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8년 한국일보 신춘문예로 시인 등단한 이후 27년 동안 여섯 권의 시집을 펴내며 매번 시 세계를 새로이 갱신해 온 시인 손택수가 일곱 번째 시집을 냈다.

전통 서정의 맥을 이어가면서 섬세한 감수성과 서정의 아름다움이 돋보이는 수려한 작품세계를 펼쳐온 시인은 한층 농익은 언어 감각과 완숙한 은유적 상상력이 어우러진 서정 세계를 펼쳐 보인다.

시 ‘담양 참빗’에서는 참빗 하나가 불러내는 자연 풍경과 사람의 마음이 있다.

“수평을 잡지 않은 바닥이 울퉁불퉁/ 춤을 추게 하는 정지에서/ 김이 오르고 찰박찰박 물소리가 났다/ 할머니는 어딜 가고 긴 머리 인어가/ 영산포 등대 너머 파도 소리를 냈다/ 겨울밤 면경을 펼쳐놓고/ 쪽머리 풀어 헤쳐 머리를 빗을 때면/ 이화중선의 추월만정을 흥얼흥얼/ 그 길고 긴 빗질을 따라가다 보면/ 영산강 물줄기 끝 바다처럼 깊은 잠이/ 밀려오기도 하는 것이었는데/ 부레풀로 붙인 대나무 빗살 올올이/ 헝클어진 물결을 가지런히 재우는(하략)”

참빗으로 머리를 빗는 여인의 지나온 삶은 어떠했을까. 아름답고 슬픈 영화 한 장면 같다. 이번 시집에도 담백하고 감성적인 언어와 세심한 관찰력으로 길어 올리고 감싸안은 우리네 일상의 정경이 흐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