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데스크시각] 함안보 타워 크레인에서 본 세상 /박창희

죽을까 겁이 나고 배고픔 시달려도 고뇌의 선택임을 알아주었으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아, 뜨겁다. 불볕의 폭염에 달궈진 철제 난간이 후끈거린다. 숫제 고기 없는 불판이다. 휴가다, 피서다 하는 때에 이 무슨 지랄인가. 말이 통하지 않는 세상, 말을 통하게 하는 최후의 수단이 머쓱하구나.

함안보의 타워 크레인에 올라온 지 벌써 15일째다. 하늘로 치솟아 두 팔을 벌린 타워 크레인, 높이 40m 고공에서 사생결단 농성을 하다니.

내려다보니 거대한 공사판이다. 낙동강 18공구 함안보. 명색이 선전은 친환경 다기능 보란다. '아'. 아라가야·빛벌가야에서 따왔다는 애칭이 예쁘다. 아니 애처롭다. 예쁜 이름을 지어놓고 원성만 쌓고 있으니 말이다.

어지럽다. 현기증이 인다. 수만 년 동안 자연이었던 강을, 2~3년 만에 인공으로 둔갑시키려는 저 무지막지한 돌관(突貫)공사를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우리도 우리지만, 후손들과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이 사태를 어떻게 얘기해줄 수 있을까. 힘과 자본으로 중무장한 국가시스템의 돌격 명령이 실로 무섭기만 하다.

휘청~. 바람 따라 타워 크레인이 움직인다. 다리가 후들후들 떨린다. 며칠 전 폭풍우가 몰아칠 땐 타워 크레인의 T자 가로축 구조물이 180도 회전했다. 머리칼이 쭈뼛 섰다. 이게 돌았나 싶었다. 설상가상 천둥 번개까지 쳤다. 피뢰침은 설치됐을 테지만 밤새 불안에 떨었다. 솔직히 죽을까 겁이 났다. 불면의 밤이 간신히 새벽을 불러왔을 때 우린 녹초가 되어 있었다.

이제 배고픈 줄도 모르겠다. 생수와 햇반 한 덩이, 누룽지 몇 조각이 일용할 양식이다. 하루 한끼라도 고맙다. 비워야 한다. 버텨야 한다. 타워 크레인이 무너지기 전, 우리가 먼저 무너져선 안 되므로. 한 평 남짓 크레인 조종실이 우리의 모텔이다. 생리현상도 최대한 참자. 그래도 나오는 것은 티슈로 처리하고 나머지는 햇볕에 바싹 말려 없앤다. 문명을 거부한 원시인처럼 사는 거다.

생각난다. 지난달 22일 새벽 함안보 공사장에 물난리가 났다. 가물막이 속 타워 크레인 아래로 시뻘건 황톳물이 차올랐다. 야음을 틈탄 작전 개시. 보트를 타고 타워 크레인으로 접근, 조마조마 사다리를 기어올랐다. 짐을 올리는데 경찰이 쫓아와 일부를 떨어뜨렸다. 현수막을 걸고 소리쳤다. '4대 강이 니끼가? 국민여론 수렴하라!'

함안보 전망대 마당에 불빛이 일렁거린다. 농성 후 하루도 빠짐없이 켜진 촛불이다. '최수영·이환문 너희가 희망이다….' 강 건너편에서 희미하게 들려오는 촛불들의 외침. 콧등이 찡하다.

이제 내려가고 싶다. 지친다. 배고픔과 외로움, 격절감 그리고 뒷일에 대한 공포…. 가족이 보고 싶다. 친구들과 동료 활동가들, 그 속에서 얻은 자잘한 행복들…. 나는 왜 모든 것을 걸고 4대 강 '바벨탑'에 올랐던가. 이 막개발의 끝은 어디일 것인가. 진지하게 묻고자 한다. 국민 70% 가량이 우려하는 사업을 그냥 밀어붙여도 좋다는 건가. 4대 강 사업의 제반 문제 해결을 위한 범국민논의기구와 국회의 특별기구 구성은 불가능한가.

발밑에 경찰 기동대 1개 중대가 배치돼 있다. 소방차와 구급차도 보인다. 여차 하면 강제집압에 나설 것이다. 올라가기도 어렵지만, 내려오기는 더 어려운 법. 내려가고 싶어도 우리에겐 명분이 없다. 정부와 한나라당은 귀를 닫기로 작정한 것 같다. 그러면서 즉각 퇴거하지 않을 경우 하루 2000만 원씩 물 각오를 하라고 압박한다.

강에 철심을 박은 타워 크레인이여, 미안하구나. 그러나 우리들 진심만은 알아주길. 소란을 피우고 공사를 늦춘 것은 결코 사사로운 선택이 아니라 이 나라 공동체를 위한 고뇌의 선택이었음을. 이 국가 사업이 가져올 미증유의 재앙과 파장을 조금이나마 줄이려 결행한 행동임을.


(※이 글은 '4대 강 정비사업 중단'을 촉구하며 지난 7월 22일부터 경남 함안보 타워 크레인을 점거해 농성 중인 최수영(40) 부산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과 이환문(42) 진주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과의 휴대폰 통화 및 농성 지원 활동가들의 이야기를 토대로 재구성했다. 두 활동가의 안전과 무사귀환을 바란다.)


[국제신문 공식 페이스북] [국제신문 인스타그램]

 많이 본 뉴스RSS

  1. 1'명품마을' 혁신을 찾아서 <7> 진주 옥봉지구 새뜰마을
  2. 2부산국제어린이영화제, 상영지역 중구까지 확대
  3. 3[사설] 사회적 거리두기 2주 연장…국민적 협조 중대고비다
  4. 4코로나 진단키트·손소독제 수출 폭증…‘K-방역’ 세계 입증
  5. 5[세상읽기] 거짓과 위선, 탈중국화의 일본사례 /이호철
  6. 6“부산 대기업 유치전략 궁금”…“내가 후보라면 대중교통 공약”
  7. 7안산도시공사, 운동장 필기시험 진행
  8. 8기업 1분기 영업익 17%↓암울한 전망
  9. 9“조합이 주민 간 소통·협력 구심점…복지 향상 위해 노력할 것”
  10. 10시공간 속 찰나의 삶…작품으로 주고받는 두 예술가의 대담
  1. 1부산선관위 150만 가구에 선거공보 발송·투표소 912곳 확정
  2. 2총선 유권자 4399만 명…만 18세 54만 명(1.2%)
  3. 3주한 미군, 코로나19 지침 어진 병사 3명 ‘훈련병’ 강등
  4. 4“부산 대기업 유치전략 궁금”…“내가 후보라면 대중교통 공약”
  5. 5부울경 미래한국 32% 범진보 34%…비례정당도 PK 혈전
  6. 6SNS에 지지후보 소개 가능…특정 정당 기재된 모자 착용은 안 돼
  7. 7진주을 무소속 이창희 방송토론 배제에 반발
  8. 8창원성산 범진보 단일화 일단 무산…노동계 “뭉쳐야 산다”
  9. 9울주 검경 출신 후보 ‘하명수사’ 공방…김영문 “재판 봐야” 서범수 “불법 공작”
  10. 10경찰 실수로 전과누락 위법 판단…‘특정인 찍지말자’는 문제 없어
  1. 1코로나 진단키트·손소독제 수출 폭증…‘K-방역’ 세계 입증
  2. 2기업 1분기 영업익 17%↓암울한 전망
  3. 3코로나 진정돼도 저금리 장기화 땐 구조적 불황 우려
  4. 4KIOST(한국해양과학기술원), 안산 본원 매각…부산 청사 건립비 ‘숨통’
  5. 5기업은행 창업 육성 플랫폼 3개 센터 혁신 창업기업 공모
  6. 6공정위 부산사무소장 피계림, 첫 여성 지방 소장으로 발탁
  7. 77조1000억 2차 추경안, 이르면 금주 국회 제출
  8. 83월 건보료 기준…가족과 따로 사는 1인 청년·노인은 별도 가구로 봐 지원
  9. 91분기 농식품 수출 5.8% 늘어
  10. 10정부, 연안여객선 운항관리비 부담금 일시 유예
  1. 1부산 13일째 지역사회 감염 ‘0명…추가 확진도 나흘째 없어
  2. 2[오늘날씨] 전국 맑고 일교차 커…강원 지역 한파주의보
  3. 3사천에서 코로나19 확진자 2명 발생
  4. 4부산 음주운전 30대 시내버스 들이 받아…가스 유출
  5. 5서울아산병원서 두 번째 확진자 발생…첫 확진자와 같은 병실 환아 보호자
  6. 6의정부성모병원 입원했던 50대, '확진 판정 하루 만에 사망'
  7. 7경남 코로나19 전담병원 마산의료원 간호사 확진…응급실 일시 폐쇄
  8. 8군포시, 자가격리 무시 후 확진 판정 받은 부부 고발
  9. 9온라인 개학 이후 초등 1∼2학년은 스마트기기 없이 EBS·학습자료로 수업
  10. 10코로나가 쏘아올린 기본소득 ⑥ 부산 재난관련 지원금 5가지
  1. 1프리미어리거, 연봉 30% 삭감 반대…“부자 구단만 이득”
  2. 2내년 도쿄올림픽 남자축구, 1997년생도 ‘태극마크’ 단다
  3. 3LPGA 투어 6월 중순까지 중단
  4. 4‘전설’ 코비 브라이언트, 농구 명예의 전당 헌액
  5. 5“허약한 수비 보완, kt 색깔 맞는 농구 선보이겠다”
  6. 6테니스 라켓 대신 프라이팬…랭킹 1위의 ‘집콕 챌린지’
  7. 7‘백수’ 류현진·추신수, 일당 1억 이상→582만 원
  8. 8토론토 6월까지 행사 금지…“MLB 7월 개막이 적합”
  9. 9샘슨 4이닝 무실점·마차도 홈런포…외인 에이스 ‘이상무’
  10. 10144년 전통 윔블던 대회도 취소
한국전쟁 70년…분단인 통일인
독일 통일과정 7대 과오
한국전쟁 70년…분단인 통일인
다시 읽어보는 한 ‘분단인’의 삶
강동진 칼럼 [전체보기]
그럼에도 봄은 오고 있다
제1부두, 이왕 보존하는 김에 제대로
기고 [전체보기]
더 힘들고 연약한 우리 아이를 위하여 /여승수
‘코로나19와 공존’하는 일상을 찾기 위해 /손현진
기자수첩 [전체보기]
억측과 갈등만 낳는 낙동강청 /임동우
양산 도로 침하 사고의 교훈 /김성룡
김용석 칼럼 [전체보기]
히포크라테스의 거울
개혁을 위한 아카데미상은 없지만
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전체보기]
귀하디귀한 악기 ‘편경’
강강술래와 농악
뉴스와 현장 [전체보기]
인내의 시간, 염치를 갖자 /송진영
부산시의 뒷북 /하송이
도청도설 [전체보기]
‘맬서스의 저주’
슬기로운 ‘집콕’ 생활
문태준 칼럼 [전체보기]
우리는 서로의 환경이다
여든 살 어머니의 만학
박상현의 끼니 [전체보기]
도다리쑥국
아시정구지의 추억
사설 [전체보기]
사회적 거리두기 2주 연장…국민적 협조 중대고비다
건보료 기준 긴급재난지원금, 혼란 최소화 보완을
이상이 칼럼 [전체보기]
국민건강보험의 지속 가능성을 높이려면
인구 절벽 시대, 복지 대타협 급하다
이수훈 칼럼 [전체보기]
허황된 중국경사론
“한미동맹, 이상없다”
이은화의 미술여행 [전체보기]
전쟁의 얼굴
호의가 낳은 명작
이홍 칼럼 [전체보기]
코로나의 도전과 한국인의 응전
한국 경제 회복탄력성이 관건이다
장재건 칼럼 [전체보기]
코로나가 지구촌에 던진 경고
코로나 최전선 지방정부엔 여야가 없다
조영석의 음악이야기 [전체보기]
바흐의 무반주 첼로 모음곡
‘사계’ 연주의 전설, 이 무지치
최태호의 와인 한 잔 [전체보기]
와인의 르네상스
영화 ‘사이드웨이’가 말하는 것
특별기고 [전체보기]
‘도시국가’시대 市長의 역할 /정해문
‘코로나 19’ 반드시 이겨낼 것이다 /곽붕
황정수의 그림산책 [전체보기]
소치 허련이 그린 도깨비 그림
우봉 조희룡의 매화서옥도
  • 낙동강수필공모전
  • 2020하프마라톤대회
  • 2020 어린이 극지해양 아카데미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
스토리 박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