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경제적 인프라는 취약해도 공기 하나만큼은 서울보다 좋은 데 산다는 사실을 위안으로 삼는 부산시민이 적지 않다. 그런데 이런 위안마저 가질 수 없다는 것은 슬픈 일이 아닐 수 없다. 부산의 미세먼지 농도가 서울보다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환경부와 국립환경과학원이 공개한 '2014 대기환경연보'에 따르면 부산지역 측정소 19곳 중 42%인 8곳에서 환경기준치(50㎍/㎥)를 넘는 미세먼지(PM-10) 농도가 측정됐다. 이는 서울을 포함한 7대 도시 평균(21.6%)의 배에 육박하는 수치다. 부산지역에 높은 농도의 미세먼지가 광범위하게 퍼져 있다는 것이다.

부산의 미세먼지 평균농도는 48㎍/㎥로 인천(49㎍/㎥)에 이어 대도시 중 두 번째로 서울(46㎍/㎥), 울산(46㎍/㎥)보다 높다. 부산지역 지점별로는 공장이 많은 녹산동이 60㎍/㎥로 가장 높고, 기장읍이 34㎍/㎥로 가장 낮았다. 호흡기에 영향을 미치는 오존(O₃), 이산화황(SO₂)의 농도도 대도시 중 최고수준이었다. 전반적으로 부산의 공기가 수치상 서울보다 나을 게 없는 것으로 드러난 셈이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다른 시·도는 특정유해물질 농도의 개선속도가 빠른 데 비해 부산은 지지부진하다는 점이다. 환경기준에 부합하는 정도를 나타내는 '대기 환경 기준 달성률'은 미세먼지 8.2%, 오존 37.5% 대도시 평균보다 낮다. 특히 미세먼지의 경우 서울과 인천은 점차 낮아지고 있는 반면 부산은 제자리걸음이다. 서울은 2009년 미세먼지 농도가 기준치보다 높은 54㎍/㎥였으나 2010년 49㎍/㎥로 떨어진 이후 45~47㎍/㎥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인천은 서울보다 더 가파른 속도로 개선되고 있다. 그러나 부산은 미세먼지 농도가 2011년 서울에 역전된 뒤 답보상태다.

미세먼지는 납과 카드뮴 등 중금속과 화학물질이 섞여 있는 경우가 많다. 미세먼지가 건강을 위협하는 요소라는 것은 상식이다. 이제 어느때보다 경각심을 갖고 개선 방안을 체계적으로 세워 실천할 때다. 정부와 함께 부산시는 미세먼지를 비롯한 오염물질 저감정책을 확대·강화해야 한다. 시는 현재 추진 중인 '미세먼지 잡기 10년 계획'을 앞당겨 실현할 수 있도록 박차를 가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