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영상 곁들여 깊이있게 표현
- 내달 12일 부산문화회관 중극장

6·25 전쟁 폐허 속에서도 부산에서 인류애를 실천한 ‘은인’(恩人) 리차드 위트컴 장군의 삶과 이야기가 오페라로 부활한다.

한국전쟁 당시 고아원을 방문한 위트컴 장군이 아이를 품에 안고 있다. 국제신문 DB

사단법인 부산창작오페라단(이사장 이인환)은 다음 달 12일 오후 5시 부산문화회관 중극장에서 2030 세계박람회 부산유치기원 및 한미동맹 70주년 기념 오페라 ‘푸른 눈의 선한 사마리안’ 리차드 위트컴 장군 오페라 갈라 추모음악회를 선보인다고 29일 밝혔다.

오페라 ‘푸른 눈의 선한 사마리안’ 갈라 추모음악회 포스터.

한국전쟁 당시 미군 제2군수사령관으로 부산에서 근무한 위트컴 장군은 ‘장군’ 계급으로서는 한국전 참전국 용사 중 유일하게 부산 남구 유엔평화공원에 안장된 군인이다. 그는 1953년 11월 부산역 화재로 이재민 3만여 명이 발생하자 상부 승인 절차를 생략하고 군수 창고를 열어 텐트와 식량을 나눠줬고, 이후 이를 문제 삼아 열린 청문회에서 “전쟁은 총칼로 이기는 게 아니라 그 나라 국민을 도와주는 게 진정한 승리다”라는 말을 남겼다. 또 부산대 캠퍼스 부지 50만 평을 확보해 공사를 지원하고, 부산 메리놀 병원 등 의료기관 건립에도 힘썼다. 퇴역 뒤 한국에 남아 전쟁고아를 돕고 미군 유해를 발굴하는 데 노력해 ‘전쟁고아의 아버지’ ‘한국인보다 한국을 더 사랑한 대한미국인’ 등으로 불린다.

이번 오페라는 국제신문 오상준 경영본부장 겸 미래전략실장이 지난해 5월 위트컴 장군 40주년 추모식을 맞아 펴낸 책 ‘리차드 위트컴’이 계기가 됐다. 책을 토대로 저명한 극작가·연극평론가이며 잘 알려진 소설가·동화작가인 김문홍 작가가 1년여간 시나리오를 집필했다. 부산대 조희주(음악학과) 명예교수가 작곡을 맡았다. 위트컴 장군 역에 테너 양승엽, 한묘숙 여사(위트컴 부인) 역에 소프라노 황신녕이 출연을 확정 지었다.

이번 공연에서는 프롤로그와 1막을 우선 선보인다. 김문홍 작가는 “프롤로그, 1~3막, 에필로그로 이어지는 작품이다. 내년 2·3막 작곡 등이 마무리되면 내후년께 전막 오페라로 선보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위트컴 장군과 한묘숙 여사의 인연, 위트컴 장군이 한국전쟁 당시 펼친 인류애가 중심을 잡는다. 조희주 작곡가는 “대본을 읽고 눈물도 나고 웃음도 나왔다. 전쟁의 비극을 담은 깊은 슬픔과 위트컴 장군이 보여준 인류애를 통한 깊은 환희도 있다. 이를 표현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부산창작오페라단은 일회성 공연에 그치지 않고 위트컴의 부산 사랑·인류애를 널리 알리는 계기로 만들 계획이다. 김문홍 작가는 “위트컴 장군의 업적에 비해 인지도가 낮다. 오페라 1부에서 위트컴 장군의 생애를 20분 정도로 압축한 짧은 연극 형태의 단막 음악극도 넣었다. 폭넓은 이해를 위해 실제 위트컴 장군과 관련된 사진과 영상이 함께 나온다”고 말했다.

최민경 피아니스트는 “이번 공연 형식은 갈라 음악회이지만, 전막 오페라에 준하는 방식의 영상 연극 음악 서사가 모두 표현된 보기 드문 작품이다. 관객도 친근하고 깊이 있게 위트컴 장군에게 다가갈 수 있을 것”이라며 “실제 위트컴 장군의 사진, 영상 공연 등 무대 전체가 하나의 필름처럼 음악과 혼연일체가 된다”고 설명했다.

귀감이 될 인물을 되살리는 문화예술교육 방안도 눈길을 끈다. 기업인인 이인환 이사장은 “과거가 있어야 미래를 개척할 기반이 마련된다. 특히 학생들에게도 (위트컴 장군의 정신이) 의미 있게 다가갈 거라 기대한다”고 말했다. 교육인으로서 현재부산교육삼락회 회장인 허성태 부이사장은 “문화예술 교육 활성화는 중요한 과제다. 위트컴 장군의 삶을 담은 감동 깊은 오페라 작품을 활용할 문화예술교육 방안을 함께 찾아보고자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