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박물관 동래관에는 많은 사람의 발걸음을 머물게 하는 기와가 있다.

귀신이나 도깨비 형상이 조각된 귀면와. 부산박물관 제공

이 기와는 부산 기장 장안에서 출토된 것으로 팔작지붕의 마루 끝을 장식하는 용도로 제작되었으며, 마루와 귀마루 끝을 잇대어 장식하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조각된 형상은 부리부리한 큰 눈과 불꽃의 기세를 닮은 주먹만 한 코, 찢어질 듯 큰 입을 벌리고 있는 모습이다. 이러한 형상의 기와를 건축물 장식으로 쓰게 된 것은 건물에 침입하는 재난, 재앙 등을 막기 위한 일종의 벽사적인 의미가 담겨 있다. 따라서 그 모습을 무섭고 특이한 형상으로 표현한 것이다.

기와에 표현된 조각이 이렇듯 특이하다 보니 이 기와에 붙여진 이름 또한 많다. 현재 부산박물관에서는 이 기와를 ‘귀면와(鬼面瓦)’라고 부르고 있는데 다른 박물관에서는 용면와(龍面瓦), 짐승문양(獸面)기와, 혹은 도깨비문양 기와라고 설명하기도 한다.

귀면와는 괴수와 같은 귀신의 모습을 조각했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머리 가운데 불꽃 문양 보주를 배치하고 있거나 입에 보주를 물고 있는 형태를 용의 특징으로 보아 용면와라고 설명하기도 한다. 그 밖에도 이빨이나 수염이 강조될 경우에는 짐승문양기와, 도깨비를 귀신의 범주에 넣어 도깨비문양기와라고 부르기도 한다.

이런 기와는 삼국시대부터 제작되기 시작하여 통일신라 시기에 전성기를 맞이하게 된다. 통일신라 시기에 제작된 귀면와는 뿔과 보주, 이빨을 강조하고 주변을 넝쿨과 구름 문양 등으로 둘러싸 신비롭고 생동감 넘치는 힘을 전달한다. 또한 이 시기에 제작된 귀면와 중에는 정수리에 ‘왕(王)’자를 새기기도 하여 왕실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유물임을 추정할 수 있다. 통일신라 시기에 조성된 경주 동궁과 월지 유적에서는 청색과 녹색, 황갈색 빛을 내는 녹유를 바른 귀면와 다수가 출토되었다. 유약의 어두운 색이 공포와 강력한 왕권을 한층 더 강조하는 역할을 했다.

시간이 흐르면서 무섭고 용맹스러운 모습은 사라지고 웃고 있는 듯한 모습으로 변화하는 경향을 보이는데, 부산박물관 동래관에 전시된 기와 역시 찢어질 듯 벌어진 입이 해학적이며 친근한 느낌을 들게 하여 통일신라 후기~고려시대 초기에 제작된 것으로 추정한다.

오랜 시간 부산박물관을 수호하고 있는 이 기와는 오는 9월 정관박물관 특별기획전 ‘신(神)과 함께-도깨비 모시기’로 나들이를 떠날 예정이다. 또한 귀면조각의 정수라 할 수 있는 경주 동궁과 월지 출토 녹유와와 귀면 형상을 가진 장신구, 생활용품 등 다양한 유물들도 정관박물관에 전시된다.

올가을, 정관박물관을 방문하여 귀면, 도깨비 등으로 불리는 유물들을 만나보고, 한국의 상상 속 신 도깨비를 떠올려 보는 시간을 가져보는 것을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