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美카네기 멜런대 건축학도 임태현
- 고향 부산서 공공예술 프로젝트
- 뉴욕대 교수 작품 영상으로 선봬

부산 해운대해수욕장 끝자락에 위치한 미포. 바다뷰가 일품인 식당들이 즐비해 관광객이 붐비지만 건물과 자동차만 빼곡한 곳이기도 하다. 이곳에 ‘핫한’ 예술공간이 생겼다. 건물 1층 주차장을 예술공간으로 탈바꿈시켜 관광객과 시민의 발길을 사로잡고 있다.

부산 해운대구 미포의 한 건물 1층 주차장에서 선보이고 있는 ‘키네틱 벽화 아트 프로젝트’ 작품. 임태현 건축가가 기획한 이 프로젝트는 안지올라 처칠 작가의 작품을 영상으로 제작해 보여주며 어두운 주차장을 예술공간으로 바꿔 호응을 얻고 있다. 임태현 건축가 제공

부산 해운대구 미포의 한 건물 1층 주차장(달맞이길 62번길 29)에서 ‘키네틱 벽화 아트 프로젝트’를 이달 초부터 선보이고 있다. 차량 10대 남짓 들어갈 수 있는 주차 공간에서 현대미술 작품으로 만든 미디어아트 영상을 상영해 어둡고 침침한 공간이 색다른 예술공간으로 변신했다.

이번 프로젝트를 선보인 것은 임태현 건축가와 현대미술 작가 안지올라 처칠이다. 미국 카네기 멜런 대학교 건축학과 5학년에 재학 중인 임 건축가는 고향인 부산에서 지내며 해당 공간을 새롭게 만들고 싶다고 생각했고, 지난해 6월부터 키네틱 벽화 아트 프로젝트를 준비했다. 주차장에 예술을 입히면 특별하고 독특한 공간이 되면서 주변 골목 분위기까지 달라질 수 있겠다는 생각에서였다.

이에 지인의 소개로 뉴욕대 예술학과 종신교수를 지낸 안지올라 처칠 작가와 프로젝트를 진행하기에 이르렀다. 1922년생인 안지올라 처칠 작가는 미국 콜럼비아 대학교에서 미술 박사 학위를 취득하고 뉴욕대학교 예술학과 교수로 재직하며 30년 넘게 작품 활동을 해왔다. 그의 작품은 미국의 사회·정치적 변화를 반영한 팝아트, 미니멀리즘, 개념미술 등으로, 이탈리아와 미국 등 유명 장소에서 50회 넘게 개인전을 열었다.

임 건축가는 주차장 벽에 나무패널 3개를 붙이고 빔프로젝트로 패널에 영상을 쏘아 안지올라 처칠 작가의 작품을 감상할 수 있도록 했다. 영상에는 그의 작품 70여 점이 등장하는데, 각기 다른 작품을 다양한 방법으로 편집해 개별 작품도 도드라지지만 때로는 마치 하나의 작품처럼 느껴지도록 했다. 주차장 앞을 오가는 이들의 눈에 띌 수 있도록 이미지를 선명하게 드러내는 데도 각별히 신경 썼다. 처음에는 의아해하던 이들도 완성된 공간을 보고는 “갤러리 같다” “특별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번 프로젝트는 주차장 전시에만 그치지 않고 오는 6월 열리는 베니스 건축 비엔날레 기간 현지 갤러리에서 안지올라 처칠 작가의 작품 전시와 함께 소개될 예정이다. 이와 더불어 앞으로도 다양한 미디어아트 작품을 상영할 계획도 갖고 있다.

임 건축가는 “건축을 전공하다 보니 예술 작품과 공간의 조화를 통해 주변을 변화시키는 부분에 관심이 많다”며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예술과 건축의 조화, 공공예술에 대한 인식을 확산할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