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똥은 어떻게 나오는 걸까?” 책 제목은 ‘이토록 위대한 장’으로 소화기관인 장을 다루는 의학책이라는 걸 드러낸다. 서문을 넘기고 본격적인 내용이 시작되는 페이지를 펼치자 대놓고 ‘똥’이라는 단어가 등장했다. 체면 차리며 미적거리지 않고 처음부터 탁 털어놓고 이야기를 시작하는 사람을 만난 듯해서 속이 후련하다. 아침에 일어나서 화장실 볼일을 시원하게 보고 나면 하루가 편하다. 똥을 잘 누는 상태란 몸이 건강하다는 신호가 아니겠는가.

‘이토록 위대한 장’에 실린 질 엔더스의 그림. 그린 이는 저자 줄리아의 동생이다. ⓒJill Enders. 북라이프 제공

독일 의학자 줄리아 엔더스의 ‘이토록 위대한 장’은 음식을 소화하고 몸의 찌꺼기를 처리하는 기관으로만 알고 있던 장이 얼마나 복잡하고 위대한 기관인지 재치 있는 비유와 일러스트를 곁들여 재미있게 소개한다. 일러스트는 과학 커뮤니케이션 전문 디자이너인 질 엔더스가 그렸다. 줄리아 엔더스의 여동생으로 이 책의 모든 일러스트를 그렸다. 어떤 자세로 똥을 누는 것이 좋은지, 장이 사람의 태도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 등 장과 관련한 내용이 잘 표현돼 있다.

줄리아 엔더스가 장의 역할에 주목한 이유는 자신이 어린 시절에 유당 불내증과 원인불명의 아토피 피부염으로 고생했기 때문이다. 저자는 질병들의 원인이 장에 있었다는 걸 알게 된 후 의대에 진학했다. 저자가 가족 모임에서 “저 의대에 다녀요. 의사가 될 거예요!”라고 말하면 모두가 흥분하고 기뻐했지만, “저는 장과 항문에 매료됐어요!”라며 전공을 말하면 즉시 어색한 침묵이 흘렀단다.

저자는 “장은 줄기세포만큼 유망하다”며 장에 대한 새로운 발견들이 우리의 생활을 개선해 줄 거라고 자신 있게 말한다. 현재 활발한 강연 활동을 통해 장이 소화기관을 넘어 감정 행동 건강에 이르기까지 우리의 자아와 정체성에 깊게 연결되어 있음을 알리고 있다.

이 책은 2014년 독일에서 처음 출간되어 전 세계 장내 미생물 열풍을 일으켰으며, 10년 연속 장기 베스트셀러 자리를 지켰다. 이번 개정판은 초판의 오류를 바로잡고, 장 건강이 뇌와 감정에 작용하는 연관성과 박테리아로 발효 음식을 만드는 내용을 새롭게 수록했다.

저자는 입에서 장 끝까지 음식물이 소화·배설되는 과정을 추적해 가면서 장과 긴밀하게 협력하는 뇌, 소화기관, 박테리아의 기능까지 아우르는 흥미진진한 의학 지식을 풍부하게 설명한다. 장 박테리아가 어떻게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추는지, 만성 알레르기를 치료하려면 왜 소장을 돌봐야 하는지, 장내 호르몬이 기억력과 학습 능력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등 장에 대한 궁금증도 속 시원하게 풀어준다.

저자가 “우울증과 불안장애, 행복은 뇌가 아니라 장에서 온다”고 주장하는 것은 행복 호르몬인 세로토닌의 95%를 장 세포가 생산하기 때문이다. 백세시대에 아프지 않고 건강하게 오래 행복하게 살려면 장을 돌봐야 한다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