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부산의 콘서트오페라 ‘카르멘’의 출연진들이 18일 부산진구 부산콘서트홀에서 리허설을 하고 있다. 김성효 선임기자

“‘카르멘’은 제게 의미가 큰 작품인 만큼 한국 관객에게도 꼭 소개하고 싶었습니다.”

오는 19~20일 클래식부산의 콘서트오페라 ‘카르멘’이 부산콘서트홀(부산진구 연지동) 무대에 오른다. 이번 공연은 정명훈 지휘자가 20년 만에 국내에서 선보이는 ‘카르멘’이자, 세계적인 테너 이용훈의 ‘돈 호세’를 만날 수 있는 자리로 큰 기대를 모은다(국제신문 지난 5일 자 13면 보도). 연주는 아시아 각국 최정상 연주자가 참여한 프로젝트 오케스트라 ‘아시아필하모닉오케스트라’(APO)가 맡는다.

공연은 무대 장치와 의상, 연기 등 극적 요소를 최소화하고 음악과 드라마에 집중한 콘서트오페라 형식으로 진행된다. 자유롭고 매혹적인 여인 카르멘의 매력을 중심으로 서사를 전개해 온 기존의 ‘카르멘’과 달리, 이번 공연은 그를 사랑하며 파멸로 치닫는 돈 호세의 내면과 감정을 보다 깊이 조명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돈 호세 역을 맡은 이용훈은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런던 로열 오페라하우스, 빈 국립오페라극장 등 정상급 무대에서 활약해 온 세계적인 테너다. 주로 해외 무대에서 활동한 탓에 국내 오페라 출연은 지금까지 단 두 차례에 불과하다. 이번18일 부산콘서트홀에서 이용훈을 만나 이번 공연에 관한 이야기를 들었다. 다음은 이용훈과의 일문일답이다.

클래식부산의 콘서트오페라 ‘카르멘’에 출연하는 테너 이용훈. 김성효 선임기자

-한국에서 갖는 세 번째 무대이자 부산 첫 공연이다. 이번 공연에 참여하게 된 계기와 소감은.

▶클래식부산 측에서 먼저 연락을 주셨다. 아직 작품을 정하지 않은 상태에서 ‘원하는 오페라를 무대에 올려보자’는 제안이었는데, 여기에 정명훈 지휘자가 함께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이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2023년 ‘투란도트’, 지난해 ‘오텔로’를 공연했기 때문에 이번에는 아직 한국에서 선보이지 않은 ‘토스카’와 ‘카르멘’을 추천했고, 정명훈 지휘자가 이중 ‘카르멘’을 선택해 무대가 성사됐다. ‘카르멘’은 화려하고 폭발적인 매력을 지닌 이탈리아 오페라와 잔잔하면서도 긴 여운을 남기는 프랑스 오페라의 매력을 동시에 품은 작품이다. 준비 기간이 짧아 일정이 빠듯하지만 정명훈 지휘자가 워낙 훌륭한 지휘자일 뿐 아니라, 동료 한 명 한 명을 존중해 주는 분이라 편안한 분위기 속에서 집중해 준비하고 있다.

-‘카르멘’의 ‘돈 호세’ 역에 각별한 애정을 갖고 있다고 들었다.

▶미국 유학 시절 버몬트주 미들버리라는 작은 시골 마을의 교회에서 오페라 데뷔 무대를 가졌는데 당시 공연한 작품이 바로 ‘카르멘’이었다. 당시에도 ‘돈 호세’ 역을 맡았고 이후 수많은 무대에서 이 역할을 연기했다. 오페라 속에 다 담기지 않는 ‘돈 호세’의 심리 변화를 더욱 섬세하게 표현하기 위해 원작 소설까지 찾아 공부했을 정도로 배역에 대한 애정이 크다. 돈 호세는 평범한 삶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과 내면의 욕망과 폭력성 사이 갈등을 겪다가 끝내 파멸로 치닫는 입체적인 인물이다. 연기할 때는 단정함과 열정적인 감정에서 출발해 점차 광기에 물들며 끝내 폐인처럼 무너져 가는 과정을 극적으로 전달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이번 공연은 콘서트오페라 형식으로 진행된다. 준비 과정에 어려움은 없었나.

▶연기 없이 노래에만 집중할 수 있다는 점에서 오히려 오리지널 오페라보다 콘서트오페라가 편한 부분이 있다(웃음). 다만 이번 무대는 준비 과정에서 ‘관객을 위해 연기를 조금 더할까’, ‘연기를 한다면 의상도 제대로 갖춰 입는 게 좋지 않을까’ 하는 고민을 거듭하다 보니, 결과적으로 오리지널 오페라와 콘서트오페라의 중간 지점에 있는 무대가 됐다. 제게도 관객에게도 새로운 도전이 될 것 같다.

-공연을 앞두고 관객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오페라와 클래식이 일상적으로 자리 잡은 서양에 비해 한국은 변방이라는 이미지가 강하지만, 사실 국내에도 세계적인 실력을 갖춘 뛰어난 아티스트가 많다. 오히려 한국보다 해외 무대에서 더 잘 알려진 경우도 적지 않다. 앞으로 부산콘서트홀이나 부산오페라하우스처럼 좋은 공연장이 늘어난다면 국내에서도 오페라와 클래식이 부흥할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한다. 부산에서 조금씩 일어나고 있는 클래식과 오페라를 향한 관심이 전국으로 확산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