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수장고에서 찾아낸 유물이야기] <43> ‘국민회보’ 필사본

3·1운동 후 발행된 항일 지하신문…고종독살설·친일파 명단 폭로

  • 이근영 부산박물관 학예연구사
  •  |   입력 : 2023-02-27 19:22:32
  •  |   본지 15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 언론·출판의 자유 막혔던 상황
- 민중의 저항의지 들끓게 만들어
- 배포 기록은 있으나 원본 미발견

해마다 돌아오는 삼일절(3·1절)은 일본의 식민 통치에 항거하고, 한국의 독립 의지를 세계에 알린 날을 기념하는 국경일이다. 동시에 3월 1일은 새 학기가 시작되기 전날이기도 하다. 요즘은 삼일절을 기념하기보다 다음 날 새 학기를 맞이하는 일에 더 많은 관심을 주는 것 같다.
부산박물관이 소장한 1919년 당시 항일 지하신문 ‘국민회보’ 필사본. 부산박물관 제공
여기 한 장의 낡은 문서를 통해 삼일절의 의미를 되새겨 보자.

먹물이 희미해질 때까지 그치지 않고 쓴 흔적, 일정하지 않은 글자의 크기와 간격, 겹쳐 쓴 글씨, 마치 무언가에 쫓기듯 급히 쓴 것처럼 보이는 이 문서의 첫 행에는 “國民會報 三月 一日(국민회보 삼월 일일)”이라 적혀 있다. 이 유물은 부산박물관이 소장한 ‘국민회보’ 필사본이다.

‘국민회보’는 1919년 삼일운동(3·1운동)이 일어난 직후 일제의 강압에 맞서 발행한 항일 지하신문 가운데 하나다. 서울 배재고보 교사였던 강매가 발간을 주도하였고, 최윤창이라는 인물이 서울에서 구한 ‘국민회보’를 본떠 등사기로 돌린 뒤 50여 통을 다시 배포했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사진 속 ‘국민회보’ 필사본도 재배포하거나 다른 이에게 전달하기 위해 급히 베껴 썼을 가능성이 있다.

일제 경찰이 압수한 지하신문을 모아 정리한 문서를 통해 ‘국민회보’의 존재를 알 수 있으나, 원본은 아직 발견되지 않았다. 다만 ‘국민회보’ 필사본은 부산박물관이 2019년 기증받아 현재 전시 중이며, ‘조선독립신문’ 1호와 ‘국민회보’의 내용이 한 장의 종이에 등사된 유물도 2019년 경북 영천 용화사에서 발견되어 현재 영천역사박물관에서 보관 중이다.

‘국민회보’에는 ‘아! 우리 태상황제(太上皇帝)의 억울하게 붕어(崩御)하심이여, 슬프다’로 시작하여 ‘파리강화회의에서 민족 독립을 제창하고 있는 이때 간교한 일본이 친일파를 이용해 식혜에 독약을 타 고종을 독살했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이른바 ‘고종독살설’을 제기하면서 이완용 조중응 등 6인의 친일파 명단도 공개하였다.

특히 ‘국민회보’를 비롯한 항일 지하신문에서 보도한 고종독살설은 당시 조선인들의 분노를 한층 더 끌어내었다. 그 위력은 매우 강력하여 총독부 기관지인 ‘매일신보’와 ‘경성일보’가 1919년 3월 15일과 16일 자 이틀에 걸쳐 고종독살설에 대한 해명 기사를 실을 정도였다.

1910년 나라를 빼앗긴 뒤 언론과 출판의 자유가 철저하게 막혔던 상황에서 삼일운동은 그간 억눌려 있던 민중의 저항 의지를 들끓게 한 기폭제가 되었다. 일제의 억압에 맞선 지하신문은 일제의 강력한 탄압, 부족한 인력과 재원에도 꾸준히 발행되어 거리에 뿌려졌다.

항일 지하신문은 총독부 기관지 ‘매일신보’의 편향된 보도에 대항하였으며, 일제의 정책과 친일파의 실체를 폭로했다. 그리고 만세운동과 독립 의지를 담은 기사가 많은 지역으로 전해져 삼일운동이 전국에 걸친 독립운동으로 발전할 수 있었다.

삼일운동에 관한 자세한 자료는 국사편찬위원회가 제공하는 ‘삼일운동 데이터베이스’ 누리집에서 확인할 수 있다.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정규반 신입생 52명 뿐인 부산미용고, 구두로 폐쇄 의사 밝혀
  2. 2국제신문 사장에 강남훈 선임
  3. 3AG 축구 빼곤 한숨…프로스포츠 몸값 못하는 졸전 행진
  4. 49년새 우울감 더 커졌다…울산·경남·부산 증가폭 톱 1~3
  5. 5부산 중구 ‘1부두 市 문화재 등록 반대’ 천명…세계유산 난항
  6. 6시민사회가 주도한 세계 첫 국가공원…스웨덴 자랑이 되다
  7. 7“용맹한 새는 발톱을 숨긴다…” 잠행 장제원의 의미심장한 글
  8. 8주차 들락날락 사고위험 노출…사유지 보호장치 강제 못해
  9. 9용산 참모 30여 명 ‘총선 등판’ 전망…PK 이창진·정호윤 등 채비
  10. 10‘삐약이’서 에이스된 신유빈, 중국서 귀화한 전지희
  1. 1“용맹한 새는 발톱을 숨긴다…” 잠행 장제원의 의미심장한 글
  2. 2용산 참모 30여 명 ‘총선 등판’ 전망…PK 이창진·정호윤 등 채비
  3. 39일 파리 심포지엄…부산엑스포 득표전 마지막 승부처
  4. 4국정안정론 우세 속 ‘낙동강벨트’ 민주당 건재
  5. 5김진표 의장, 부산 세일즈 위해 해외로
  6. 6추석 화두 李 영장기각…與 “보수층 결집” 野 “총선 때 승산”
  7. 76일 이균용 임명안, 민주 ‘불가론’ 대세…연휴 뒤 첫 충돌 예고
  8. 8추석연휴 민생 챙긴 尹, 영수회담 제안에는 거리두기
  9. 9포털 여론조작 의혹에 대통령실 "타당성 있어" 與 "댓글에 국적 표기"
  10. 10강성조 "자치경찰교부세 도입 필요, 지방교육재정 재구조화 고민해야"
  1. 1BPA, 취약계층에 수산물 선물
  2. 2‘손 놓은’ 외국인 계절 근로자 관리… 5년간 1818명 무단이탈
  3. 3"오염수 2차 방류 임박했는데…매뉴얼 등 韓 대응책 부재"
  4. 4올해 상반기 부산지역 화물차 안전기준 위반 건수 급증
  5. 5내년부터 주택 임대차 계약 신고 때 공인중개사 정보 기재 의무화
  6. 6“서류심사 공정성에 문제”…산업은행, 신입행원 채용 일정 연기
  7. 7스타벅스 거대용량 트렌타 사이즈 상시판매
  8. 8부산 아파트 매매지수 보합세 눈앞…3주 연속 -0.01%
  9. 9"데이터센터 설립 신청 68%, 부동산 이익 목적 '알박기'"
  10. 10'박카스 아버지' 동아쏘시오그룹 강신호 명예회장 별세
  1. 1정규반 신입생 52명 뿐인 부산미용고, 구두로 폐쇄 의사 밝혀
  2. 2국제신문 사장에 강남훈 선임
  3. 39년새 우울감 더 커졌다…울산·경남·부산 증가폭 톱 1~3
  4. 4부산 중구 ‘1부두 市 문화재 등록 반대’ 천명…세계유산 난항
  5. 5시민사회가 주도한 세계 첫 국가공원…스웨덴 자랑이 되다
  6. 6주차 들락날락 사고위험 노출…사유지 보호장치 강제 못해
  7. 7“을숙도·맥도 생태적·역사적 잠재력 충분…문화·예술 등과 연대 중요”
  8. 8광반도체 기술자로 창업 쓴 맛…시설농사 혁신으로 재기
  9. 94일 부울경 내륙 중심으로 쌀쌀
  10. 10“양산 웅상 현안 다양한 의견 모아 행정에 반영 보람”
  1. 1AG 축구 빼곤 한숨…프로스포츠 몸값 못하는 졸전 행진
  2. 2‘삐약이’서 에이스된 신유빈, 중국서 귀화한 전지희
  3. 3남자바둑 단체 우승…황금연휴 금빛낭보로 마무리
  4. 4우상혁 높이뛰기서 육상 첫 금 도약
  5. 5임성재·김시우 PGA 롱런 열었다
  6. 65년 만의 남북대결 팽팽한 균형
  7. 7롯데, 포기란 없다…삼성전 15안타 맹폭격
  8. 8[속보] 한국 바둑, 남자 단체전서 금메달
  9. 9'박세리 월드매치' 7일 부산서 개최… 스포츠 스타 대거 참석
  10. 10세리머니 하다 군 면제 놓친 롤러 대표 정철원 “너무 큰 실수”
우리은행
시인 최원준의 음식문화 잡학사전
산삼 음식
수장고에서 찾아낸 유물이야기
토기 큰 항아리
박현주의 신간돋보기 [전체보기]
2000년 역사 로마의 흥망성쇠 外
세상의 평화는 밥상서 시작된다 外
이 한편의 시조 [전체보기]
환희/전용신
가을바람 /임종찬
이원 기자의 드라마 人 a view [전체보기]
‘마스크걸’ 이한별과 고현정
이원 기자의 영화 人 a view [전체보기]
‘1947 보스톤’ 강제규 감독
‘달짝지근해: 7510’의 유해진과 김희선
이원 기자의 Ent 프리즘 [전체보기]
각기 다른 장르 韓영화 4파전…추석 누가 웃을까
OTT와 경쟁 이길 수 있나…영화티켓 인하 논의할 시점
일인칭 문화시점 [전체보기]
손민수가 2년 전 약속한 협연 무대, 관객과 로비인사 재개도 감개무량
조재휘의 시네필 [전체보기]
‘잠’ 은밀히 감춘 문제의식…웰메이드 공포물의 표리부동 미덕
‘원자폭탄의 아버지’ 삶과 고뇌…비극적 아이러니에 관한 통찰
뭐 볼까…오늘의 TV- [전체보기]
뭐 볼까…오늘의 TV- 2023년 10월 4일
뭐 볼까…오늘의 TV- 2023년 9월 27일
방호정의 컬쳐 쇼크 & 조크 [전체보기]
그레이트풀 캠프 참관기
나는 솔로 16기-돌싱특집
오늘의 운세- [전체보기]
오늘의 운세- 2023년 10월 4일(음력 8월 20일)
오늘의 운세- 2023년 9월 27일(음력 8월 13일)
조해훈의 고전 속 이 문장 [전체보기]
먼저 세상을 버린 벗을 그리워하며 시 읊은 조선 전기 이행
휴가 받아 고향에서 추석 쇠는 즐거움을 노래한 오숙
  • 맘 편한 부산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
스토리 박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