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선과 면·여백에 담긴 매력 선봬
- 내달 24일까지 해운대 OKNP

이 전시에 가면 십중팔구 이 말이 튀어나올 것이다. “어, 이런 그림 어디서 많이 봤는데?”

유명한 일본의 일러스트레이터 나가바 유가 지난 23일 부산 해운대구의 갤러리 OKNP에서 첫 한국 첫 전시 ‘해피 아워’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이원준 기자 windstorm@kookje.co.kr

그렇다. 인식하지 못하는 사이 우리는 이미 이 그림을 자주 봤을 가능성이 높다. 어떤 사람은 옷이나 모자에서, 어떤 사람은 접시에서, 또 다른 사람은 심지어 신발 바닥이나 시계 줄에서 봤을 수도 있다.

일본 일러스트레이터 나가바 유가 한국에서 첫 공식 개인전을 연다. 장소는 부산 해운대 OKNP. 전시가 시작된 지난 23일 부산을 찾은 그를 전시장에서 만났다.

“부산엔 처음 왔는데, 생각보다 따뜻해서 놀랐습니다. 산도 있고 바다도 있고, 여유 있는 분위기가 좋았어요. 바다가 보이는 갤러리라는 점도 부산을 선택한 이유 중 하나입니다.”

1976년 일본 도쿄에서 태어난 나가바 유는 도쿄조형대학에서 디자인을 전공한 후 잡지 일러스트레이터로 첫 발을 내딛었다. 스타벅스, 아식스, 컨버스 등 세계적인 브랜드는 물론이고 루브르 박물관, 포켓몬스터 등 다른 문화 예술 분야와도 꾸준히 협업하며 일러스트의 한계와 경계를 무너뜨렸다. 최근엔 싱어송라이터 에드 시런 앨범 커버와 뮤직비디오 제작에 참여하면서 또 한 번 주목받았다.

“처음엔 일러스트레이터로 광고나 벽화, 잡지 표지 작업을 해왔어요. 그땐 1년에 100개 정도 했죠. 2019년 파인 아트(fine art) 작업을 본격적으로 하게 되면서 협업이 줄긴 했지만, 지금도 1년에 50개 정도는 하고 있습니다. 도전해 보고 싶은 새로운 분야라든지 파인 아트 측면으로도 도움이 되는 것 중심으로 작업하죠.”

나가바 유의 작품은 단순하다. 군더더기를 깔끔하게 걷어낸 검은 선과 면, 이에 대비되는 흰 여백만으로 사물의 특징을 정확히 잡아낸다. 일본의 비평가 콘노 유키는 그의 작품에 대해 ‘빼는 것=긋는 것에서 출발한다’고 설명한다. 지워나가며 그린다는 의미다. 실제 그의 작품을 보면 대여섯 개 선만으로 사람 모습을 표현해낸다.

작업을 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그는 “간결함을 위해 선을 줄이는 작업이다. 어떻게 선을 더 줄일 수 있을까. 남은 선 속에 어떻게 감정을 집약시켜 전달할 수 있을까를 고민한다”고 말했다.

그의 작품은 따뜻하다. ‘해피 아워(HAPPY HOUR)’로 이름 붙은 이번 전시도 일상을 따스한 시선으로 어루만진다.

“평소 일을 끝내고 집에 가는 동안 주차를 하고 집까지 걸어가는데 5~10분이 걸리는데 유일하게 혼자만의 시간입니다. 자신을 되돌아보는 행복한 순간이에요. 이런 시간이 다른 사람에게도 있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사진을 찍거나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누거나 내가 좋아하는 먹거리를 사러 가거나 하는 모습들이죠.”

그의 설명처럼 이번 전시는 평범함으로 충만하다. 양손에 먹거리를 들고 집으로 돌아가는 모습, 소파에 느긋하게 앉아 쉬는 모습, 어딘가에 앉아 어딘가를 물끄러미 바라보는 모습, 카트를 끌고 쇼핑하는 모습…. 가족이나 애인이 애정을 듬뿍 담아 촬영한 일상 사진 같은 느낌이다. 주변 물건도 대상이다. 청소기 체중계 빗자루도 등장한다. 그는 “전시를 보면서 자신의 소중한 감정, 일상 속 소소한 행복을 떠올리고 재인식하는 계기가 되면 좋겠다”고 전했다.

그는 이번 전시를 시작으로 한국 시장을 두드려 보고 싶다고 했다. “기회가 된다면 이른 시일 내에 서울에서도 전시를 선보이고 싶습니다.” 이번 전시는 오는 12월 24일까지 계속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