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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청도설] 힌남노 비상대기

  • 정상도 기자 jsdo@kookje.co.kr
  •  |   입력 : 2022-09-05 19:52:36
  •  |   본지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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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가 진 뒤부터 날이 새기 전까지가 밤이다. 그 온 하룻밤이 온밤이며, 온밤 내내는 통밤이다. 대부분 사람이 휴식과 재충전의 시간으로 잠자리에서 밤을 보낸다. 잠을 자지 않고 뜬눈으로 새우는 밤은 건밤이다. 눈 깜빡할 사이였다면 밤을 도와 뭔가를 도모했을 터이고, 그렇지 않다면 아주 지루하고 긴 밤, 만만장야(漫漫長夜)다.

2022년 9월 5일 밤은 대한민국 국민에게 다양한 기억으로 남을 터이다. 제11호 태풍 힌남노 때문이다. 시시각각 변하는 태풍 진로를 예측하는 기상청 직원, 이에 바탕해 비상근무를 하는 기관 요원, 혹시나 하며 추수할 곡식 걱정하는 농부에 세상 걱정으로 날밤을 세우는 선한 국민까지. 물론 내일을 위해 잠을 청해야 하는 또다른 선한 국민에게도 중요한 밤이긴 마찬가지다.

분명한 건 힌남노의 진로와 위력이 예사롭지 않다는 점이다. 지난 4일 기상청 예보관의 당부에 긴박감이 담겼다. “부디 안전한 곳에 머무시길 부탁드린다.” 힌남노는 정말 강할 것이며 강한 바람과 많은 비가 예상된다고 했다. 라오스의 국립공원 이름인 힌남노는 1959년 9월 남해안을 덮친 태풍 사라, 2002년 8월 한반도를 관통한 태풍 루사, 2003년 9월 맹위를 떨친 태풍 매미를 능가한다고 한다. 이 예보관은 “슬픔과 회한이 다시 찾아오지 않도록 철저히 대비해달라”고 당부했다.

윤석열 대통령부터 각오가 남달랐다. 5일 청록색 민방위복 차림으로 출근한 윤 대통령은 “오늘은 비상대기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김은혜 홍보수석은 “윤 대통령은 오늘과 내일 대통령실에 머물면서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한 점검에 나설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대통령실도 24시간 비상근무 중”이라고 덧붙였다. 이 와중에 전국 어느 방재 관련자가 편안하게 잠 청할 생각을 했을까. 국가 재난 상황에선 이게 정상이다.

힌남노는 박형준 부산시장의 파리행 일정도 바꿨다. 2030부산세계박람회 유치계획서 제출을 위해 4일 오후 서울로 이동한 박 시장은 5일 파리로 출국할 예정이었으나 “부산을 비울 수 없다”며 부산으로 되돌아왔다. 힌남노가 상륙하는 부산이다. 박 시장에게도 불면의 밤이었지 싶다.

윤 대통령 말처럼 비상대기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이 핵심이다. 태양 아래 똑같은 사람이지만, 밤이면 그 처지가 같지 않음이 더욱 또렷해지기 마련이다. 비상대기가 이를 챙기는 계기가 되었길. 오늘, 태풍 피해를 신속하게 집계해 복구 대책을 마련하는 건 두말할 나위 없다.

정상도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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