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쟁영화제 전환…화제성 강화
- 亞 거장·신예 작품 골고루 조망
- 박찬욱 ‘어쩔수가없다’로 개막
- 한국 영화 관심 높이는 기회로
- 상영관 늘려 시민 접점도 넓혀
제30회 부산국제영화제(BIFF)가 17일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에서 열린 개막식을 시작으로 열흘간의 항해에 돌입했다. 기념비적인 해를 맞은 올해 BIFF의 관전 포인트를 세 가지 키워드로 정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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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7일 해운대구 영화의전당에서 열린 제30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개막식에 참석한 세계 각국의 영화계 스타들이 레드카펫 위에서 팬들의 환호에 화답하고 있다. 왼쪽부터 폴 앤더슨과 밀라 요보비치, 양가휘, 한효주. 김정록 이원준 기자 |
■아시아영화의 연대
1996년 9월 부산 중구 남포동에서 첫발을 내디딘 BIFF는 지난 30년간 한국은 물론 아시아 영화계와 깊은 유대 속에서 성장했다. 지아장커(중국), 이와이 슌지·고레에다 히로카즈(일본), 허우샤오셴·차이밍량(대만), 아피찻퐁 위라세타쿤(태국) 등 지금은 각국을 대표하는 아시아의 감독들이 BIFF를 발판 삼아 세계 무대로 도약했다. 2014년 ‘다이빙벨’ 사태로 영화제가 부산시와 갈등을 겪던 시기에는 아시아 영화인들이 지지의 뜻을 담은 인증샷과 영상 등을 보내며 위기 극복에 힘이 되어줬다.
이런 뚜렷한 정체성이 있었기에, BIFF는 빠른 속도로 성장했다. 첫 회 당시 6곳에 불과했던 상영관은 2011년 개관한 BIFF 전용관 ‘영화의전당’을 포함해 30여 곳, 공식 초청작도 31개국 169편에서 올해 64개국 241편으로 대폭 늘었다.
30회를 맞은 BIFF는 ‘아시아영화 연대’라는 초심으로 돌아가 신예 발굴과 동시대의 우수한 아시아 영화 조명이라는 본연의 역할을 한층 강화한다. 그 중심에는 올해 신설한 ‘경쟁 부문’이 있다. 아시아에서 주목해야 할 영화를 골라내고 이를 세계에 내어 보이겠다는 취지에서 신설한 것으로, 신인의 작품을 대상으로 했던 기존 ‘뉴 커런츠’의 한계를 뛰어넘으면서 아시아영화에 대한 화제성과 주목성을 더 돋보이게 할 장치로 기대를 모은다. BIFF 박광수 이사장은 “경쟁 체제가 비경쟁에 비해 작품을 부각하고 화제를 모으는 데 더 효과적일 것으로 판단했으며, 이전과 달리 거장과 신예의 작품을 골고루 조망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국영화만을 대상으로 했던 ‘비전’ 부문은 ‘비전-한국’(12편)과 ‘비전-아시아’(11편)로 확대 운영된다. 이 역시 아시아 신인 발굴과 독립영화 육성이라는 본래의 취지를 이어가기 위해서이다.
또 특별기획 프로그램 ‘아시아영화의 결정적 순간들’을 통해 지아장커 두기봉 차이밍량 이창동 등 BIFF와 오랜 인연을 맺은 아시아 감독들을 부산으로 초대해 지난 30년간 쌓아온 아시아영화 연대의 현재를 보여주며, 이것이 BIFF의 자산임을 알리는 자리도 마련한다.
■한국영화의 재도약
BIFF가 마주한 또 하나의 과제는 위기에 처한 ‘한국영화’이다. OTT의 확산으로 극장 산업이 위축되고 그 여파로 주요 투자·배급사의 영화 제작이 줄면서 영화산업이 위기에 직면했다. 이는 곧 영화제의 동력 약화로 이어지고 있다.
이에 올해는 ‘한국영화 붐업’을 위한 다양한 시도를 통해 국내 영화계를 운집하고 관객의 관심을 유도하고자 한다. 올해 개막작으로는 박찬욱 감독의 신작 ‘어쩔수가없다’를 선택한 것은 현재 한국 영화계에서 가장 큰 주목을 받는 작품을 영화제의 문을 여는 영화로 배치해 침체된 한국영화에 다시금 스포트라이트를 비추고 관객의 관심을 환기시키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또 올해 행사에 박찬욱 봉준호 이창동 나홍진 김지운 등 한국 영화계를 대표하는 감독과 이병헌 손예진 하정우 한소희 전종서 등 스타 배우들도 대거 참석한다. 위축된 극장 생태계 속에서 여전히 영화제와 극장이 살아 있음을 보여주는 계기를 만들며 한국영화에 대한 관심을 높이는 기회의 장을 만드는 것이다. 3년 만에 열리는 ‘포럼 비프’의 주요 주제로 한국영화를 다루는 것 역시 영화계의 다양한 의견을 모으고 이를 토대로 새로운 시도를 해보자는 취지가 반영됐다.
■관객 친화적 영화제
BIFF는 올해 경쟁 영화제로의 전환이라는 변화를 택했지만, 동시에 ‘관객 친화적 영화제’의 정체성도 놓지 않았다. 경쟁 부문에서 ‘월드 프리미어’를 원칙으로 하되 ‘아시아 프리미어’까지 허용한 것이 대표적인 예이다. 해외 영화제에서 이미 공개된 작품이라 하더라도 관객에게 소개할 만한 가치가 있다면 상영하겠다는, 관객을 우선 생각하겠다는 의지가 반영됐다. BIFF 정한석 집행위원장은 “작품의 최초 공개 여부보다는 관객에게 어떤 영화적 경험을 선사할 수 있을지를 고려했다”고 말했다.
관객의 선택 폭도 넓어졌다. 공식 상영작(241편)뿐만 아니라 부산 전역에서 열리는 ‘동네방네비프’도 지난해보다 6곳 늘어난 15곳에서 상영관을 운영해 지역 시민과의 접점을 넓혔다. 봉준호 감독의 ‘까르뜨 블랑슈’, 줄리엣 비노쉬의 ‘마스터 클래스’, 이창동과 두기봉 감독의 ‘스페셜 토크’ 등 주요 프로그램을 행사 후반부에 배치해 관객의 축제 체감 기간을 극대화하려는 시도도 눈에 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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