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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줌마칼럼] 누구나 늙는다

  • 국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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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입력 : 2010-11-07 20:07:16
  •  |  본지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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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근길. 좀 요란하다 싶은 삼각무늬 스타킹을 들고 이리저리 고민에 빠진 내게 작은 녀석이 다가와 툭 하니 한마디를 보탠다.

"엄마! 이런 스타킹 신지 마. 보는 사람도 없는데…."

아무리 철없는 아이의 말이라지만 아직 '여자'라고 착각하며 사는 내게 유쾌할 리 없는 이야기. 요즘 잘 나가는 모 개그맨의 말대로 기가 막히고 코가 막힌다.

"왜 아무도 안 볼 거라고 생각해." "엄마는 이제 늙어가잖아. 어휴, 그러니 이런 스타킹에 신경 안 써도 괜찮아요."

위로인지 약올림인지 모를 아이의 이야기에 가슴이 헛헛하다. 게다가 계절은 가을 아닌가. 하지만 돌아서 생각하니 피식 웃음이 난다. 틀린 말도 아니네 싶어서. 외모 가꾸기에 별 관심 없이 살아온 나는 그 흔한 쌍꺼풀 수술조차 고민 해 본적이 없다. 고칠 것 없다는 자신감이 아니라 달라져야 얼마나 달라질까 싶은 포기(?)이기도 했고 얼굴 조금 달라졌다고 해서 인생에 큰 파문이 일까 싶은 생각 때문이기도 했다. 하지만 일흔을 넘긴 친구의 어머니가 잡티를 빼러 피부과에 다닌다는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외모에 무심한 사람으로 태어난 사실이 새삼 고마웠다. 타고난 절세미인도 아니면서 외모에 대한 관심마저 지대했다면 주어진 얼굴로 살아가는 것이 참 견디기 힘들고 고독했을텐데.

그런데, 내게 요즘 새로운 관심거리가 등장했다. 또래의 사람들을 마주할 때마다 얼마나 잘 늙고 있는가를 판별해 보는 것이다. 나이듦에 대해 별다른 시비 없이 살아온 나의 무딘 사고도 잘 늙어야 한다는 사실 앞에서는 감성의 눈을 뜬 것이다.

어린 시절, '꽃'으로 기억하던 여배우가 할머니가 되어 충격적인 모습으로 신문에 나왔을 때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다. '꽃'으로 기억되는 배우의 얼굴은 온전히 배우의 것만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것은 내 유년 시절의 추억이며 기억이며 아스라한 잔상이기도 하다. 그 모든 것을 한순간에 거부당한 것처럼 추억이 변색될 때 마음이 먼저 아려온다.

늙는다는 것은 그렇게 서러운 일이다. 그럼에도 누구나 늙는다. 겉모양이 늙기도 하고 속모양이 늙기도 한다. 그 모습은 추하기도 하고 아름답기도 하다. 늙어가는 내가 더욱 예쁘게 '낡아가기'를 바랄 뿐이다. 아름답지 않아도 부드럽고 넉넉한 모습으로, 빼어나지 않아도 곁에 두고 싶은 평온함으로 그렇게 늙어가기를 바라는 것이다.

요란한 삼각무늬 스타킹을 포기하고 평범한 살구색 스타킹에 다리를 맡긴다. 아이의 말대로 별 볼일 없는 '엄마의 다리'는 세상의 관심에서 제외된지 오래다. 그러나 그 세상 속으로 나는 성큼 걸어 들어간다. 뭇 시선을 사로잡기 위해서가 아니라 고루 나누는 법을 배우기 위해. 그것이 제대로 늙는 일이 아닐까. 삼각무늬 스타킹을 포기하며 나는 인생을 새로 터득한다.

유정임·FM 90.5 부산영어방송 편성제작국장·한국방송작가협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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