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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보서적 폐업 이후 <상> 지역문화

부산문화계 '서울 종속 가속화' 예고

자본공세에 홀로서기 역부족, 지역기관의 이중성도 아쉬워

대구 예술소비자운동처럼 문화인·소비자 연대 필요

  • 조봉권 기자 bgjoe@kookje.co.kr
  •  |   입력 : 2010-09-28 20:58:17
  •  |   본지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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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말 문을 닫기에 앞서 고객들에게 감사의 인사 메시지를 내건 동보서적 홈페이지.
동보서적이 이달말로 문을 닫는다는 소식은 부산 지역사회에 예상보다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인터넷에는 '지못미'('지켜주지 못해서 미안해'), '아듀' '굿바이' 등의 감탄사로 안타까움을 털어놓는 글이 수두룩하다. 지역문화계 인사들 반응도 한결 같다. "안타깝다"는 것이다. 동보서적 폐업이 지역문화에 미치는 파장을 두 차례에 걸쳐 진단한다.

정영자 부산문인협회장은 "서울본사를 둔 대형서점이나 온라인서점과는 분명 다른 차원에서 지역문화를 아끼고 후원했던 동보서적이 이렇게 밀려나는 것은 지역문화의 발판 하나를 잃어버린 것 같다"고 밝혔다.

정태규 부산작가회의 회장은 "동보서적 측에 지난 30년 동안 고마웠다는 뜻을 전하는 작은 행사라도 갖자는 의견도 나온다. 서점이 문화의 상징인 책을 통해 사람들이 교류하는 장이다보니 상업적 공간이면서도 문화의 장소라는 인식을 회원들이 폭넓게 공유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고 말했다. 정치단체인 민주노동당은 지난 27일 '안타까운 동보서적의 폐업 소식'이라는 논평을 내기도 했다.

부산을 대표하던 '향토' 대형서점인 동보서적의 행로는 지역문화계에도 비슷한 그림자가 덮칠 확률이 높음을 예고한다. 지역문화계의 생존 및 활동의 구조가 동보서적이 처했던 상황과 비슷하거나 더 열악하기 때문이다. 동보서적은 자체 힘으로, 지역에서, 문화상품 성격이 강한 책을 판매해, 수익을 얻어 자생해야 하는 구조다.

이런 자체 구조가 있다 한들 서울본사를 둔 대자본의 물량공세, 할인공세, 감각적인 선진기법 등에 노출돼 사실상 버텨낼 기약이 없는 싸움에 끌려다니는 '수동태' 상황을 피하기란 힘들었다. 내부 혁신도 온라인서점 등의 강력한 저가공세에 맞서기에는 한계가 크다. 나름의 애정을 갖고 지속했던 지역문화 후원 활동은 빛이 바래기 십상이다. 한 지역 대형서점 관계자는 "지역 공공기관에서 책을 대량구매할 때는 서울본사 초대형 업체를 찾고 문화행사를 한다며 책을 기증해달라는 공문은 우리한테 보내더라"고 꼬집었다.

지역사회의 다른 문화상품들도 크게 다를 게 없다. 근본적으로 "대중의 관심을 사로잡는 좋은 문화상품을 만들면 된다"는 주장은 원칙적으로 올바르지만 '미디어 주목도와 자본의 열세-〉소비자의 무관심 또는 외면-〉재생산 구조 악화'의 불리한 구조는 지역문화계에서도 거의 예외 없이 적용된다. '비보이를 사랑한 발레리나'를 매일 상설공연하던 부산 서면의 BB씨어터가 운영난으로 인해 지난 8월부터 오는 11월 초순까지 일정으로 휴관에 들어간 것이나 최근 들어 외지로 진출하는 젊은 현장 예술인들이 더 늘어나고 있는 현상은 지역의 문화시장에서 살아남기가 그만큼 어렵다는 점을 보여준다. 동보서적의 폐업은 그런 우려의 현실화인 셈이다.

이번 일은 지역문화는 시장의 논리로만 다뤄서는 제대로 키우기 힘들며 이에 걸맞은 접근법이 필요함을 시사한다. 생산자인 문화예술인들도 분발해야겠지만, 소비자의 동참이 의미 있는 성과로 연결될 수 있다.

예컨대 한국예술단체총연합 대구시연합회(대구예총)는 지난 4월부터 예술소비운동본부(예소본 cafe. daum.net/DaeguArtCCH)를 출범시키고 '예술소비자운동'에 뛰어들었다. '머리맡에 두고 읽을 책을 1권 이상 갖기/월 1회 이상 공연장(영화관) 가기/월 1회 이상 전시장 찾기' 등을 행동강령으로 하는 이 활동은 지역사회에서 호응을 얻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예술가와 시민이 함께 뛰어든 이 운동이 결국 대구에서 만들어진 예술작품의 소비를 더 촉진시킬 것이란 점은 분명하다. 작으나마 지역문화에 더 많은 기회를 제공하자는 것이다. 지역의 대표적 서점이 30년 전통을 뒤로하고 퇴장하는 일은 지역문화에 대해 더 진지한 고민이 필요함을 일깨워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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