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인문학 칼럼] 꽁생원이 필요한 시대 /신명호

현실적이고 융통성 넘쳐 타락하기 쉬운 지금

원리원칙에 충실한 꽁생원이 그립다

  • 국제신문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0-09-29 21:10:50
  •  |  본지 27면
  • 트위터
  • 페이스북
  • 기사주소복사
  • 스크랩
  • 인쇄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꽁생원'을 국어사전에서 찾아보았다. '마음이 너그럽지 못하고 소견이 좁은 사람을 놀림조로 일컫는 말'로 해설되어 있었다. 내친 김에 속담도 찾아보았다. 꽁생원 자체는 없었지만 '생원님은 종만 업신여긴다'는 속담이 있었다. '무능한 윗사람이 덮어놓고 아랫사람만 야단친다는 말'이라는 뜻이란다. 이로 볼 때, '꽁생원'이란 말이나 '생원님은 종만 업신여긴다'는 속담의 주인공은 조선시대의 생원임이 확실하다. 그렇다면 조선시대 생원은 왜 무능하고 속 좁은 사람의 대명사가 되었을까?

조선시대 생원은 진사와 함께 소과(小科)에 합격한 사람이었다. 소과에 합격한 생원 100명과 진사 100명은 성균관에 진학해 공부하다가 대과에 합격하면 양반관료가 되었다. 그러므로 성균관의 생원이나 진사는 장차 나라를 이끌어갈 인재들이라는 면에서 다를 것이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독 생원만이 무능하고 속 좁은 사람의 대명사가 된 이유는 학업내용과 출신배경 때문이었다.

생원은 사서오경(四書五經)으로 대표되는 유교경전을 공부하였고 시험도 사서오경 중에서 치렀다. 반면 진사는 시(詩)나 부(賦)를 공부하였고 시험도 시나 부 중에서 치렀다. 이것이 큰 차이를 불러왔다. 사서오경 위주로 공부하는 생원은 유교 경전만 열심히 암기하면 합격할 수 있었다. 반면 시나 부는 기본적으로 창작 또는 논술이기에 단순한 암기보다는 상황에 따른 다양한 창작 또는 논술 연습이 필요했다. 당연한 결과이지만 생원시험은 시골출신에게 유리했고 진사시험은 수도권출신에게 유리했다. 시골출신들은 별다른 교재 없이 오직 사서오경만 가지고 주야로 암기했기에 생원시험에 유리했다. 반면 수도권출신들은 시골출신에 비해 다양한 문물을 경험함으로써 불특정 영역에서 출제되는 시나 부에서 유리했다. 사서오경만 공부한 시골출신의 생원 그리고 시와 부를 두루 공부한 수도권출신의 진사를 비교하면 어떨까? 좋게 말하면 생원은 자신들이 공부한 유교 경전의 이념에 충실했다. 그래서 원리원칙을 중히 여겼으며 웬만해선 타협하지 않았다. 반면 시와 부를 공부한 진사들은 현실적이었으며 융통성도 많았다. 예컨대 조선시대 최고의 보수주의자로 꼽히는 우암 송시열은 충청도의 생원출신인 반면 조선시대를 대표하는 개혁사상가인 다산 정약용은 경기도의 진사출신이었다.
그런데 생원과 진사의 장점은 곧 단점이기도 했다. 원리원칙을 중시하는 생원은 고집불통이거나 위선적일 때가 많았다. 반면 현실적인 진사는 지나치게 융통성을 발휘하다가 부정부패하거나 타락해 버리는 경우가 많았다. 조선시대의 '초당문답가'라는 작품에는 고집불통에 위선적인 생원의 단점이 적나라하게 묘사되어 있다. 초당문답가 13편 중 하나가 '우부편(愚夫篇)'인데, 제목 그대로 어리석은 남자 3명을 노래한 가사였다. 특기할 만한 점은 우부편의 세 주인공인 개똥이, 꼼 생원, 꾕 생원 중에서 생원이 두 명이나 된다는 사실이다. '저 건너 꼼 생원은/ 제 아비 덕분으로 돈 천이나 가졌더니/ 술 한 잔 밥 한술을 친구대접 하였던가/ 주제넘게 아는 체로 음양술수 탐호(貪好)하여/ 당대발복(當代發福) 구산(求山)하기 피란 곳 찾아가며/ 올 적 갈 적 행로 상에 처자식을 흩어놓고/ 유무상조(有無相助) 아니하면 조석난계(朝夕難計) 할 수 없다/' 우부편에 등장하는 꼼 생원, 즉 꽁생원은 사회성도 떨어지고 현실성도 떨어진다. 가까운 친구들도 관리할 줄 모르니 유력자에게 줄을 대는 일은 불가능하다. 그래서 현실적인 입신출세는 어렵다. 심지어 처자식도 제대로 건사하지 못한다. 꽁생원은 좌절된 현실의 욕망을 음양술수로 채우려 하지만 될 턱이 없다. 이런 꽁생원은 무능하고 속 좁은 사람에 다름 아니다. 그럼에도 조선시대 500년간 왜 국가에서는 그토록 무능하고 속 좁은 생원을 계속해서 양성하였단 말인가? 그 까닭은 생원의 장점 때문이었다. 많은 생원들이 무능하고 속 좁았지만 오히려 그렇기에 원리원칙을 지키는 생원들도 많았다. 무능하고 속 좁다는 소리를 들을 정도로 원리원칙에 집착하는 생원들이 역설적으로 현실적이며 융통성이 넘치지만 쉽게 부정부패하고 타락해 버리는 진사들을 견제함으로써 조선시대를 건강하게 지켜냈던 것이다.

부경대 사학과 교수

[국제신문 공식 페이스북] [국제신문 인스타그램]
  • 기사주소복사
  • 스크랩
  • 인쇄

 많이 본 뉴스RSS

  1. 1넥슨 매각 예비입찰 마감…넷마블·카카오 2파전?
  2. 2아파트값 하락세 연제·남구, 고분양가 관리지역서 해제
  3. 3‘2000억 규모’ 에코델타 사업 막바지 입찰 경쟁 뜨겁다
  4. 4부산 미세먼지 저감조치 ‘반쪽짜리’
  5. 55G 기반 스마트폰·콘텐츠 모바일 올림픽 총출동…이동통신 미래 본다
  6. 6김경수 구속·서형수 불출마설…여당, 낙동강벨트 총선전략 어떡해
  7. 7내달 개각설…해수장관 후임 하마평
  8. 8경쟁률 4.5 대 1…거인 4·5선발 자리 누가 꿰찰까
  9. 9경기침체 불안감에…부산 주요 기업 창업주 일선 못 떠나
  10. 10‘문재인 복심’ 친문 3철(이호철·양정철·전해철), 전면에 나서나
  1. 1임시공휴일, 대통령 재가하면 확정…출근 할 경우 수당 체계는?
  2. 2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일 4월 11일 임시공휴일 되나?
  3. 3‘문 대통령 깜짝 축사’ 유한대학교, 故 유일한 박사가 설립한 곳
  4. 4전병헌 전 의원 1심 징역 6년 법정 구속 면한 이유는?
  5. 5부산 중구, 대청동 지역사회보장협의체 커뮤니티 케어 교육 실시
  6. 62019년 중앙동 장학회 장학금 수여식 개최
  7. 7부산 중구 (사)중구청년연합회 제28차 회원대회 및 회장단 취임식 개최
  8. 8부산 중구 광복동 주민자치회 2019년도 초등학교 입학생 축하선물 전달
  9. 9부산 중구 제10회 부산크리스마스트리 문화축제 평가설명회 개최
  10. 10‘문재인 복심’ 친문 3철(이호철·양정철·전해철), 전면에 나서나
  1. 1내달 개각설…해수장관 후임 하마평
  2. 25G 기반 스마트폰·콘텐츠 모바일 올림픽 총출동…이동통신 미래 본다
  3. 3한국해양대 2.5배 커진 한나라호 위용…대학 실습선 4척 명명식
  4. 4부산공동어시장 임금 체불 피소 위기
  5. 5사천 항공정비 첫 손님은 ‘제주항공 여객기’
  6. 6부산 주요 기업 창업주들 ‘현역’ 고수하는 속내는
  7. 723년 명맥 유지 ‘2G’ 없어진다
  8. 8동해 바다도 아열대화 진행, 해조류 무게 줄고 종류 늘어
  9. 9아파트값 하락세 연제·남구, 고분양가 관리지역서 해제
  10. 10달걀 산란일 표기 23일부터 의무화
  1. 1경부고속도로 상황 "경찰 차량 통제, 왜?"
  2. 2 차량 통제, 국빈방문 탓… “국빈이 왜 경부선에?”
  3. 3영광여고생 성폭행 사망사건… “90분 만에 소주 3병 마시게… ‘죽었으면 버려라’”
  4. 4현대제철서 용역노동자 컨베이어벨트에 끼어 사망… 양승조 충남지사 사태파악 지시
  5. 5조현아 남편 상습 폭행 "죽어, 죽어" VS "의혹 전면 부인"
  6. 6김지은 “예상했지만 암담”… 민주원 ’안희정-김지은 텔레그램’ 공개 하자
  7. 75등급 경유차 규제, 내 차 등급 확인법은?
  8. 8부산 연산동 맨션 인근 지름 2.5m 싱크홀 발생… 차량 1대 빠져
  9. 9공공기관 차량 2부제 실시...제외 차량 및 과태료는?
  10. 10 태권도·유도 도합 6단 시민이 편의점 흉기 강도 잡아
  1. 1‘창과 방패 대결’ 유벤투스 VS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예상 라인업은(챔피언스리그)
  2. 2권아솔 도발에 샤밀, "권아솔은 늘 저렇게 말로만"
  3. 3탁구 중국 귀화 선수, 세계선수권 출전 놓고 '엇갈린 희비'
  4. 43쿠션 프로당구 6월 출범 "제2의 이상천, 김경률 배출하겠다"
  5. 5'도전·비상·자부심'…프로야구 각 구단 야심찬 슬로건
  6. 6절정의 손흥민, 데뷔 첫 '5경기 연속골' 도전
  7. 7컬링 '팀킴'의 호소 사실로…김경두 일가, 횡령 정황까지
  8. 8전국체전 무대가 좁은 차준환, 4회전 점프 없이 쇼트 1위
  9. 9경쟁률 4.5 대 1…거인 4·5선발 자리 누가 꿰찰까
  10. 10최고 구속 145㎞, 김원중 첫 실전등판서 구위 점검
부산정치인의 말말말
부산정치인의 말말말-오거돈 부산시장
부산정치인의 말말말
부산정치인의 말말말-박인영 부산시의회 의장
강동수의 세설사설 [전체보기]
새해 개천에서 용이 나려면
1919년 그리고 100년, ‘잡화엄식(雜華嚴飾)’을 꿈꾼다
강동진 칼럼 [전체보기]
농업이 도시로 들어오고 있다
북항은 진정한 부산의 미래가 되어야 한다
기고 [전체보기]
동남권 신공항, 국회의원 역할 절실 /이영
보행도시, 생태적 지혜와 철학 위에서 구현을 /류경희
기자수첩 [전체보기]
‘교양’을 갖춘 사회를 바란다 /신심범
깨지지 않은 ‘서부산 징크스’ /임동우
김용석 칼럼 [전체보기]
‘반려동물’ 수난 시대
‘스마트’하게 살지 않을 권리
김정현 칼럼 [전체보기]
기꺼이 불효를 저질렀습니다
삶의 존엄, 죽음의 존엄
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전체보기]
국악 선입견과 마주하기
제례악에 내포된 음양오행 사상
뉴스와 현장 [전체보기]
엄마 아빠 역할 뒤집기 /하송이
中企를 위한 금융은 없다? /정유선
도청도설 [전체보기]
농기구판 한류
수제화 장인
문태준 칼럼 [전체보기]
자기 표현의 기술
신춘문예 당선 소감을 읽으며
박무성 칼럼 [전체보기]
국민의 눈높이
‘밥 한 공기 300원’의 미래
박상현의 끼니 [전체보기]
포르투갈 리스본의 에그타르트
진화하는 통영 꿀빵
사설 [전체보기]
새 사령탑 맞는 부산비엔날레 새로운 도약 기대한다
30년 만에 육체노동 가동연한 상향한 대법 판결
이상이 칼럼 [전체보기]
노동자 건강과 생명보다 중한 건 없다
생계급여 수급 노인과 ‘줬다 뺏는 기초연금’
이은화의 미술여행 [전체보기]
기절을 부르는 비너스
미술관을 지키는 강아지
이홍 칼럼 [전체보기]
개념도 정리 안 된 ‘4차 산업혁명’
장재건 칼럼 [전체보기]
되살아나는 박근혜의 그림자
보행친화도시로 가는 길
조영석의 음악이야기 [전체보기]
봄이 오는 길목에서
발랄라이카와 닥터 지바고
최태호의 와인 한 잔 [전체보기]
내추럴와인과 정월 대보름
프랑스와 미국의 와인전쟁
황정수의 그림산책 [전체보기]
단발령에서 바라본 금강산
  • 복간30주년기념음악회
  • 어린이극지해양아카데미
  • 유콘서트
경남교육청
클레이아크 김해미술관
해맑은 상상 밀양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
스토리 박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