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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병윤 칼럼] '1%를 위한 역사'의 실패

친일과 독재 미화로 국민 상식 외면한 교학사 한국사의 0%대 채택률 당연

기득권층 반성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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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에 '교학사 한국사'가 다수 채택됐더라면 어땠을까. 그랬어도 집권세력이나 보수우익들이 한국사 교과서 검정체계를 바꿔야 한다고 목청을 높였을까. 고교 한국사 교과서의 선택 결과를 놓고 그들이 보여준 반응은 어처구니없다. 새누리당 지도부는 연일 한국사 교과서의 국정화를 외치고, 교육부는 화답이라도 하듯이 편수조직 부활이란 꼼수를 내놨다. 자신들이 그토록 밀어붙이던 교학사 교과서가 교육 현장에서 외면당하자 평소 경원해마지 않던 '떼쓰기'의 진수를 유감없이 보여주고 있다.

교학사 한국사를 선택한 학교가 1800곳 중 단 한 곳에 그쳐 0.06%의 채택률을 기록한 것은 그들에게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었음에 틀림없다. 그동안 범우익 세력이 총궐기하다시피하며 기존의 한국사 교과서를 좌편향으로 몰아붙이고, 정부는 교학사 교과서를 신주단지 모시듯 감싸고 돌았는데 허무하게 무너지다니…. 보수언론까지 무더기로 나서 색깔공세도 마다않았는데 현장에서 처절하게 외면당할 수가. 그야말로 '멘붕의 충격'이 아닐 수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당연한 귀결이다. 국민들의 상식이 결코 친일과 독재를 미화하는 역사교육을 허용할 수 없기 때문이다. 진보와 보수를 떠나 우리 국민들은 친일과 독재에 대한 역사적 잣대만큼은 엄격하다. 이러한 국민들의 정서에 전쟁을 선포하고 나선 것부터 불경이었던 셈이다.
그들은 교학사 교과서가 등장한 뒤 다른 교과서에 대해 친일과 독재의 어두운 역사를 기록했다며 자학사관이라고 폄하했고, 심지어는 북한체제와 김일성을 찬양했다며 있지도 않은 사실을 들먹이며 좌편향 딱지 붙이기를 서슴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의 한국사 교과서들은 학계가 객관적 시각으로 축적해온 엄정한 역사기록이다. 결코 스스로를 업신여기는 자학사관이 될 수는 없다. 일제강점 36년의 질곡, 분단과 독재의 그늘을 딛고서 경제적 정치적 성취, 이 땅의 사람들이 만들어낸 빛나는 역사를 누가 부끄럽게 여기겠는가. 허리띠를 졸라맨 성실과 근면 위에 교육을 동력 삼은 민족적 역량이 비약적 경제발전을 이루고 민주화까지 쟁취한 사실은 자랑스러운 역사다. 일제에 빌붙어 부귀영화를 누렸던 친일세력이나 국민을 억압하고 기만했던 독재집단이나 덮고 싶은 불편한 과거가 아닐까.

우리에게 역사란 무엇이고, 또 역사를 통해 무엇을 배울 것인가. 지난 시간의 잘못을 되새기고 전철을 밟지 않겠다는 의지가 역사기술의 정신이고 역사교육의 역할이다. 과거의 잘못을 미화하거나 감추려는 것은 역사를 속이는 일이며 다시 같은 잘못을 되풀이하자는 거나 다를 바 없다. 우리가 일본의 우익 역사교과서를 비판하고 경계하는 이유 또한 그렇다. 침략의 역사를 부인하는 것도 모자라 정당화하는 그들의 역사왜곡에 분개하면서 친일을 합리화하기 위해 일제침략까지 근대화로 바라보는 빗나간 시각은 대체 무엇인가. 어렵사리 정립한 우리 근현대사에 딱지를 놓고 폄훼하는 행태의 이면에 도사린 속셈은 무엇일까. 해방 뒤에도 여전히 우리 사회 주류로 온갖 부와 권력을 누려온 기득권 세력, 이른바 1%를 위해 잘못된 과거를 치장하고 왜곡시키려는 것 아닌가.

한국사 교과서 채택 결과를 놓고 여당과 정부, 기득권층은 자성해야 한다. 앞뒤 안 가리고 밀어붙였던 우익 교과서가 왜 교실에서 거부당했는지를 살피는 일이 먼저다. 기본틀조차 갖추지 못한 왜곡과 부실투성이 교과서를 자신들의 입맛에 맞다고 무리하게 교육현장에 투입하려 한 것부터가 잘못이었다. 어쨌든 지난해 9월 여당 중진 김무성 의원이 '역사교실'이라는 모임을 만들고 좌파와의 역사전쟁을 선포하면서 매카시적 공세가 판쳤다. 교과부는 함량 미달의 우익 교과서를 구하기 위해 다른 교과서에도 물타기 수정을 요구하고, 온갖 특혜를 제공했지만 국민들로부터 외면 당했다. 그게 역사교과서 사태의 본질이다. 그런 점에서 여당의 교과서 국정화 주장이나 교육부의 편수조직 부활은 게임에 지자 판을 뒤엎겠다는 심보와 다를 바 없다. 국민들의 심판 결과를 무시하고 패자가 멋대로 심판을 바꾸겠다는 것은 참으로 낯 두꺼운 일이다. 이번 역사전쟁의 결과를 살아 있는 역사의 교훈으로 삼아야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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