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양국이 다음 달 1일 상호관세 25% 발효를 앞두고 다시 테이블에 앉는다. 25일(현지시간) ‘2+2 고위급 통상 협의’에서다. 한국에선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 미국에선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과 제이미슨 그리어 무역대표부(USTR) 대표가 참석한다.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몇차례 고위 및 실무급 협상을 진행했으나 결론에 이르지 못했다. ‘2+2 협의’와 별도로 위성락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장 등 고위급 50여 명이 관세 협상과 직간접적으로 연결된 외교·경제·산업 분야별 안건을 현지에서 ‘올코트 프레싱’ 방식으로 함께 협의할 예정이다.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2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대외경제장관회의를 마친 후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구 부총리는 여한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과 25일 미국에서 열리는 ‘2+2 고위급 통상협의’에 참석해 상호관세 요율 등을 협의할 예정이다.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4월 전세계에 상호관세 부과 방침을 공표한 이후 지금까지 미국과 협상이 타결된 국가는 5개국에 불과하다. 8번 대면 협상 끝에 22일 타결 소식을 알린 일본의 경우 상호관세를 25%에서 15%로, 자동차 관세를 25%에서 12.5%로 낮추는 대신 알래스카 액화천연가스(LNG) 투자, 자동차와 농산물 시장 개방 등을 미국에 양보했다. 이에 앞서 인도네시아는 상호관세를 32%에서 19%로 깎는 대가로 미국이 인도네시아에 수출하는 자동차·농산물·의약품에 대해 관세와 각종 규제를 없애기로 했다. 필리핀은 상호관세를 20%에서 1% 포인트 내리고 자국 시장은 관세율 0%에 개방하기로 합의했다. 협상 완료된 국가 사례에서 확인되는 주요 키워드는 자동차 농산물, 대미 투자다.

지난 4개월간 트럼프 대통령과 미국 관료들이 쏟아낸 말폭탄을 종합하면 미국이 궁극적으로 뭘 원하는지 윤곽은 그려진다. 대부분 비관세 장벽에 관한 사안이다. 월령 30개월 이상 소고기와 쌀 수입 확대, 유전자변형(GMO) 농산물 개방, 고정밀 지도 데이터 반출 등이다. 한국은 자동차와 자동차 부품, 철강 알루미늄 등에 부과된 품목별 관세와 다음달부터 적용되는 상호관세를 아예 없애거나 최대한 낮추는 게 목표다. 이를 위해 검토 중인 협상 카드는 미국 제조업 투자, 조선 반도체 배터리 전략산업 협력 강화, 방위비 등이 거론된다. 어떤 것을 내어주고 어떤 것을 취할지 고차 방정식을 풀어야 한다.

한국은 25~50% 관세가 작동 중인 자동차, 자동차 부품, 철강 등이 주력 상품인데다 나머지 품목 25% 상호관세까지 맞으면 대미 수출에 막대한 타격을 입게 된다. 자동차 수출 물량이 급감하는 등 미국발 관세전쟁 여파는 이미 현실화하고 있다. 아시아개발은행(ADB)은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1.5%에서 0.8%로 절반 가량 낮췄다. 비상계엄과 대통령 탄핵 국면에서 겨우 벗어나 새 정부가 출범하기는 했지만 대내외 녹록지 않은 상황은 여전하다. 베선트 미 재무장관의 “타이밍이 아니라 합의 질이 중요하다”는 말은 우리에게도 유효하다. 협상은 양보가 전제 되지만 지킬 건 반드시 지켜야 하는 일이기도 하다. 어떤 경우에도 최우선은 현재와 미래 국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