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데스크시각] '보이지 않는' 불꽃놀이 /박창희

앞 안 보이는 주인, 그의 충직한 안내견…13만 발 불꽃쇼에서 무엇을 봤을까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아람이는 안내견(Guide Dog)이다. 아람이가 모시는 주인은 시각장애 1급인 옥모(50) 씨. 옥 씨는 빛만 겨우 감지하는 전맹으로, 아람이의 도움 없이는 생활이 어렵다. 아람이가 곧 그의 눈이다.

옥 씨는 아람이를 데리고 지난 22일 저녁 부산 황령산에서 열린 '달빛걷기' 행사에 참가했다. 갈맷길축제 폐막행사였는데, 마침맞게 광안리에서 세계불꽃축제가 펼쳐진 날이었다. 산행하며 달빛을 즐기고 불꽃놀이까지 보게 되니 일석이조의 기회였다. 함께한 200여 명의 시민들은 출발 전부터 적이 흥분된 모습이었다.

어둠살을 밟고 황령산 바람고개를 지날 무렵 중천에 보란 듯 달이 떠올랐다. 둥두렷 예쁜 달이었다. 어디선가 개가 컹컹 짖었고, 도시도 눈을 뜨기 시작했다. 야경과 달빛이 시나브로 어우러지고 있었다.

바람고개를 지나자 편백 숲길이 나왔다. 숲 속은 캄캄했다. 주최 측에서 모든 랜턴과 불빛을 끄고 잠시 명상에 잠겨보자고 제안했다. 모든 불이 꺼졌다. 그윽한 숲 그늘 속에 들숨 날숨들이 포개졌다. 어디선가 숲의 정령들이 튀어나와 몸을 만지는 것 같았다. 숲 그늘을 파고든 달빛이 살갗을 콕콕 찔렀다. 아람이도 따라 명상에 젖었다.

숲길을 빠져나오자 달이 한층 도드라졌다. 달빛은 만물과 만인에게 공평하게 뿌려졌다. 달빛 덕에 울퉁불퉁한 돌길이 덜 힘들었으나, 함께 걸은 장애우 몇은 몹시 힘든 모양이었다. 그린워킹 단골 참가자인 '뇌병변 2급' 원모(52) 씨의 목덜미에 땀이 흥건했다. 스틱이 자주 미끄러졌고 숨소리가 거칠어졌다.

가파른 산길을 20여 분 더 걸어서 황령산 봉수대에 닿은 행렬은 저녁식사를 하고 불꽃축제를 기다렸다. 아람이와 옥 씨도 봉수대 옆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펑펑~ 이윽고 불꽃이 솟아올랐다. 옥 씨는 무덤덤했으나 아람이의 눈빛은 조금 일렁거렸다. 다가가 조심스레 말을 걸어보았다.

-밤에 산길이 힘들지 않으세요?

"우린 낮이나 밤이나 같죠. 밤이 더 좋은 걸요."

-지금 불꽃놀이가 펼쳐지고 있는데….

"아람이가 대신 보잖아요.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면 되는거죠."

옥 씨는 아람이의 등을 쉼 없이 두드려주었다. 아람이에 대한 무한한 애정과 신뢰감의 표현 같았다. 무슨 감각적 전이가 있는지, 아람이도 가볍게 몸을 흔들었다.

산행이 계속됐고 걷기 행렬은 금련산으로 방향을 잡아 숲 속 오솔길로 접어들었다. 불꽃놀이는 보이지 않았지만, 소리는 한층 더 맹렬하게 귓전을 파고들었다. 펑~ 퍼버버버펑! 따발총을 쏘는 듯한 연발의 폭죽음. 보이지 않는 소리는 걷는 이들에게 소음을 넘어 공포감으로 다가왔다. 일부 시민은 폭죽 소리가 짜증스러운 듯 귀를 막았다.

터지고 또 터지는 폭죽, 이날만 5만 발의 폭죽이 쏟아졌다고 한다. 무엇을 위한 불꽃인가, 하고 묻는 건 우문이겠다. 물경 252만 명 -어떻게 집계했는지 모르지만 -이 봤다는 축제를 문제 삼는 건 불경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생각해 볼 것이 있다. 불꽃축제가 보지 못한 부분도 봤어야 한다는 얘기다. 22억 원을 쏟아부어 연일 13만 발의 폭죽을 쏘아 작렬감의 극치를 만끽하는 순간에도 눈을 감은 사람, 귀를 막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 말이다. 관광상품을 겨냥했다 하더라도, 도가 지나치면 부작용이 생긴다. 한쪽만 즐기면 그만이라는 생각은 축제 파시즘이다. 보이지 않고 들리지 않는 곳까지 생각하는 축제일 때, 그 불꽃이 진정 아름다운 법이다.

세계불꽃축제가 현란한 불꽃쇼를 연출하는 사이, 광안리에선 바가지 상혼이 판치고 화약의 잔해가 매캐했다. 지구온난화를 걱정한다면서 저렇게 마구 화약을 퍼부어도 되는 것인가. 폭약의 잔해를 고스란히 받아안은 광안리 바다의 물고기들은 괜찮은지 모르겠다.

금련산 숲길을 벗어나자 황령산 진입로는 사람과 차량이 뒤엉켜 난장판을 방불케 했다. 아람이는 난장판 사이로 조심조심 길을 만들어 보이지 않는 주인을 어디론가 데려가고 있었다.


[국제신문 공식 페이스북] [국제신문 인스타그램]

 많이 본 뉴스RSS

  1. 1“서울 분점 낸 적 없어요” 해운대암소갈비집이 소송 낸 까닭
  2. 2숨진 한국해양대생 빈소에서 터져나온 ‘을의 울분’
  3. 3부산 최초 수륙양용버스 이번엔 정말 뜰까…다음 달 용역 착수
  4. 4문상모·백순환·이기우, 저마다 “조선업 회생 해결사” 자부
  5. 5“조경태 5선 저지 저격수로 내가 적임” 이상호·남명숙 양보없는 레이스 돌입
  6. 6통합당 공관위, 부산 예비후보들에 공천결과 승복 당부
  7. 7의심환자 음성 판정에 “휴~”…검사원들 바이러스와 사투
  8. 8약사 선후배간 정면 승부 “본선행 티켓 주인은 나야 나”
  9. 9문재인 대통령 “메르스·사스 때보다 큰 충격…코로나19 특단의 대책 필요”
  10. 10테니스 세계 82위 권순우 50위권 또 깼다
  1. 1 문재인 대통령 “중국 상황 나빠지면 국내 타격…사스·메르스보다 큰충격”
  2. 2 文 “세제완화·규제혁신 검토…임대료인하운동 화답조치”
  3. 3부산 중구 보수동 행정복지센터, 부산항보안공사 『취약계층 후원금』 전달
  4. 4바른미래 9명 셀프제명, 당 해체 수순
  5. 5 文 “예산조기집행만으로 부족…예상넘는 상상력 필요"
  6. 6부산 중구 중앙동 주민센터 자율방역단, 코로나19 예방 환경소독 및 방역 실시
  7. 7'조국'이냐 '反조국'이냐...'조국 수호' 논쟁으로 달궈진 민주당 경선
  8. 8김무성 “이언주 중영도 전략공천 땐 표심 분열”
  9. 9 文 “비상경제시국…전례 따지지 말고 특단대책”
  10. 10부산 중구 2020년 호텔 룸메이드 양성과정 교육생 모집
  1. 1금융·증시 동향
  2. 2부산 ‘연계형 뉴스테이’ 잇단 포기로 좌초될 판
  3. 3부산중기청, 제조 소기업 성장에 ‘최대 5000만 원’ 바우처 지원
  4. 4수소차 강국 놓고 한·중·일 삼국지…각국 전시회로 대리전 후끈
  5. 5부산시 고용우수기업 선정해 각종 혜택
  6. 6삼성전자 등 8개 기업만 35년 연속 매출 50위권 유지
  7. 7 와이즈유 전시기획사 자격증 대거 획득 外
  8. 8 브랜드비
  9. 9 더욱 날렵해진 외관…급가속·급출발에도 연비왕 면모까지
  10. 10주가지수- 2020년 2월 18일
  1. 1대구시, 31번 확진자 동선 일부 공개… 한방병원·교회 등
  2. 2김무성, "이언주 전략공천은 정의롭지 못해", 김형오 공천에 정면 반박
  3. 3 ‘코로나19’ 31번째 확진환자 대구서 발생
  4. 4정부, 공군 3호기로 日크루즈 내 국민 이송 협의 중
  5. 5부산시, 청년 3000명에 월세 지원…3월 10일까지 접수
  6. 6순천완주고속도로 사매 2터널 사고 사망자 4명 중 2명 신원확인
  7. 7교통사고 피하려 급정거…출근길 낙동대로 차량정체
  8. 8‘코로나19’ 국내 31번째 확진자 대구서 발생…해외여행력 없는 61세 여성
  9. 9지난달 중국 방문한 30대, 폐렴증상 사망…코로나19 감염 확인중
  10. 10동명보부상 참여기업들 수출증가 뚜렷 화제
  1. 1첼시 VS 맨유 프리미어리그(EPL) 선발 라인업 공개
  2. 2빙속 김보름, 종목별 세계선수권 매스스타트 은메달···‘3년 만의 시상대 복귀’
  3. 3김정은 공백에도 신한은행 꺾은 우리은행...4연승 1위 굳히기
  4. 4‘변화구 합격점’ 롯데 새 용병 라이브피칭서 빛난 진가
  5. 5토론토 1루수 쇼 “아버진 박찬호, 나는 류현진과 호흡”
  6. 6테니스 세계 82위 권순우 50위권 또 깼다
  7. 7부산 ‘정트리오’ 막내 기꼬 , 바이애슬론 깜짝 3위
  8. 8손흥민, 챔스리그 16강서 6경기 연속 골 도전
  9. 9‘LPGA 20승’ 박인비 세계랭킹 11위로 껑충
  10. 10
한국전쟁 70년…분단인 통일인
독일 통일과정 7대 과오
한국전쟁 70년…분단인 통일인
다시 읽어보는 한 ‘분단인’의 삶
강동진 칼럼 [전체보기]
제1부두, 이왕 보존하는 김에 제대로
도시 규제의 경제학
기고 [전체보기]
각본상 ‘기생충’과 문학·문학인의 자리 /김광수
‘견제와 균형’의 형사사법 시스템을 바라며 /백상훈
기자수첩 [전체보기]
화포천습지, 보호대책 서둘러야 /박동필
장난치지 말고··· /신심범
김용석 칼럼 [전체보기]
개혁을 위한 아카데미상은 없지만
영화 진흥은 영화관서 시작된다
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전체보기]
강강술래와 농악
‘시립’과 ‘국립’의 앙상블
뉴스와 현장 [전체보기]
이상문학상 사태가 남긴 것 /정홍주
전염성 있는 신뢰를 찾습니다 /최영지
도청도설 [전체보기]
감천할매들의 예술
명지의 청년풍
문태준 칼럼 [전체보기]
상월선원의 천막결사
내심(內心)의 소리 듣는 시간
박상현의 끼니 [전체보기]
어느 이탈리안 레스토랑의 10주년
따끈한 쌀밥에는 명란젓
사설 [전체보기]
황당한 안내 표지판, 국제관광도시 부산 갈 길 멀다
청년 창업 인프라만 만들어 놓는다고 활성화되겠나
이상이 칼럼 [전체보기]
인구 절벽 시대, 복지 대타협 급하다
지속 가능한 노인 돌봄, 지역사회도 나서라
이수훈 칼럼 [전체보기]
“한미동맹, 이상없다”
한일 ‘투 트랙 외교’ 올해는 회복해야
이은화의 미술여행 [전체보기]
호의가 낳은 명작
죽기를 결심하고 그린 명작
이홍 칼럼 [전체보기]
한국 경제 회복탄력성이 관건이다
한국 경제, 희망의 빛도 보인다
장재건 칼럼 [전체보기]
“나는 바이러스가 아니다”
설 연휴 무탈하셨는지?
조영석의 음악이야기 [전체보기]
나의 LP 이야기
핀란드의 찬가 ‘핀란디아’
최태호의 와인 한 잔 [전체보기]
와인 바이러스와 기생충
와인의 소리
특별기고 [전체보기]
‘코로나 19’ 반드시 이겨낼 것이다 /곽붕
황정수의 그림산책 [전체보기]
심사정 지두화 ‘절로도해도’
겸재 정선 ‘수박 서리하는 쥐’
  • 제8회 바다식목일 공모전
  • 2020 어린이 극지해양 아카데미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
스토리 박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