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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메디클럽

벌써 10회째, 부산1세대 미술을 기록하는 전시

미광화랑 ‘꽃피는 부산항 10展’

  • 최승희 기자 shchoi@kookje.co.kr
  •  |   입력 : 2023-06-05 19:29:04
  •  |   본지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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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경·임호 등 11인 30여 작품
- 1940년 이후 희귀작 감상 기회

부산의 도시문화를 관통하는 키워드는 ‘혼종성(混種性)’이다. 개항지이자 임시수도라는 역사적 경험과 항구도시의 개방성이 낳은 독특한 성격이다. 이는 근대기 부산 화단이라고 다르지 않다. 외부에서 유입된 문화를 빠르고 다양하게 흡수했다. 역설적인 건, 이와 동시에 지역미술의 정체성과 이념을 확립하려는 움직임이 일어났다는 점이다. 이들은 부산에 피란 온 중앙화단과 주도권 경쟁을 펼치면서 향토적이고 독특한 화풍의 문화적 역량을 키워냈다.
부산 수영구 미광화랑에서 열린 ‘꽃피는 부산항 10展’에서 미광화랑 김기봉(왼쪽) 대표와 지역의 미술인·미술애호가들이 양달석의 ‘풀밭’ 액자 뒤에 기록된 당시 거래 영수증을 보고 있다. 최승희 기자
부산 1세대 미술인의 흔적을 모아 ‘부산 미술의 뿌리’를 더듬어보는 전시가 부산의 한 상업갤러리에서 열린다. 김경 김종식 임호 김윤민 서성찬 송혜수 양달석 오영재 전혁림 김남배 이석우 등 근현대 부산 미술을 견인한 작가 11인의 주요 작품 30여 점이 한공간에 걸렸다. 미술시장에서 주목받는 작가도 아닌, 공공미술관에서나 열릴 법한 이 전시는 벌써 올해로 10회째. 부산 수영구 미광화랑의 ‘꽃피는 부산항 10전(展)’이다.

‘꽃피는 부산항’ 전시는 미광화랑 김기봉 대표가 ‘죽은 고목에서도 꽃이 피길’ 바라는 마음으로 뚝심 있게 끌고온 정례전이다. 전시명은 부산을 대표하는 곡 ‘돌아와요 부산항에’를 차용했다. “1999년 첫발을 내디딘 미광화랑의 10주년 기념전으로 시작한 ‘꽃피는 부산항’이 벌써 10회를 맞았습니다. 제목이 신파적이긴 한데 사람들이 좋아해요.(웃음) 전시를 하면서 우여곡절도 많았지만, 많은 분의 격려와 응원, 또 보이지 않는 도움의 손길들 덕분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습니다.”

이번 전시에서는 1940년대부터 1990년대까지 부산의 주요 근대미술가 11인의 대표급 작품을 한자리에서 만나볼 수 있다. 토벽동인으로 활동한 5명(김경 김윤민 김종식 서성찬 임호)과 타지역에서 부산으로 온 작가 6명의 이름이 걸렸다. 자유분방하고 독자적인 화풍이 돋보이는, 말 그대로 ‘보석 같은 작품들’만 모았다. 임호의 ‘회상의 여상’과 양달석의 ‘풀밭’, 이석우의 ‘밤낚시’가 눈길을 끈다.

‘회상의 여상’은 해녀와 소라 등 향토적 해양성의 정취가 특징인 임호의 다른 출품작 3점과 다르게 당시 유행했던 큐비즘적인 화풍이 묻어나 새로움을 선사했다. 이석우의 ‘밤낚시’는 대표작 ‘농악도’와 같이 서민적 삶의 모습을 생동감 있는 필치로 그렸던 기존의 화풍과 다른 이미지로 감탄을 자아냈다. 이들 작품은 모두 당시 액자를 그대로 쓰고 있었는데, ‘회상의 여상’과 ‘풀밭’ 액자 뒷면에는 과거 거래 영수증까지 그대로 붙어있어 미술사적으로도 귀한 자료였다.

조일상 전 부산시립미술관장은 “임호 선생님은 나의 고등학교 미술선생님이고, 송혜수 선생님은 본인이 운영했던 송혜수 아틀리에에서 만난 스승이다. 나도 몰랐던 스승의 다른 면모를 만날 수 있어 놀랍고 기쁘다”며 “지역 미술을 확립하고자 애썼던 한 분 한 분의 노력이 지금 부산미술로 이어지는 것 아니겠나. 가슴으로 품는 의미 있는 전시”라며 감탄했다.

김경의 ‘절필’. 미광화랑 제공
지금 미술시장에서 주목하지도, 대중적으로 유명하지도 않은 부산 근대미술전을 계속해온 이유는 뭘까. 그는 충청도에서 온 자신을 오랜 세월 품어준 부산에 건네는 선물이라고 했다. 특히 이번 출품작은 모두 개인 소장품을 대여한 것으로, 판매하지 않는다. “군 제대 후 형이 살던 부산에 처음 왔을 때의 기억이 아직도 선합니다. 길을 물어봤는데 사람들이 정말 친절했어요. 바로 정착했죠. 40년 넘게 저를 품어준 부산에 대한 경의와 답사로 올해 또 ‘꽃피는 부산항’ 전시를 준비했습니다.”

김 대표는 미광화랑이 지역의 미술사를 기억하고 후학을 길러내는 문화 현장이길 바랐다. “지나간 미술의 역사와 흔적을 모으고 정리해 기록으로 남기는 일은 미술사적으로 매우 중요하고 의미 있는 일이에요. 후학에게도 귀한 학습 자료가 되길 바라죠.”

이번에 함께 전시를 준비한 조은비 독립큐레이터가 그 수혜를 입은 미술학도다. 그는 “미광화랑의 전시를 보며 지역 미술사를 공부했다. 오랜 시간 관람객과 소통하며 전시의 장을 펼쳐주신 김 대표님의 헌신에 감사드린다”며 고마움을 전했다. 전시는 오는 30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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