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수록 태산’이란 말이 있는데, 부산의 대기환경 문제가 그 짝이지 싶다. 전국 최하위권의 미세먼지 상황이 좀처럼 나아지지 않는 데다, 부산 내 지역별 격차도 10년 전이나 요즘이나 매한가지여서다. 그러니 해마다 1000억 원 넘는 예산을 저감사업 부문에 쏟아붓는 게 무색한 지경이다. 마치 밑 빠진 독에 물 붓는 것 같은 느낌도 든다. 부산시가 이런저런 저감책을 아무리 펼쳐도 실제 측정치나 시민 체감도에서 그 효과가 잘 나타나지 않는다면, 헛수고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각종 공장과 산업·항만시설 등이 밀집한 서부산권만 해도 그렇다. 그중 사상구 학장동과 사하구 장림동이 대표적이다. 대기오염이 가장 심한 곳이란 오명이 지난 10년 동안 떨어질 줄 모른다. 두 지역은 2010년부터 미세먼지(PM10)와 초미세먼지(PM2.5)에서 늘상 1, 2위를 번갈아 기록해 왔다. 이번 부산시 행정사무감사 자료나 기존 데이터에 그대로 나온다. 더구나 연평균치 추이를 보면,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인체 건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환경기준치’를 크게 웃돈다.

통합 대기환경지수에서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두 지역의 측정치에서 ‘나쁨’ 및 ‘매우 나쁨’ 비율이 해운대구 좌동(9%)보다 배가 넘을 만큼 격차가 극명하다. 이런 상황이니, 그간 부산시 저감사업의 실효성에 근본적인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 예산 총액이 그 단면이다. 해마다 증가해 올해 1672억 원이고 내년에 2028억 원, 2022년에는 2401억 원에 달할 걸로 예상된다. 그런데도 학장·장림동을 비롯한 서부산권의 공기질이 개선되기는커녕 악화의 수렁에서 못 벗어나는 꼴이다.

그렇다면, 부산시 대책도 획기적으로 바뀌어야 옳다. 지역별 맞춤형으로 저감책을 세밀하게 펼쳐야 한다는 얘기다. 대기오염의 격차를 무시하고 똑같이 취급해서는 문제해결이 어렵다. 친환경차 보급에 예산을 지원하는 것도 좋지만, 그보다는 미세먼지가 심각한 지역의 배출원 규명과 그에 맞는 ‘핀셋 대책’을 우선적으로 시행하는 게 마땅하다. 시는 예산만 늘릴 게 아니라, 이제부터는 지역별 세부 저감 목표치를 제시하고 실질적인 성과를 내놔야 한다. 그래야 신뢰를 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