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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해 大 트레일을 연다 <10> 포항 화진~포스코(약 55㎞)

[창간 63주년 특집] 통일전망대 ~ 부산 650㎞

회색 철강도시 가는 푸른 해안길… 상전벽해는 진행형

  • 박창희 기자 chpark@kookje.co.kr
  •  |   입력 : 2010-11-08 21:09:59
  •  |   본지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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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내 최초 화석 전문 경보화석박물관… 칠포 바위그림 바다흔적 더듬고
- '그대 그리고 나' 장사해수욕장, 오도리 사방기념공원 유명세 톡톡히 치러
- '영일만 기적' 이룬 곳 신항 공사로 어수선
- 흐릿하던 포항제철소 친환경 색채 변신 중

포항 형산강 하구에 조성된 강변공원의 걷기 좋은 둑방길. 맞은 편에 포항제철소(포스코)가 보인다. 박창희 기자
포항을 어떻게 통과할까? 도보탐사팀이 솔직히 걱정한 부분이다. 해변과 해안은 어떻게든 길을 찾아 걸을 수가 있지만, 도시 구간은 길 찾기가 까다로울 수밖에 없다. 게다가 그곳이 철강도시 포항이 아닌가. 한데, 괜한 걱정이었다. 강구항과 장사 해수욕장을 지나 포항 권역으로 접어들자 해안길은 더 선명했고 포항시내 구간도 해안이 대폭 정비되어 걷기에 무리가 없었다. 포항이 서서히 걷고 싶은 도시로 바뀌고 있었다.

■바닷가 가는 길

강구항 하구를 따라 강구해안길을 걷는다. 차도와 인도가 분리돼 있다. 뜻밖이다. 20여분 걷자 삼사해상공원 진입로가 나타난다. 오르막길이 숨차다. 단숨에 오르자 영덕어촌민속박물관과 경북대종이 길손을 맞는다. 삼사해상공원은 1988년부터 개발된 종합유원지. 경관은 빼어나지만 어쩐지 썰렁하다.

남호 해수욕장→구계항→경보화석박물관→장사 해수욕장을 차례차례 지난다. 이제 포항권이다. 또 다시 펼쳐지는 바다. 지겨울 법 한데도 그렇질 않다. 이게 바다가 아니었다면, 지친 나그네를 품어주는 대양이 아니었다면, 우린 아마 지쳐 포기해버렸을 지도 모른다. 그런데 바다는 지친 나그네들에게 끊임없이 원기를 불어넣어 걷고 또 걷게 한다.

국도변의 경보화석박물관은 국내 최초의 화석 전문 박물관이다. 세계 20여 개국에서 수집된 화석 1500여 점이 전시돼 있다. 모래밭이 긴 장사(長沙) 해수욕장은 드라마 '그대 그리고 나'의 촬영지로 소문나 있다.

화진휴게소에서 화진 해수욕장까지는 해변 농로가 연결돼 있다. '3006번 해안도로'를 따라 들어간다. '바닷가 가는 길'이라 적힌 안내판이 길손을 유혹한다. 어라? 아기자기한 마을길을 끼고 집집마다 예쁜 텃밭과 꽃밭을 거느리고 있다. 담쟁이가 돌담을 타 넘고, 감나무 대추나무 무화과나무가 해풍에 배시시 웃는다. 바다가 코앞이다. 마을길은 포항시 송라면 방석2리 버스정류장까지 연결된다. 거리는 1㎞ 정도로 짧지만 행복이 피어나는 바닷길이다.

■칠포 바위그림

영덕 삼사해상공원 전경.
월포 해수욕장을 지나자, 이가리-청진리- 오도리 등 자잘한 바닷가 마을이 이어진다. 오도리의 사방기념공원이 볼거리다. 사방(沙放) 기술이 도입된 100년을 기념하여 2007년에 공원을 꾸몄다고 한다. 보아하니, 주변이 펜션 천국이다. 펜션이 많다는 것은 경치가 좋다는 얘긴데, 그 때문에 경치가 훼손되고 있으니 반길 일만은 아니다. 멀찌감치 남쪽으로 영일만과 호미(장기)반도가 가물거린다.

칠포교를 지나 2㎞ 정도 내려가자 3거리에 칠포 바위그림 안내표지가 나타난다. 1989년 포철고문화연구회가 칠포 곤륜산(176m) 자락에서 선사시대 바위그림들을 발견했다. 바위그림은 칠포 1, 2리를 가르는 소동천 남쪽으로 쌍두들, 농발재, 신흥리 오줌바위 그리고 곤륜산 일대에 걸쳐 전체 5개소 11종이 분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 최대 규모라고 한다. 선사인들이 바위그림을 통해 전하고자 한 메시지는 무엇일까? 농경사회의 풍요, 재생, 다산 기원, 땅(어머니)에 대한 숭배 등 여러가지 설이 난무하지만, 바위그림은 입을 열지 않고 있다.

탐사팀이 찾아간 곤륜산 서북쪽 기슭의 바위그림은 마치 우리 시대의 어느 장인이 정으로 찍어낸 듯 자취가 생생했다.

■영일만 친구들은 어디에

영일만 신항을 찾아가는 길은 어수선했다. 포항시 흥해읍 곡강3리 대구교육해양연수원을 지나자 포스코 SFC공장이 나타난다. 영일만 신항의 배후단지라고 한다. 영일만 내항의 방파제에 수십명의 낚시꾼들이 일렬 횡대로 낚싯대를 드리우고 있다. 재미있는 풍경이다. 거친 파도를 뚫고 누군가가 노래를 부른다.

'바닷가에서 오두막집을 짓고 사는 어릴 적 내 친구/ 푸른 파도 마시며 넓은 바다의 아침을 맞는다…' 젊은날 우리들 가슴을 뛰게 했던 최백호의 '영일만 친구'. 이 노래로 인해 영일만은 대중들의 가슴 속에 영원히 숨쉰다. 노래에 등장하는 그때 그 친구들은 다들 어디로 가버렸을까. 신항 공사가 끝나면 죽천리 해안으로 가는 길이 열릴 지도 모른다고 한 주민이 귀띔한다. 막힌 가슴이 뚫리는 것 같다.

흥해읍 용한 삼거리에서 죽천 해안길로 들어간다. 죽천초등교 앞 골목길을 따라 줄곧 내려가니 해안이다. 거대한 호랑이가 길게 드러누운 듯한 호미반도가 한층 실감나게 다가온다. 죽천하와이 앞에서 20번 지방도를 따라 걷다가 양덕 사거리에서 왼쪽으로 돌아 환호동 해맞이공원으로 향한다. 본격 포항시내 해안도로다.

■포항의 놀라운 변신

연오랑 세오녀의 설화가 전해지는 포항시 동해면 일월사당.
'포항= 철강= 굴뚝연기= 공해'. 이러한 등식은 이제 폐기돼야 할 것 같다. 1969년 '포스코 신화'가 시작된 이후 40년간 흐린 이미지를 피할 수 없었던 포항의 풍경이 바뀌고 있다. 지저분하던 북부해수욕장이 깔끔하게 정비됐고, 비린내를 풍기던 죽도시장 인근 동빈부두는 항만공원으로 거듭났다. 포항제철소의 공장건물들도 친환경 색체와 조명으로 옷을 바꿔입었다. 보행자를 위한 배려도 눈에 띈다. 두호동을 거쳐 북부 해수욕장→포항여객선터미널→포항 구항→동빈 큰다리→송도해수욕장을 통과하는 길이 지겹지 않을 정도로 포항의 변화는 길에서도 확인됐다.

포항해양경찰서를 지나자 강변공원 옆으로 둑방길이 시원하다. 맘놓고 걷노라니 형산강 하구가 코앞이다. 형산교차로에서 포스코대교를 건너자 포스코가 기다린다.

포항에서 숙소로 돌아가며 택시를 탔다. '죽도동 김 씨'라고 자신을 소개한 기사가 이야기꾼이었다. "포항에 섬이 5개나 있다는 말 들어봤소? 지금의 죽도교(竹島橋)가 세워지기 전 형산강 하구에 대도(大島)·상도(上島)·해도(海島)·송도(松島)·죽도(竹島) 다섯 개 섬마을이 있었지요. 형산강 제방 축조 전이지. 해도는 염전마을이라고도 했어. 소금이 좋았지. 그러다 1969년 포철이 들어서면서 상전벽해가 된거야."

'죽도동 김 씨'는 형산강의 형산(兄山) 유래에 대해서도 얘기했다. "경주의 서형산(선도산)과 북형산 사이를 흐른다해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해요. 신라시대엔 형산과 제산(아우산)이 있었는데 그곳에 지극한 효자가 있었다나. 포항 효자동이 거기서 유래했어요."

사실과 전설이 뒤섞인 얘기였지만, 포항의 지난 역사 한자락을 더듬어보게 했다. 길에서 만난 민중 구담이었다.


# 바다건너 神이 된 연오랑과 세오녀… 영일만 최고 스토리

포항 호미곶 광장의 연오랑 세오녀 상.
'신라 제8대 아달라왕 4년(서기 158년). 동해 바닷가에 연오랑(延烏郞)과 세오녀(細烏女) 부부가 살고 있었다. 어느 날 연오랑이 미역을 따러 바위에 올라섰는데 바위가 움직이더니 일본으로 가게 되었다. 일본 사람들은 연오랑을 보고 신이 보냈다고 여겨 그를 왕으로 섬겼다. 세오녀도 남편을 찾아 갔다. 이들이 일본으로 건너가자 신라의 해와 달이 빛을 잃었다. 서라벌의 사신이 일본에 갔다가 돌아와 제사를 지냈더니 다시 해와 달이 빛났다.'

'삼국유사'에 기록된 연오랑-세오녀 설화의 줄거리다. 이를 놓고 연오랑-세오녀를 당시 제철집단으로 보는 견해, 태양숭배집단으로 보는 시각, 일본 시마네현 개척세력으로 보는 측면 등 다양한 해석이 난무한다. 일부 학자들은 고대 한·일관계의 미스테리를 밝혀줄 한편의 서사시로 읽기도 한다.

연오랑 세오녀 설화는 국내에서 이미 연극, 뮤지컬, 문학작품, 축제 테마 등으로 활용되고 있다. KBS 역사스페셜에서도 이를 다루었다. 포항의 일간지 경북일보는 '연오랑세오녀연구소'를 만들어 국제세미나를 열기도 했다.

영일지방에는 지금도 줄을 이어 수평선 위를 지나가는 선박의 행렬을 '왜(倭)배 가는 것 같다'고 표현하는데, 이것도 연오랑 세오녀의 항해와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 있다.

연오랑 세오녀 유적은 여기저기 흩어져 있다. 동해면 도구리에 일월사당이, 오천읍 해병대 부대 안에 신라의 왕이 제사를 지냈다는 '일월지'가, 호미곶 해맞이광장에는 '연오랑세오녀상'이 있다. 경북도와 포항시는 동해면 일원에 '연오랑 세오녀 테마파크'를 추진 중이다. 이것이 완공되면 영일만에 새로운 해와 달이 생길 지도 모른다.


※국제신문·(사)걷고싶은부산 공동기획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아 취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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