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댄스크루 킬라몽키즈와 콜라보
- 지역서 제작돼 6년째 무대 화제

부산에서 단일 작품으로 6년째 관객과 만나며 누적 관객수 1만5000명을 넘어선 연극이 있다. 극단 해풍의 ‘포빅타운’ 이야기다. 재공연도 힘든 지역 연극계에서 드문 일이라 이는 반가운 소식이다. 연극 콘텐츠로서 롱런 가능성을 보여준다는 점에서도 의미 있다.

오는 7~10일 부산 북구문화예술회관에서 열리는 극단 해풍의 ‘포빅타운’ 한 장면. 극단 해풍 제공

극단 해풍(대표 이상우)은 오는 7~10일 부산 북구문화예술회관에서 감성 가족 댄스극 ‘포빅타운’을 선보인다. 포빅타운은 2017년 초연 이후 코로나19가 확산하던 2020년을 제외하고 해마다 꾸준히 관객과 만난다. 해가 일곱 번 바뀌는 동안 레퍼토리 작품으로서 무대에 오른다. 극단 해풍 이상우 대표는 “고정 관객층도 생겼다. 관객의 좋은 후기 덕분에 힘내서 무대를 만든다”고 말했다.

포빅타운은 대리운전하며 딸을 키우는 1세대 스트리트 댄서와 이들의 위층에 살며 층간소음을 유발하는 10대 댄서 꿈나무 간 이야기를 다룬다. 댄서의 현실을 알려주는 가장과 꿈을 포기하기 싫은 청년을 중심으로 동네 사람들의 삶도 펼쳐진다. 아빠와 아이들, 가족의 꿈을 응원하는 메시지로 감동도 전한다. 한 관객은 “한 공연에 기쁨 슬픔 행복 환희 등 모든 감정이 다 들어 있어 신기하다”는 후기를 남기는 등 관객이 검증한 작품이다.

댄스극 특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스트리트댄스크루 킬라몽키즈(대표 양문창)가 극단 해풍과 함께한다. 연극과 댄스의 콜라보다. 이 대표는 “연기를 모르던 댄서들이 연극을 위해 연기를 배웠다. 초기 공연 때는 1대1 댄스배틀로 극이 진행됐지만, 무대가 커져 3 대 3 댄스배틀로 풍성해졌다”고 설명했다. 최근 TV프로그램 ‘스트리트댄스파이터’ 인기와 더불어 젊은 층의 반응도 특히 뜨거워졌다.

지역 연극계는 시장이 좁고 관객층도 두텁지 못해 롱런하기가 하늘의 별따기다. 부산문화재단과 부산도시공사 후원으로 2017년 초연한 ‘포빅타운’은 당시 보름간 15회 공연 중 10회가 매진됐다. 관객들은 해마다 연말공연이 끝나면 재공연을 요청하는 등 응원을 보냈다.

장기 공연 작품으로서 성공 가능성을 입증했지만 현실은 만만치 않았다. 이 대표는 “지역 극단 대부분은 지원금 없이는 무대를 제작하기도 힘들다. 수익 대부분은 또 대관료로 나간다. 그러니 수익보다 손해보지 않는 데 중점을 둔다”며 “‘포빅타운’ 전용 공간만 있어도 장기공연을 기획할 수도 있고, 배우들이 연기에 전념할 수 있다”고 했다.

롱런 콘텐츠는 서울의 경우 연극 ‘염쟁이 유씨’(창작공간 스튜디오블루)가 대표적이다. 연극 입문자들이 한 번은 봤거나 그 존재를 아는 이 공연은 2004년 초연 이후 올해 20주년을 맞았다. 누적 관객은 69만 명에 달한다. 단순 비교는 힘들지만, 한 콘텐츠가 성장하는 환경이 뒷받침되면 부산에서도 ‘롱런’ 콘텐츠가 나올 가능성은 있다. ‘포빅타운’은 2023 서울 말모이축제에서 서울 관객의 호응도 받았다.

이 대표는 “부산 연극 콘텐츠가 인정받으면 다른 지역 관객 유입도 기대할 수 있다. 단기간 계획보다는 장기 관점의 작품 육성 계획도 절실하다”고 말했다. 2011년 창단한 극단 해풍은 6년간 지역 내 여러 곳을 옮겨 다니다 2017년 북구에 정착해 북구문화예술회관 상주예술단체로 5년째 활동하고 있다. 전석 3만 원, 예매 2만 원(장애인 국가유공자 1만 원 할인). 문의 010-2464-33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