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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도 칼럼] 기왕불구, 중입자가속기

전국 암 발생률 1위 부산…꿈의 암 치료기 도입하다 세브란스병원에 뒤처져

향후 3년 시행착오 극복, 동북아 의료허브 큰 꿈을

  • 정상도 기자 jsdo@kookje.co.kr
  •  |   입력 : 2023-05-08 19:28:21
  •  |   본지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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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시의회는 지난 2일 제313회 임시회 제4차 본회의를 열어 부산시가 제출한 2023년도 제1회 추가경정예산안 16조435억 원을 확정했다. 기정예산 15조3277억 원과 비교해 4.7%인 7158억 원 늘었다. 이 가운데 중입자 가속기 구축 지원 사업비 11억5800만 원이 있다. 중입자 치료센터 건물 구조 변경 및 갠트리벙커 구축 공사에 필요한 예산이다. 그 속사정이 간단치 않다.

중입자 가속기는 탄소 입자를 빛의 속도에 가깝게 가속해 암 세포만 골라서 파괴하기 때문에 ‘꿈의 암 치료기’로 불린다. 방사선 치료가 정상 세포까지 손상하는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다. 치료 과정에서 통증이나 후유증이 거의 없다. 중입자 가속기와 치료센터에 기대를 거는 이유다. 부산은 전국에서 암 발생률이 가장 높은 도시다.

처음 부산에 이 센터를 짓자는 계획을 세운 건 2010년이다. 그때는 2017년이면 가동하리라 예상했다. 하지만 2027년에야 이용할 수 있단다. 그 와중에 서울 세브란스병원이 지난달 중입자 치료센터를 열었다. 부산은 선수를 빼앗겼다. 크게 두 가지 이유가 꼽힌다.

우선 기종 변경. 일본이나 독일에서 사용하는 싱크로트론 방식 대신 독자적인 개발이 가능하다며 사이클로트론 방식을 선택했다. 두 방식은 탄소 입자를 가속하는 데서 차이가 난다. 사이클로트론이 나선형으로, 싱크로트론은 트랙 형태로 가속한다. 세계 최초라는 사이클로트론 방식 중입자 가속기 개발 계획은 실현되지 못했다. 그 결과 중입자 가속기가 들어갈 건물만 빈 채로 남아 있다.

두 번째는 센터의 비전과 일관성 부족. 부산이 모델로 삼은 일본 효고현립입자선의료센터는 ‘일본 암 극복 의지’의 상징으로 불린다. 1992년 시작해 2001년 4월 문을 열기까지 정부가 아니라 지방자치단체가 주도했다. 명확한 목표 설정과 일사불란한 실행이 밑바탕이었다. 부산은 허남식 서병수 오거돈 박형준 시장, 안경률 하태경 윤상직 정동만 국회의원, 오규석 정종복 군수와 시·군 의원이 나름 역할을 했다고는 하나 아쉬움을 남기고 있다. 무엇보다 기대감이 실망감으로 바뀌고 있다는 점이 중요하다. 센터를 중심으로 ‘동북아 의료허브 부산’을 만들겠다는 비전에 얼마나 충실했느냐를 묻지 않을 수 없다.

사정이 이러니 센터를 운영할 기관도 원자력의학원에서 부산대병원을 비롯한 부산지역 대학병원 컨소시엄을 타진하다 서울대병원으로 결정됐다. 사업 기간이 예상보다 훨씬 늘어났을 뿐만 아니라 사업비도 불어났다. 서울대병원은 2019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부산시 기장군과 중입자 가속기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같은 시기에 중입자 가속기 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세브란스병원과 비교하면 가속기 도입 계약 자체가 2년가량 늦었다. 일본 도시바에서 제작 중인 중입자 가속기는 이제 공정률 50% 선이다. 1000억 원 짜리 빈 건물과 1260억 원짜리 50% 공정률인 가속기가 부산 현실이다.

기왕불구(旣往不咎)라 했다. ‘이루어진 일은 말하지 않고, 끝난 일은 간언하지 않고, 이미 지난 일은 탓하지 않는다’는 ‘논어’ 구절에서 나왔다. 원전에 충실하자면 케케묵은 격식을 거론해야 겠으나 이를 현실에 적용할 땐 다른 이야기를 할 수 있다. 지난 일을 덮고 넘어가자는 게 아니라 잘못된 지난 일을 꼼꼼히 따져 올바른 방향으로 가야한다는 말이다. 실패에서 배워야 미래가 있지 않겠는가.

부산 기장군 동남권방사선의과학산업단지에 2027년 들어설 중입자 치료센터 사업비는 2758억8500만 원이다. 국비 1260억4000만 원, 시비 374억3000만 원, 군비 374억2000만 원, 수행기관 750억 원씩 부담한다. 서울대병원 관계자는 “세브란스병원이 먼저 시작했으니, 중입자 치료에 대한 홍보는 물론 비용 결정이나 장비 도입 과정의 인허가 절차 간소화 등 후발 효과가 있을 것”이라며 “앞으로 3년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부산시 담당 부서에선 “중입자 가속기 구축과 치료센터 가동 이후 시너지 효과를 기대한다”며 의료관광 활성화에 초점을 맞췄다.

처음으로 돌아오면, 내년 하반기 일본에서 들여올 중입자 가속기를 제대로 설치할 수 있도록 빈 상태인 건물을 효과적으로 손봐야 하며, 암 환자 치료에 특화한 새 건물을 잘 지어야 한다. 11억5800만 원은 그 종잣돈이다. 시는 센터 가동과 함께 1조 원 이상이 투입되는 의과학산업단지의 수출형 신형연구로 개발 및 실증사업, 동위원소융합연구 기반구축 사업 등과 시너지를 염두에 둔다. 게다가 부경대학교는 방사선의학전문대학원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중입자 가속기에서 시작된 싹이다. 꿈의 암 치료기에서 거둘 열매를 위해선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시나 서울대병원 뿐만 아니라 주관부처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특히 국비를 틀어쥔 기획재정부가 명심해야 할 일이다.

정상도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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