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과반 “기계 창작 시 한계” 지적
- 24% “공모전·시단 혼란 야기”
- 가장 좋아하는 시인은 온도 차
- 등단 전 김수영·등단 후 이성복
- 작고 시인은 백석·기형도 꼽혀
한국 시단 현역 시인 200명에게 ‘AI의 시 창작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었다. 시인들은 이 문제를 어떻게 생각할까? 또 시의 전문가인 이들 시인이 좋아하는 현역 시인과 작고 시인은 과연 누구일까?
부산에서 나오는 계간 시 전문지 ‘사이펀’(발행인 배재경 시인)이 2026년 창간 10주년을 맞았다. ‘사이펀’은 최근 나온 봄호(통권 40호·사진)를 창간 10주년 기념호로 기획해 시인 2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하고, 그 결과를 설문 참여자 명단과 함께 수록했다. 조사 시기는 지난해 10~12월이었고, 여성 101명과 남성 99명이 전국에서 참여했다. 설문 문항은 ▷등단 경로 ▷현역 시인 중 가장 좋아하는 시인 ▷작고 시인 중 가장 기억하고 싶은 시인 ▷가장 좋아하는 시 한 편 ▷AI의 시 창작에 관한 생각과 AI로 시를 써본 경험 등이었다.
시 분야 전문가가 전국에서 다수 참여해 규모와 신뢰성을 일정 수준 이상 갖췄고, 문항이 흥미로워 눈길을 끄는 문학인 설문조사다.
등단 경로를 묻자 ▷문예지 신인상(66.5%) ▷신춘문예 당선(13.5%) ▷문예지(무크지) 발표(10%) ▷동인지 발표(3.5%) ▷개인 시집 발간 또는 작품 발표(2.5%) 순으로 답변이 나왔다.
뜨거운 관심사인 AI 관련 질문에는 ‘걱정된다’는 의견을 많이 냈다. ‘우리 사회에 깊이 뿌리를 내리는 AI 문화를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문항에 3%는 ‘매우 긍정적’이라고 답했다. ‘매우 부정적’(9%), ‘부정적이나 현대 흐름에 따라 어쩔 수 없다’(35%), ‘긍정적이나 조금은 걱정된다’(33%) 등 걱정이 많았고, 20%는 무응답이었다.
‘AI의 시 창작을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묻자 54.5%가 ‘인간의 시적 정서를 기계가 다 채울 수 없으므로 한계가 있을 것이다’고 했다. 이어 24%는 ‘신인상 선정, 문학상 공모 등 시단을 혼란스럽게 할 것이기에 매우 부정적’이라고 우려했다. 많은 시인이 AI에 의존한 창작과 응모 탓에 현행 각종 공모가 무의미해지거나 큰 혼란에 빠질 것이라고 걱정했다.
시에 관한 의견도 물었다. ‘등단 이전 가장 좋아한 시인’을 묻자 시인 19명의 이름이 등장했는데, 상위 12인은 김수영 백석 기형도 서정주 윤동주 김춘수 신경림 한용운 정지용·김지하·이성복·김소월(이들 4인은 순위가 같음) 순이었다.
‘등단 이후 가장 좋아하게 된 현역 시인 3명을 써달라’고 하자 1위가 이성복 시인으로 나왔다.
여기서 10표 이상을 받은 상위 그룹은 이성복을 비롯해 김혜순 송찬호 강은교 최승자 진은영 시인이었다. 이와 함께 신용목 송재학 이수명 정호승 나희덕 등 이 항목에서 모두 27명의 이름이 거론됐다.
‘작고 시인 가운데 가장 좋아하는 시인’은 누굴까? 백석 기형도 시인이 공동 1위였다. 이어 김수영 윤동주 서정주 신경림 이상 김종삼 이생진 정지용 한용운 김소월 허수경 김춘수 문인수 신동엽 오규원 이승훈 박용래 유병근 유치환 최정례 시인이었다.
‘가장 좋아하는 시 1편의 제목을 써달라’는 요청도 했다. 그러자 ▷윤동주 ‘서시’ ▷강은교 ‘빗방울 하나가’ ▷백석 ‘남신의주 유동 박시봉방’ ▷기형도 ‘안개’ ▷김춘수 ‘꽃’ ▷곽재구 ‘사평역에서’ ▷기형도 ‘빈집’ ▷김수영 ‘풀’ ▷서정주 ‘동천’ ▷이생진 ‘그리운 바다 성산포’ 등의 순이었다. 여기서 백석 시인은 6편이나 선택돼 가장 많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