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장병윤 칼럼] 광화문의 교훈

나라의 상징, 조급하게 복원

졸속 시비 낳았듯 녹색성장·4대강도 뒤탈 걱정이다

  • 트위터
  • 페이스북
  • 기사주소복사
  • 스크랩
  • 인쇄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광화문이 어떤 문인가. 이 나라의 으뜸가는 문이다. 국가의 위엄을 상징하는 '빛 光'자를 쓴 것만 봐도 '나라의 문'임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光化'는 서경의 '光被四表 化及萬邦'에서 나온 말로 밝은 빛이 사방을 덮고 교화가 만방에 두루 미친다는 뜻이다. 광화문은 단순한 건축 문화재가 아니라 우리 민족의 얼과 문화를 보여 주는 '빛의 문'이다. 그래서 광화문의 복원을 지난 100년을 딛고 비상하는 새로운 100년을 여는 일이라고 의미를 부여하기도 했다.

그런 광화문이 복원 석 달 만에 얼굴격인 현판에 균열이 생겼으니 황망할 따름이다. 육안으로도 뚜렷이 구별될 정도로 세로로 커다랗게 금이 가 '光'자의 왼쪽 삐침이 갈라졌다. 광화문 복원을 주도했던 문화재청은 "건조한 날씨로 나무가 수축해서 생긴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대수롭지 않은 일이라면서 "틈새를 톱밥과 아교로 메워 보완하겠다"고 한다. 하지만 목재 전문가들은 "갈라진 모양이나 시기 등으로 볼 때 현판으로 쓴 전통 소나무가 충분히 건조되지 않아 생긴 일"이라고 한다.

이러니 어찌 광화문 현판의 균열을 두고 '졸속'을 거론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원래 올 연말로 예정된 광화문 복원사업의 완공 기한을 두 차례에 걸쳐 다섯 달이나 앞당긴 게 화근이 되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G20 정상회의에 맞춰 9월 말에 완공하려 했다가, 한일강제병합 100주년을 맞는 광복절 행사에 맞춰 지난 7월 말로 다시 앞당긴 것이다. 박정희 시대에 시멘트 구조물로 급조했던 탓에 해체되는 운명을 피할 수 없었던 광화문이 또 다시 졸속 시비에 휘말린 것은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역사적으로 이런 졸속의 배경에는 전시하고 싶은 욕망, 치적에 대한 집착 등이 도사리고 있음은 알 수가 있다. G20이나 광복절 행사를 내세워 공기를 단축한 데에 그런 정치적 의도가 개입된 게 아니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어쨌든 내실보다는 겉모양에 치중해 성과에 급급한 것이 선전을 동원하는 후진적 통치술의 하나로 여겨지기까지 한다. 지난 6월 문화재청이 광화문 복원 공기 단축을 발표했을 때 언론이나 전문가들의 '졸속'의 우려와 폐해를 들어 숱한 문제 제기를 했다. 하지만 당국은 아예 귀를 틀어막았으니, 하루 빨리 복원해 광복절 기념식에 근사한 볼거리를 마련하겠다는 조급증이 앞섰다고 할밖에.

이런 연유에 비춰볼 때 광화문 현판의 균열은 여전히 졸속이 통하는 우리 사회의 후진성을 드러냈다고 할 수 있겠다. 일각의 "문화재 복원마저 정치적 입김이 동원되어 결국은 화를 자초했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렵게 된 셈이다. 당국은 여러 이유를 대면서 어쩔 수 없었던 일이라 강변하며 현판 균열의 예를 여럿 들고 있긴 하지만, 우리의 편액 문화재들이 다 그런 것은 아니지 않은가. 무엇보다 나라를 상징하는 문화재의 복원이란 점에서 예상되는 문제점들은 충분히 고려했어야 했다.
문제는 이런 졸속이 어디 문화재뿐인가 하는 데 있다. 선진국을 목전에 두고 있다는 지금도 여전히 관료 중심의 조급한 성과주의가 도처에 널려 내실 없는 졸속이 판을 치고 있다. 이벤트 벌이듯 요란하기만 '친서민'도 여전히 국민적 지지를 확보하지 못하고 있고 알맹이보다 치장에 더 신경쓴 '녹색성장' 또한 구호만 요란하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무엇보다 여전히 논란이 되고 있는 4대강사업에 이런 졸속의 그림자가 어른거린다. 준설토 처리의 한계, 식수원 주변 폐기물 처리, 문화재 부실조사 등 무리한 공사의 부작용이 잇따라 드러나고 있다. 하지만 정부 여당은 마치 4대강공사가 성역이라도 되듯 전문가들의 지적이나 우려를 정치적인 반대로 치부하며 군사작전하듯 밀어붙인다.

아무리 선진화와 국격을 외쳐도 과정이나 수단에 문제가 있으면 후진성을 벗어날 수 없다. 짧은 기간에 큰 효율을 내려는 무리한 정책, 내실보다 보여주기 위한 것이 횡행하는 한 선진화는 요원할 뿐이다. '사라지려 하는 한 조선 건축을 위하여'란 글로 일제의 광화문 파괴 음모를 막아냈던 일본 지식인 야나기 무네요시(柳宗悅)의 '정치는 예술을 침해하는 횡포를 삼가야 한다'는 지적이 여전히 유효한 시절 아닌가.

[국제신문 공식 페이스북] [국제신문 인스타그램]
  • 기사주소복사
  • 스크랩
  • 인쇄

 많이 본 뉴스RSS

  1. 1심상찮은 PK 민심에…문재인 대통령 급히 일정바꿔 부산행
  2. 2부산~싱가포르 ‘알짜 노선’ 배분 앞두고 항공사 초긴장
  3. 3조봉권의 문화현장 <47> 왜 환대의 도시인가?
  4. 4[사설] 부산영상후반작업시설 운영 해법 빨리 찾아야
  5. 5LPGA 회장 “부산을 아시아 최고 골프도시로”
  6. 6부산 중구 중앙동 주민자치위원회, 윷놀이한마당 행사 개최
  7. 7과거로 역주행…한국당 전대 그들만의 리그 되나
  8. 8“전 정부 결정 변경 가능…부산 최적 입지에 공항 세워야”
  9. 9제2의 도시 위상…관문공항에 달렸다 <5> 따로노는 인프라
  10. 10무역협회, 일본 이마바리 조선전시회 참가 지원
  1. 1김준교 누구? 카이스트 졸업 후 대치동서 수학 강사 활동, 2008년 국회의원 출마 후 3위 낙선
  2. 2‘짝’ 모태솔로 남자 3호 김준교 “저딴 게 무슨 대통령” 막말… 각계 비판 여론 직면
  3. 3‘모태솔로 남자 3호’ 김준교, 청년최고위원 도전… “이딴 게 무슨 대통령”
  4. 4부산 중구, 영주2동 장학회 장학증서 수여식 개최
  5. 5심상찮은 PK 민심에…문재인 대통령 급히 일정바꿔 부산행
  6. 6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 기념, 백산기념관 3·1절『한 시대 다른 삶』특별전 개최
  7. 7“전 정부 결정 변경 가능…부산 최적 입지에 공항 세워야”
  8. 8과거로 역주행…한국당 전대 그들만의 리그 되나
  9. 9민주 “김경수-드루킹 공모 증거 없다”
  10. 10청와대 과기보좌관에 이공주, 새만금개발청장 김현숙
  1. 1부산~싱가포르 ‘알짜 노선’ 배분 앞두고 항공사 초긴장
  2. 2 따로노는 인프라
  3. 3부산, 상용근로자 월급 322만 원…전국서 가장 많이 올라도 바닥권
  4. 4부산시, 지역 신발 브랜드 제품 개발 돕는다
  5. 5무역협회, 일본 이마바리 조선전시회 참가 지원
  6. 6“해외도시와 경쟁 위해 가덕도에 관문공항 만들어야”
  7. 7금융·증시 동향
  8. 8부산 패션브랜드·장인들 뭉쳐 ‘수제화 스니커즈’ 만든다
  9. 9라면에도, 예금상품에도 ‘3·1절 100주년’ 열풍
  10. 10주가지수- 2019년 2월 19일
  1. 1레이싱걸 류지혜 과거 낙태 고백에 프로게이머 이영호 해명 ‘소동’
  2. 2이다지 성희롱 외모 품평 고소하나? "PDF, 웹페이지 박제 OK"
  3. 3오늘 정월대보름, 전국에 눈·비… 지역별 달 뜨는 시간은? “달 볼 수 있을까?”
  4. 4이영호, 류지혜와 교제시절 발언 “예쁜 여자와 결혼이 꿈”
  5. 5정월대보름 현재 전국 날씨, 인천 수원 천안 청주 등 눈 펑펑 날씨 예보
  6. 6낙태 고백 류지혜, 춤추다가 극단적 선택 암시하기도… 네티즌들 “대책 필요”
  7. 7손승원 ‘보석 기각’… “술 의지 않겠다” 간청 받아들이지 않은 재판부
  8. 8류지혜, SNS에 “난 여자니까”… 하지만 낙태 당시 이영호는 미성년자
  9. 9흉가체험 중 요양병원에서 시체 발견한 BJ… “타살 흔적 발견 못해”
  10. 10‘흉가 체험’ 유튜버 진짜 시신 발견…’60대 노숙인’
  1. 1‘아자르가 또 다시?’ 첼시, 맨유 상대로 잉글랜드 FA컵 영광 지킬까(예상 라인업)
  2. 2맨유-첼시, 선발 라인업 ’루카쿠vs아자르’
  3. 3바이에른 뮌헨 정우영, 리버풀전 출전 가능성은?(챔피언스리그)
  4. 4'헤더 2골' 맨유, 첼시 상대로 2-0 리드(전반종료)
  5. 5박성현, '시즌 5승' 향해 출발…태국서 시즌 첫 출전
  6. 6프로농구 용병 최단신은 KCC 마커스 킨 171.9cm
  7. 7맨유 에레라 포그바 골로 첼시 2대0 꺾어
  8. 8프로야구 롯데, 부산지역 4개 중학교에 피칭머신 기증
  9. 9남자농구 대표팀, 농구 월드컵 예선 레바논 원정 출국
  10. 10호주여자오픈 준우승 고진영, 개인 최고 세계랭킹 8위
부산정치인의 말말말
부산정치인의 말말말-오거돈 부산시장
부산정치인의 말말말
부산정치인의 말말말-박인영 부산시의회 의장
강동수의 세설사설 [전체보기]
새해 개천에서 용이 나려면
1919년 그리고 100년, ‘잡화엄식(雜華嚴飾)’을 꿈꾼다
강동진 칼럼 [전체보기]
농업이 도시로 들어오고 있다
북항은 진정한 부산의 미래가 되어야 한다
기고 [전체보기]
보행도시, 생태적 지혜와 철학 위에서 구현을 /류경희
미래 수산식품산업을 생각하며 /남택정
기자수첩 [전체보기]
‘교양’을 갖춘 사회를 바란다 /신심범
깨지지 않은 ‘서부산 징크스’ /임동우
김용석 칼럼 [전체보기]
‘반려동물’ 수난 시대
‘스마트’하게 살지 않을 권리
김정현 칼럼 [전체보기]
기꺼이 불효를 저질렀습니다
삶의 존엄, 죽음의 존엄
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전체보기]
국악 선입견과 마주하기
제례악에 내포된 음양오행 사상
뉴스와 현장 [전체보기]
中企를 위한 금융은 없다? /정유선
김복동을 잊지 말자 /이병욱
도청도설 [전체보기]
광복동 창선파출소
면도기 전자파
문태준 칼럼 [전체보기]
자기 표현의 기술
신춘문예 당선 소감을 읽으며
박무성 칼럼 [전체보기]
국민의 눈높이
‘밥 한 공기 300원’의 미래
박상현의 끼니 [전체보기]
포르투갈 리스본의 에그타르트
진화하는 통영 꿀빵
사설 [전체보기]
부산영상후반작업시설 운영 해법 빨리 찾아야
‘5·18 망언’ 의원 징계안 상정도 못 한 국회 윤리특위
이상이 칼럼 [전체보기]
생계급여 수급 노인과 ‘줬다 뺏는 기초연금’
출산 절벽시대 ‘인구 장관’ 필요하다
이은화의 미술여행 [전체보기]
기절을 부르는 비너스
미술관을 지키는 강아지
이홍 칼럼 [전체보기]
개념도 정리 안 된 ‘4차 산업혁명’
장재건 칼럼 [전체보기]
되살아나는 박근혜의 그림자
보행친화도시로 가는 길
조영석의 음악이야기 [전체보기]
봄이 오는 길목에서
발랄라이카와 닥터 지바고
최태호의 와인 한 잔 [전체보기]
프랑스와 미국의 와인전쟁
포도의 변신은 무죄
황정수의 그림산책 [전체보기]
단발령에서 바라본 금강산
  • 복간30주년기념음악회
  • 어린이극지해양아카데미
  • 유콘서트
경남교육청
클레이아크 김해미술관
해맑은 상상 밀양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
스토리 박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