흘러갈 것이다. 그런데 한번 조심스럽게 되물어본다. 과거에도 정말 그랬었던가. 북한체제 변동과 가수선발대회가 대등한 비중으로 사회적 관심사였던 것일까. 또 미래에도 역시 이런 일 저런 일이 만수산 드렁칡처럼 뒤엉켜 일희하고 일비하며 물처럼 흘러 흘러 갈 것인가. 그래도 되는 것인가.

최근 다소 색다른 체험을 했다. 미래포럼이라는 규모 있는 사회단체에서 저출산 고령화 사회 진입에 따른 문제점을 지속적으로 연구해 왔는데 가을 정기 심포지엄의 주제발제를 내게 맡긴 것이다. 학계나 정부 정책담당자가 아닌 쪽의 의견을 듣고 싶다는 '강압'에 밀려 차마 사양을 못하고 주제넘은 역할을 맡았다. 근 한 달간 각종 논문과 정부 보고서의 숲에 뒤덮여 머리가 터지는 줄 알았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정말 크게 놀랐다. 그건 핵폭탄이었다. 그런데 거리의 아무나 붙들고 물어보라. 세계 최저 출산율이 문제라는 걸 모르는 사람은 없다. 고령화 단계에 이미 진입한 우리 사회가 장차 위기에 직면할 것이라는 점을 부정할 사람도 없을 것이다. 내가 놀란 것은 나 자신을 포함해 놀라운 사실에 대한 놀라울 정도의 무덤덤한 사회적 반응이었다. 심포지엄 당일 청중석은 민망할 정도로 한산했다. 열심히 공부해서 발표까지 마친 내용이라 각종 수치와 진단들이 지금도 뇌리를 빙글빙글 감돈다. 하지만 여기에 적을 수가 없다. 짧게 몇 마디로 설명할 도리가 없기 때문이다. '정말 이렇게 심각한 줄 몰랐어요, 프랑스 일본 등이 같은 문제에 직면했을 때 취한 태도와 우리는 너무나 다르군요' 식의 탄식만 나올 뿐이다.

'하이어라키'라는 영어 단어가 있다. 위계질서 혹은 서열쯤으로 번역될 수 있다. 가치에도 하이어라키가 있다. 인생사에 대입시켜 보면 살면서 더 중대한 문제와 덜 중요한 것이 구분된다. 몸에서 암종양이 자라고 있는데 감기나 무좀치료에 훨씬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일 수는 없을 테니까. 아침에 컴퓨터 모니터를 열어 온갖 뉴스의 숲을 배회하는 우리들은 가치의 서열에 대해 얼마나 이해를 갖고 있는 것일까. 정치인과 정부 당국자들이 펼쳐놓는 국가적 사회적 의제 역시 얼마나 본래의 가치에 충실하게 배분되고 있는 것일까.

가령 하나의 사례로 예시한 저출산 문제를 정치인이라면 크게 앞세우지 못할 것 같다. 그 재미없는 쟁점으로 여론조사나 선거에서 표가 나오기는 힘들 테니까. 기자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얼마나 짜릿하고 화끈한 먹잇감이 많은가. 오늘 내일 눈에 불똥 튀는 일들만 좇아다녀도 하루해가 모자란 판이다. 그렇게 인기 있는 화제들이 오늘을 이끌고 또 내일의 하루하루를 뒤덮고 갈 것이다. 그러고 보니 참으로 태평성대인 것도 같다.

그런데 역사책을 펼치면 우울한 진실이 우리를 기다린다. 어떤 나라는 미래를 대비해 차근차근 초석을 다져나가며 흥했고 또 어떤 나라는 추락하고 붕괴됐다. 과연 재미가 국가의 미래와 개인의 인생사를 좌우했겠는가.

시인·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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