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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최원준의 음식문화 잡학사전] <24> 산삼 음식

그 귀한 불로초가 가득…신선도 부럽지 않은 ‘치유의 밥상’

  • 최원준 시인·음식문화칼럼니스트
  •  |   입력 : 2023-10-03 19:06:34
  •  |   본지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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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년 넘게 산다는 신령스런 생물
- 밭에서 인공재배…식재료 대중화
- 함양·산청 등 지리산 일대서 키워

- 백숙·막걸리·전·찹쌀밥·장아찌
- 여러 음식에 삼 넉넉히 더하니
- 특유의 향긋한 향에 건강한 맛
- 심신 안정 시키고 면역력 강화

사람이 평생을 두고 꿈꾸는 것은 ‘건강과 장수’일 것이다. 이를 위해 많은 이들이 다양한 방법을 통해 건강을 지키며 오래 살기를 원한다. 더 나아가 상당수의 권력자나 재력가들은 그 권력과 재력을 지키기 위해 ‘불로(不老)와 영생(永生)’이라는 허황한 꿈을 좇아 기상천외한 일을 벌이기도 한다.
산삼 7년근을 넣어 조리한 산삼닭백숙.
그런 일련의 노력 중에서 음식으로 섭생을 다스리는 방법이 기장 보편적인 일일 것이다. 인체 건강, 장수에 필수적인 영양소가 풍부하게 함유된 식재료를 섭취한다는 것이다. 그중 장수 생물의 원기나 몸을 취함으로써 그 생물의 장수 인자를 얻고자 하는 방법도 있겠다. 십장생들의 장수 특성을 연구하는 것도 인간 불로장생의 염원을 반영한 것이리라.

또한 신선 사상 속 신선(神仙)은 불로의 신비로운 영약을 먹고 영생하는 이들로, 인간들이 가장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삶의 행태이다. 특히 인간이 어느 경지에 들면 신선이 될 수 있다는 속설 때문에 신선이 되고자 하는 이들도 많았다. 이 때문에 많은 인간이 신선의 삶을 좇기도 했다. 신선이 먹었다는 음식을 찾아 먹겠다는 것 또한 마찬가지다. 먹으면 늙지 않는다는 불로초(不老草)가 그것인데, 불로초를 찾아 헤매던 중국의 진시황제 등이 그 대표적 인물이다.

■불로장생 꿈꾸는 인간의 탐욕 대상

경남 산청의 산삼밭.
신선이 먹었다는 불로초를 지금의 식재료로 따진다면 어떤 것이 있을까? 여러 식물이 회자되는데 그중 ‘오래 사는 10가지 영물’, 십장생(十長生) 가운데 하나인 불로초가 ‘영지버섯’이라는 이야기가 있다. 또 신선의 거처가 산속이라, 산중 최고의 영물로 인정받는 산삼을 불로초라고 이야기하는 이들도 있다.

산삼(山蔘)은 ‘산에서 나는 삼’이라는 뜻이다. 원래 ‘고봉 준령’의 사람 손이 닿지 않는 깊은 산에서 고고한 자태로 피어, 백 년을 넘게 산다는 신령스러운 생물이다. 그래서 산삼은 신선이 먹는 음식으로 인식되고, 이에 따라 불로장생을 꿈꾸는 인간의 탐욕 대상이 되기도 했다.

이 산삼은 인간에 의해 산에서 내려와 인간의 밭에서 재배된다. ‘인간이 재배한 삼’이라는 뜻으로 인삼(人蔘)으로 불리고 있다. 그래서 삼(蔘)은 산삼과 인삼으로 크게 나뉜다. 삼 또한 생장 환경과 여건에 따라 여러 가지로 나뉜다. ‘천종산삼(天種山蔘)’, ‘지종산삼(地種山蔘)’, ‘인종산삼(人種山蔘)’이 그것이다.

‘천종산삼’은 인위적인 어떠한 간섭도 받지 않고 자연 상태에서 발아해 3대 이상 자생한 산삼이다. 심마니들은 50년 이상 묵은 산삼을 천종산삼이라 부른다. ‘지종산삼’은 산삼의 씨앗을 새나 동물이 먹고 배설한 곳에서 발아하여 생장한 산삼이다. 이를 ‘새가 배 속어 넣어 퍼트린 산삼’이라는 뜻으로 ‘조복삼(鳥腹蔘)’이라고도 한다.

산삼막걸리
인종산삼은 인간의 손을 거쳐 생장한 산삼이다. 산삼의 열매를 산에 임의로 뿌리거나 발아시켜 산에 이식한 산삼이다. ‘장뇌산삼’, ‘산양산삼’ 등으로도 불리는데, 요즘은 산양산삼(山養山蔘)으로 통일해 부르고 있다.

이들이 인삼과 다르게 산삼으로 분류되는 것은 밭에서 재배되는 인삼에 비해 산이란 자연환경 속에서 자연에 의해 재배된다는 점에서 다르기 때문이다. 해발 500~700m 이상에서 재배되는 인종산삼은 여느 산삼에 비해 영양성분이나 효능이 크게 뒤떨어지지 않는단다.

현재 천종산삼은 산삼의 무분별한 채취로 강원 북부 고산지대에서만 가끔 보일 정도로 더욱 귀해졌다. 이 때문에 천종산삼으로 판명이 된 산삼은 ‘부르는 게 값’ ‘금값’이라 할 정도로 귀한 존재가 되었다. 참고로 심마니들 나름으로 천종산삼의 가격을 산정하는 방식이 있는데, 같은 무게의 금 가격의 평균 20배를 적정가라고 한다니 천종산삼의 가치를 짐작할 수 있다.

■닭백숙·막걸리 등 다양한 변주

산삼전
요즘은 산삼의 씨앗 채취, 발아, 이식 등 재배 기술이 발달해 경남 함양이나 산청 등 지리산 일대에서 대량으로 산삼을 재배하는 농원이 많이 늘었다. 이들에 의해 생산되는 새싹 삼 등은 고급 식당에서 곁들이 음식으로 나올 정도로 대중화되었다. 건강을 향한 인간의 욕망이 그나마 선순환 과정을 거쳤다고 할 것이다.

얼마 전 방송 촬영을 위해 산청에 들렀다. 산삼 재배지 26만4000여㎡(약 8만 평)을 운영하는 이가 직영하는 식당에서 다양한 산삼 음식을 맛봤다. ‘산삼 닭백숙’을 시작으로 ‘산삼 막걸리에 산삼 전’, ‘산삼 찹쌀밥에 산삼 장아찌’까지 ‘산삼 밥상 한 상’ 거하게 받았다.

아주 흔쾌한 것은, 모든 음식 조리에 보통의 물을 일절 사용하지 않고 산삼을 비롯해 대여섯 가지의 약초로 달여낸 ‘약초 물’을 물 대신 쓴다는 것이다. ‘산삼 닭백숙’은 압력밥솥에 닭을 넣고 약초 물을 닭이 잠길 만큼 부어 그 위에 산삼 7년근을 손에 잡히는 대로 얹어 끓인다.

산삼찹쌀밥
‘산삼 찹쌀밥’도 찹쌀에 약초 물을 넣고 산삼 또한 넉넉히 넣어 압력솥에서 짓는다. 산삼 밥을 그릇에 담을 때 밥 위에 산삼 한 뿌리 척 올려주는 것도 기껍다. ‘산삼 막걸리’는 막걸리에 산삼을 아낌없이 넣고 믹서에 통째 갈아 낸다. 산삼 막걸리 먹어본 사람은 이구동성으로 ‘산삼배양근으로 만든 건강 주스 맛과 똑같다’는 평가다. ‘산삼 전’ 또한 채마밭에서 채취한 부추에 달걀 반죽하여 부쳐내는데, 전 위에 새싹 산삼 1, 2년근을 넉넉히 올려 굽는다.

밥 짓고, 백숙 삶고, 전 지지는 식당 안이 인삼 특유의 향긋한 냄새로 가득 찬다. 산삼의 향기 성분인 사포닌이 사람 마음마저 상쾌하게 한다. 그도 그럴 것이 사포닌은 심신을 안정시키고 면역력을 강화하는데, 특히 모자라는 것은 채워주고 넘치는 것은 덜어주는 ‘정상화 작용’이 탁월하다.

여하튼 주인장이 직접 재배한 산삼을 활용하기에, 음식에 소용되는 산삼이 넘친다 싶을 정도 넉넉히 들어간다. 무심한 듯 손에 잡히는 대로 넣는 산삼으로 한 끼 식사가 ‘약선음식’을 넘어 ‘치유 음식’이 되는 것이다. 산삼 찹쌀밥 한 술에 칠 년 근 산삼 장아찌 한 입 물면, 그야말로 신선이 절대 안 부러운 것이다.

신선이 즐겨 먹었다는 불로초, 산삼. 이제는 서민도 쉽게 먹을 수 있을 정도로 재배되고 대중화하였다. 불로장생의 꿈으로 ‘재배’하기 시작한 산삼은 이제 인간 건강을 위한 좋은 식재료로 자리 잡은 것이다. 학술적으로도 항노화에 유효한 작용을 한다니, 잎이 지면서 뿌리에 약효가 모이기 시작하는 이즈음 ‘산삼 밥상’ 한 상 받아보는 것도 좋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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