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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메디클럽

부산음식 숨은 이야기 ‘인문학 그릇’에 담다

부산을 담다 팔도를 품다-부산의 음식- 최원준 박찬일 박정배 박상현 등 18인 지음

부산문화재단 /1만5000원

  • 조봉권 기자 bgjoe@kookje.co.kr
  •  |   입력 : 2023-01-12 19:41:47
  •  |   본지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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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화재단의 아홉번째 문화총서
- 최원준·박상현 등 맛객 18인
- 깊은 통찰력으로 문화적 해부
- 잘 알려지지 않은 음식 조명도

이렇게 가정해보자. 당신은 지금 ‘교과서’가 급히 필요하다. 무슨 교과서? 부산의 음식과 음식문화를 담은 교과서! 다만, 그냥 음식 소개에서 끝나면 안 된다. 부산 맛집 소개하는 책과 채널은 이미 ‘천지삐까리’다. 부산이라는 도시의 정체성을 문화의 관점에서 인문의 방식으로 통찰하되 그걸 ‘음식’이라는 요소를 통해 전달해야 한다. 그 교과서는 청소년부터 어른까지 폭넓은 독자층이 어려워하지 않고 읽을 수 있어야 한다. 재미있으면 더 좋고.
부산 기장군 학리항에 가면 맛볼 수 있는 말미잘구이(왼쪽)와 넙데기회·뼈째썰기·구이를 함께 맛보는 부산 명지식 전어 한 상. 부산문화재단 제공
부산문화재단이 펴낸 아홉 번째 사람·기술·문화 총서인 ‘부산을 담다 팔도를 품다-부산의 음식’은 음식을 매개로 지역문화의 콘텐츠와 정신을 잘 담은 교과서 같은 책으로 다가왔다. 이 책을 읽으며 내내 이런 상상을 했다. 부산의 청소년과 대학생이 이 책을 읽고 서로 토론하거나 강연을 듣는다면 어떨까. 함께 볼 만한 ‘교재’ 성격의 책이 많지 않은 형편에 이 책은 지역과 지역문화에 바탕을 둔 인문 프로그램을 한결 풍성하게 가꾸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 같았다.

책은 크게 세 대목으로 이뤄졌다. 부산을 중심으로 오랜 세월 활발하게 음식문화칼럼니스트로 활동하는 최원준 시인이 총론 ‘부산의 정체성과 부산 음식’을 썼다. 이 총론은 ‘명문’이라고 해도 될 만큼 정리가 잘 됐다. 그는 ‘음식은 시대를 담는 그릇’이라는 지론을 바탕으로 부산 음식에 담긴 부산 정체성과 문화 특질, 부산 정체성과 문화 특질이 빚은 부산의 음식에 관해 연구해왔다. 그의 의견을 자주 접하다 보니 ‘조금만 더 풍성한 설명’을 바라게 되기도 했는데, 간결하고도 풍성한 이번 글이 그 일을 했다.

1부는 ‘누구나 잘 아는 부산 음식, 그러나 잘 모르는 부산 음식’이다. 1부에서는 필진을 눈여겨보자. 필진을 ‘부산 사람만’으로 구성하지 않았다. 음식과 음식 문화 분야 정상급 필진의 이름도 여럿 보인다. 예컨대 다음과 같다.

맛칼럼니스트이자 셰프 박찬일이 ‘진화하는 부산의 소울푸드-돼지국밥’을 썼다. 저명한 음식평론가 박정배는 ‘근·현대사의 상흔을 품은 부산만의 음식-밀면’을 썼다. 부산이 낳은 전국구, 글 잘 쓰는 맛칼럼니스트 박상현은 ‘국민 반찬이자 서민 간식, 베이커리화로 변신하다-어묵’을 썼다. 이름난 전문가인 이춘호 영남일보 음식전문기자가 ‘부산의 선어는 더 살아 있다-활어회와 선어회’를 썼다. 부산 사람에겐 꽤 익숙한 음식을 다뤘다.

그런데 이들 필자가 ‘부산’이라는 관점에 갇히지 않고 지평을 한껏 넓히면서 자신만의 내공을 담아 글을 전개하자 전에 몰랐던 ‘맥락’이 생긴다. 아하! 이런 거였구나. 이게 제1부의 핵심이며 재미다. 익숙했던 게 낯설게 보이다가 비로소 새롭게 인식되는 구조다. 이 책을 강연용 참고도서나 지역문화 교과서로 보는 이유다. 1부에는 이와 함께 동래파전(김한근 향토사학자) 곰장어(오지은 디자이너) 초량돼지갈비(이욱 한국음식평론가협회장) 길거리음식(배길남 소설가)이 실렸다.

2부는 ‘부산 사람도 잘 모르는 부산 음식’이다. 차림표는 이렇다. 바다 추어탕(김준 박사·광주전남연구원) 고갈비·명갈비(반민순 극작가) 영도 조내기고구마(박희진 사진가·동주대 교수) 해초 음식(양용진 제주향토음식보존연구원 대표) 청게·방게·밀기(김미주 국제신문 기자) 전어넙데기회·꼬시레기회쌈(나여경 소설가) 매집찜(김정화 K스토리연구소 대표) 말미잘탕(김성윤 조선일보 음식전문기자).

1부에서 2부로 이어지는 흐름이 절묘하다. 1부에서 누구나 잘 아는 부산 음식 같은데 그 속을 더 들여다보면 모르는 게 많았던 메뉴를 정해 ‘보편성’으로 아울렀다면, 2부에서는 부산 사람도 잘 모르는 ‘특수성’으로 들어간다. 이런 구성이 ‘아하! 부산 음식 이렇구나’의 세계로 독자를 안내한다. 부록으로 ‘부산 지명, 부산 음식’(박종호 부산일보 논설위원)을 실었다.

책 전체의 교열이 가지런하지 못한 점은 아쉽다. 각 글 사이의 편차는 이전 총서보다 훨씬 줄어 발전과 노력을 실감했다. 그래도 살짝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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