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을 비롯한 세 사람(이준 동위 동맹)은 이전의 약속을 잊지 않고 비보 등 네 사람의 의형제를 찾아갔다. 일곱 사람은 유류장에 모여 상의한 끝에 가지고 있는 재산을 몽땅 털어 배를 만들었다. 그리고 태창항에서 배를 타고 외국으로 나가 나중에 이준은 섬라국의 임금이 되었다. 동위 비보 등은 모두 벼슬길에 올라 바다를 지배하며 즐겁게 살았다.” 중국 고전소설 ‘수호전’ 말미의 짧은 문장이다. 소설 후반부, 양산박 호걸들이 추풍낙엽처럼 스러져 가던 와중에 살아남은 이 영웅들은 어떻게 됐을까.

명나라가 북방 이민족인 청나라의 말굽 아래 짓밟히던 격동기를 불우하게, 그러면서도 뜨겁게 산 작가 진침.그의 시선은 자연스레 북방 이민족에 의해 송나라가 유린당하면서 녹림호협들이 조정의 간신배와 침략자에 맞서던 ‘수호전’의 세계로 향했다. 그리고 ‘수호전’ 말미의 짧은 문장을 실마리 삼아 속편 ‘수호후전’을 썼다.

‘수호후전’은 살아남은 양산박 호걸들이 저마다 우여곡절을 겪으며 다시 봉기한다는 이야기가 전편보다 더 통쾌하고 큰 스케일이다. 결국 그들은 지금의 태국 땅 섬라국에 자신들의 이상향을 건설한다. 그 과정에서 소설의 공간 배경이 중국대륙을 넘어 고려와 일본, 동남아시아까지 확장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