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16세기 인문주의 개척한 스승 에라스무스

에라스무스 평전- 슈테 판 츠바이크 지음 /정민영 옮김 /원더박스 /1만8000원

  • 조봉권 기자 bgjoe@kookje.co.kr
  •  |   입력 : 2023-01-26 19:30:57
  •  |   본지 14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 작가 슈테판 츠바이크가 쓴 평전
- 마르틴 루터와 첨예대립 등 묘사

동시대 화가 한스 홀바인이 그린 에라스무스 초상. 원더박스제공
슈테판 츠바이크(1881~1942)는 몰입을 부르는 작가다. 그가 쓴 작품은 읽는 이를 깊은 곳으로 빨아들인다. 작가 슈테판 츠바이크가 쓴 ‘에라스무스 평전’이 지난해 10월 중순 나왔을 때 언젠가 읽어봐야지 하는 가벼운 마음으로 한쪽에 제쳐두었다. 슈테판 츠바이크라는 작가에게는 끌리는데, ‘에라스무스? 세계사 수업 때 배운 16세기 유럽 사상가? ‘우신예찬’ 저자? 왠지 선뜻 가까이 다가가지지가 않는 걸…’ 하는 생각이 들었던 거다.

그런데 한쪽에 제쳐둔 이 책은 마치 낙랑 공주 이야기에 나오는 자명고처럼 알 수 없는 에너지를 뿜으며 줄곧 관심을 끌었다. ‘이게 츠바이크의 힘인가’ 생각하며 결국, 설 연휴 때 ‘에라스무스 평전’을 읽었고 역시나 깊숙이 밀려 들어오는 작가의 호흡을 느끼며 곧장 결론 내렸다. ‘좀 늦었지만, 이 책을 지면에 소개해야 한다’. 이 책은 종교개혁이 불붙은 16세기 유럽에서, 완연히 다른 면모를 지닌 두 중심인물, 인문의 인간 에라스무스와 혁명의 인간 마르틴 루터를 날카롭게 대비한다. 그 장면에서 쉽게 ‘오늘의 세계, 오늘의 한국’을 떠올릴 수 있다.

“대중은 추상적인 것보다 구체적이고 명료한 것을 항상 더 쉽게 이해하므로 정치적 면에서도 어떤 이상보다는 적대적인 구호를 따르는 것이 쉽다. 다른 계층, 다른 인종, 다른 종교를 적대하는 것이 이해하기 편한 탓이다. 광신의 무모한 불꽃이 가장 쉽게 불붙는 것이 바로 증오다.”(19쪽) 작가가 에라스무스와 루터가 온 힘을 다해 할동하며 서로 얽히던 시대를 염두에 두고 쓴 문장이다. 놀랍게도 트럼프 시대의 정치 문법, 최근 브라질에서 진행되는 대선 불복 폭력 행동, 한국에서도 그 조짐이 보이는 증오 정치와 소름 끼칠 만큼 비슷하다.

그런 시대에 에라스무스는 이상을 포기하지 않고 자기가 내세운 철학을 실천하며 불가능해 보이는 목표를 향해 한 걸음 한 걸음 힘겹게 걸어가는 거인의 풍모를 보인다. 그리고 패배했다. “그는 서양의 모든 저술가와 창조자 가운데 최초의 의식 있는 ‘유럽인’이었으며 최초의 비판적 평화 애호자였고, 인문주의 이상과 세계 우호 정신이라는 이상을 위한 달변의 변호사였다. 한편 우리의 정신세계를 더욱 정의롭고 더욱 화합된 모습으로 만들기 위한 싸움에서 패배한 그의 비극적 운명은 그를 더욱 친근하게 느끼게 한다.”(12쪽)

츠바이크는 에라스무스의 반대편 인물인 종교개혁가 마르틴 루터는 이렇게 묘사한다. “이 땅에 묻힌 모든 천재 중에서 루터는 아마 가장 광적인 사람, 가장 고집 센 사람, 가장 다루기 어려운 사람, 그리고 가장 호전적인 사람일 것이다.…싸움의 승리자는 애초 루터일 수밖에 없었다.… 그가 더 싸움에 익숙하고 싸움을 즐기는 싸움꾼이었기 때문이다. 루터는 평생 투쟁자의 천성을 지녔고 신과 인간, 그리고 악마와도 맞붙는 타고난 깡패였다.”(151~153쪽)

저자는 종교개혁 불길이 절정으로 치닫는 긴박한 시기 인문주의자 에라스무스가 절체절명의 방향을 정할 열쇠를 쥔 순간을 제시한다. 에라스무스는 그때도 (답답할 정도로) 자기 성격대로 자기 철학을 실천하며 ‘패배’의 길로 들어서고, 그 덕분에 인문정신의 스승으로 영원히 남는다.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朴시장 “부산의 감동 안기자” 차량2부제·불꽃쇼 안전 당부
  2. 2‘엑스포 무대’ 북항 2단계 준공 2년 앞당긴다
  3. 3엑스포 실사 이틀 앞으로…부산 보여줄 준비됐다
  4. 4프로야구 ‘플레이볼’…롯데·두산 4월 1일 개막전
  5. 54강 6중…롯데 다크호스 될까
  6. 6전봉민 563억 급감…‘국회의원 재산 1위’ 안철수에 내줘
  7. 7웅동지구 시행자 지위상실…14년 헛바퀴만 돌린 개발사업
  8. 8[서부국과 함께하는 명작 고전 산책] <62> 데카메론-조반니 보카치오(1313~1375)
  9. 9후쿠시마수산물 수입 논란까지…尹 대일외교 부정여론 60%
  10. 10오늘~모레 부산 울산 경남 낮 기온 20도 이상...일부 건조특보
  1. 1전봉민 563억 급감…‘국회의원 재산 1위’ 안철수에 내줘
  2. 2후쿠시마수산물 수입 논란까지…尹 대일외교 부정여론 60%
  3. 3與 하영제 체포동의안 가결…민주 내로남불 비판 거셀 듯
  4. 4“패스트트랙은 꼼수” “김 여사도 특검해야” 법사위 신경전
  5. 5與 하영제 체포동의안 가결…민주당 '이재명 방탄' 비판 불가피
  6. 6부산시립 아동병원 추진…24시간 응급의료도 보강
  7. 7가덕신공항 특별법 마지막 관문 넘었다
  8. 8北, 니미츠호 견제하려 50년 전 美 푸에블로호 트라우마 자극
  9. 9尹대통령 지지율 2%p 하락한 33%…한일회담 긍정평가 31%·부정 60%
  10. 10울산교육감 보궐선거 막판 네거티브 공세 난무
  1. 1‘엑스포 무대’ 북항 2단계 준공 2년 앞당긴다
  2. 2대체거래소 예비인가 1곳 신청…경주·전북도 유치전 가세
  3. 3한일재계 엑스포 협력모드…부산서 140명 유치전 머리 맞댄다
  4. 4지산학 협력으로 고용창출…부산 5년 간 1조 투입한다
  5. 5각국 국기 새긴 방패연으로 환영하고 철마 한우·짭짤이토마토로 입맛 잡고
  6. 6“어시장 지분 매각해 출자금 돌려줄 것”
  7. 7BIS 기준 자기자본비율, 부산·경남은행 소폭 하락
  8. 8청소년 시각 해양오염 대책 모색
  9. 9부산 중기·기관, 납품단가 연동제 확산 협의체 구성
  10. 10주가지수- 2023년 3월 30일
  1. 1朴시장 “부산의 감동 안기자” 차량2부제·불꽃쇼 안전 당부
  2. 2엑스포 실사 이틀 앞으로…부산 보여줄 준비됐다
  3. 3웅동지구 시행자 지위상실…14년 헛바퀴만 돌린 개발사업
  4. 4오늘~모레 부산 울산 경남 낮 기온 20도 이상...일부 건조특보
  5. 5술 마시고 90분 이내 기준치 조금 초과 음주운전...무죄 판결
  6. 6檢 계엄 문건 주도 조현천 구속하기로...탱크 동원, 언론 검열 계획
  7. 7작년 남부 227일 역대 최장 가뭄, 중부 600㎜ 폭우…이상기온 심화
  8. 8부산 학력격차 해법 찾는다
  9. 9오늘의 날씨- 2023년 3월 31일
  10. 10해상 택시·버스 사업은 처음이라…운영자 선정 골머리
  1. 1프로야구 ‘플레이볼’…롯데·두산 4월 1일 개막전
  2. 24강 6중…롯데 다크호스 될까
  3. 3서튼 “디테일 야구로 거인 팬들에게 우승 안기겠다”
  4. 412초내 투구…경기시간 줄여 박진감 높인다
  5. 5“비거리 고민하는 골퍼, 힘빼고 원심력으로 공 쳐야”
  6. 6유럽파 ‘클린스만의 그들’ 리그서 골 사냥
  7. 7LIV골프투어는 모래지옥?
  8. 8롯데, 이승엽의 두산과 첫 맞대결…팬들은 가슴 뛴다
  9. 9‘괴물’ 김민재도 지쳤다? ‘국대 은퇴’ 해프닝
  10. 10류현진 ‘PS 분수령’ 7월 복귀
서부국과 함께하는 명작 고전 산책
데카메론-조반니 보카치오(1313~1375)
시인 최원준의 음식문화 잡학사전
통영 음식 유곽과 너물비빔밥
박현주의 신간돋보기 [전체보기]
이국의 삶에 버팀목 된 나무 外
털머위꽃 할아버지의 깨달음 外
이 한편의 시조 [전체보기]
인공지능(AI) /이성호
덕혜옹주 /강지원
이원 기자의 드라마 人 a view [전체보기]
‘카지노’의 강윤성 감독
뮤지컬 영화 ‘영웅’ 윤제균 감독
이원 기자의 영화 人 a view [전체보기]
‘소울메이트’의 두 여배우
‘대외비’ 주연 조진웅
이원 기자의 Ent 프리즘 [전체보기]
학창시절·설화…일본 애니 ‘닮은꼴 정서’로 인기몰이
SM 세계관 지워질까 살아남을까…경영권 다툼 격화
일인칭 문화시점 [전체보기]
50년 전 태어난 그 무대서, 부산시립무용단 다시 쓴 ‘전국 최초’ 역사
불가능이 없는 상상력의 세상, 양자역학 개념이 눈에 보인다
조재휘의 시네필 [전체보기]
272㎏ 육신은 영혼의 감옥이었다
동일본 대지진 이후의 삶…문 너머 상실을 치유하다
BIFF 리뷰 [전체보기]
‘지석’
뭐 볼까…오늘의 TV- [전체보기]
뭐 볼까…오늘의 TV- 2023년 3월 30일
뭐 볼까…오늘의 TV- 2023년 3월 29일
방호정의 컬쳐 쇼크 & 조크 [전체보기]
영화 ‘영웅’
넷플릭스 시리즈 ‘더 글로리 the glory’
오늘의 운세- [전체보기]
오늘의 운세- 2023년 3월 30일(음력 2월 9일)
오늘의 운세- 2023년 3월 29일(음력 2월 8일)
오늘의 BIFF [전체보기]
오늘의 BIFF - 2022년 10월 13일
오늘의 BIFF - 2022년 10월 12일
조해훈의 고전 속 이 문장 [전체보기]
내공이 깊은 사람의 말과 글은 쉽다고 말한 임상덕
가요를 시로 옮긴 고려 시대 문신 이제현
  • 다이아몬드브릿지 걷기대회
  • 제11회바다식목일
  • 코마린청소년토론대회
  • 제3회코마린 어린이그림공모전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
스토리 박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