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비로운 숲이다. 가지가 쭉쭉 뻗은 나무가 줄 서 있는 곳이 아니라 풍성한 풀과 나무, 덩굴로 감싸진 안락한 숲이다. 생명의 젖줄과 같은 폭포도 흐른다. 그리고 신비로운 분위기를 고조시켜 주는 주인공, 사슴이 등장한다. 대체 이곳은 현실의 숲일까, 마음의 안식을 주는 상상의 숲일까.

본향(本鄕)-반딧불이의 숲 mixed media on canvas 72.7 x 90.9 2025 (1) 로터스 갤러리 제공

제주 출신의 청년 작가 김산의 ‘본향(本鄕)’ 시리즈는 신비로운 숲과 사슴이 주인공이다. 작가는 고향에서 가장 신비로운 자태를 지닌 곶자왈(숲의 형태·제주도에 위치한 원시림 지대)과 제주 설화에 등장하는 사슴을 소재로 자연을 그리고 있다. 작품의 제목처럼 그에게 숲은 안식처이자 고향이다. 작품 속 사슴은 상상의 존재인 동시에 자연 속에서 안식을 찾은 작가의 모습이기도 하다.

제주도의 신비로운 숲을 볼 수 있는 김산 작가의 개인전 ‘Dear My Deer’가 로터스 갤러리(부산 해운대구 해운대로)에서 열리고 있다. 제주도를 기반으로 활발히 활동 중인 작가가 부산에서 처음 여는 개인전으로, 아트부산 BAMA 등 아트페어에서 만났던 작품을 직접 볼 수 있는 기회다. 김산 작가는 지난해 제주청년예술인상과 제49회 제주미술대전 등을 수상했으며, 제주현대미술관 등 주요 기관에 작품이 소장돼 있다.

작가는 인간의 안식처로 자연을 그린다. 자연은 작가에게 늘 기다려주고 언제나 돌아갈 수 있는 곳이면서, 나아가 인간 존재의 근원을 찾는 장소이기도 하다. 작품 속 흰 사슴은 장수와 순수한 영성의 상징이며, 숲(곶자왈)은 내면 깊숙이 자리한 고향이다. 그렇기에 그는 제주 고유의 문화와 자연을 작품 속에 풀어내며 초현실적인 풍경을 통해 인간과 자연의 교감을 드러낸다. 김산 작가는 “제주도의 오래된 사상인 본향(자연과 사람이 함께 교감)은 인간 태생에 근본 물음을 던지면서 인간과 자연이 하나 되게 하는 매개체”라며 “그렇기에 자연의 파괴는 추(醜)함이며, 원래의 자연은 아름다움이 된다”고 작품을 소개했다. 전시는 오는 29일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