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예술의전당 독보적인 인기강좌
- 이진숙의 서양미술사 집대성판
- 고전부터 현대까지 101명 망라
- 사조·양식 나열 아닌 삶 들여봐

프랑스 신고전주의의 화가 자크 루이 다비드(1748~1825)는 살아있는 신화적 영웅을 그릴 기회를 얻는다. 다비드는 나폴레옹의 인간적인 여러 오점을 지우고, 진짜 나폴레옹보다 더 위대한 영웅상을 창조했다. 1801년에 그린 ‘성 베르나르 협곡을 넘는 나폴레옹’은 미술사상 최고의 영웅 이미지며, 지금까지 그려졌던 모든 군주기마상의 총완결판이다. 다비드는 기마상의 여러 전례를 검토하고 그것들을 뛰어넘는 초월적인 영웅상을 만들어냈다.

다비드가 그린 ‘성 베르나르 협곡을 넘는 나폴레옹’(왼쪽)과 폴 들라로슈의 작품 ‘알프스를 넘는 보나파르트’. 돌베개 제공

나폴레옹이 사망한 지 29년이 지난 1850년, 나폴레옹을 바라보는 다른 시선이 등장한다. 화가 폴 들라르슈는 좀 더 사실적으로 나폴레옹을 묘사해달라는 주문자의 요구에 따라 ‘알프스를 넘는 보나파르트’를 그렸다. 노새를 타고 알프스를 넘는 나폴레옹의 모습에 초월적 영웅은 보이지 않는다. 이진숙의 ‘새로 고침 서양미술사’ 1권에 수록된 ‘자크 루이 다비드’ 편의 이야기다.

‘새로 고침 서양미술사’는 미술사의 혁신을 이끌며 새로운 예술의 역사를 써 내려간 101인의 창조적인 예술가를 중심으로 그들의 작품, 시대적 과제, 창의적인 대응, 개인적인 삶의 궤적, 독창적인 예술 세계를 깊이 탐구한다. 평생 도서관에서 미술사를 공부하며 영원히 학생으로 늙어가기를 꿈꾸는 미술 중독자 이진숙이 예술의전당 인문·감상 아카데미 정규 강좌 ‘미술사를 바꾼 101인의 예술가’의 강연 경험과 통찰을 바탕으로 집필한 책이다. 이진숙 작가의 강연은 지난 10년 동안 200명 이상의 대규모 강의실을 매 학기 전석 조기 매진시키며 예술의전당 아카데미의 독보적인 인기 강좌로 자리매김했다. 강의에서 다룬 풍부한 내용을 정리해 6년에 걸친 집필 과정을 통해 완성된 결과물이 이 책 3권이다. 책을 펼치면 낯익은 화가와 작품이 반갑게 펼쳐지고, 낯선 화가의 그림들이 궁금증을 자아낸다.

‘1권-인간다움의 순간들:르네상스부터 낭만주의까지’ ‘2권-위대한 고독의 순간들:라파엘전파부터 추상미술까지’ ‘3권-치유와 연결의 순간들:초현실주의부터 포스트모더니즘까지’ ‘별책부록:어디에서 볼 수 있을까?-미술관 탐방 가이드 101’로 구성됐다. 총 1534쪽 페이지의 방대한 분량이다.

고전부터 당대의 현대 미술 작가들까지 망라한 서양미술사 책은 좀처럼 찾기 어렵다. 미술사 연구가 전공에 따라 고전과 현대 미술로 나뉘는 경향이 있고, 현대 미술 작가들의 까다로운 저작권 승인 절차가 큰 장벽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새로고침 서양미술사’는 이러한 한계를 넘어, 고전과 현대 미술의 유기적인 연결성을 체계적으로 조명한다. 각 권은 독립적으로 읽을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으면서도, 전체가 하나의 거대한 흐름을 이루어 서양미술사의 완전한 모습을 제공한다.

저자는 미술사를 사조와 양식의 나열로만 보지 않는다. 각 예술가의 삶과 이야기를 통해 르네상스부터 현대 미술까지 이어지는 방대한 흐름을 ‘시대와 인간의 변화’라는 관점에서 새롭게 조망한다. 레오나르도 다빈치, 미켈란젤로, 라파엘로, 카라바조 등 르네상스의 거장들에서 시작해 데이비드 호크니, 제프 쿤스, 데미안 허스트, 요시토모 나라, 백남준 등 21세기의 주목받는 예술가들까지 다룬다. 특히 기존 서양미술사에서 상대적으로 소외되었던 러시아 작가 레핀과 브루벨, 젠틸레스키, 메리 커셋, 수잔 발라동, 파울라 모더존베커, 케테 콜비츠와 같은 여성 예술가들의 작품과 이야기를 주요 흐름 속에서 새롭게 조명한다. 이 시리즈는 101가지 인간 이야기를 통해 서양미술사 전반을 폭넓게 아우르며, 변화하는 인간상을 형성해 온 과정과 그 속에서 탄생한 아름다운 작품들로 흥미진진한 서사를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