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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 속 ‘비현실적’ 이야기, 리얼리즘 소설로 재탄생

내 기타는 죄가 없어요, 아버지! - 나여경 지음/전망/1만4000원

  • 조봉권 기자 bgjoe@kookje.co.kr
  •  |   입력 : 2023-01-05 19:47:01
  •  |   본지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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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건물 외벽 청소줄 절단’ 등 소재
- 표제작 포함 총 6편의 단편 실어

리오넬 메시가 이끄는 아르헨티나 국가대표 축구팀이 2022년 카타르 월드컵에서 킬리안 음바페의 프랑스를 승부차기 끝에 격파하고 우승컵을 들어올렸을 때, 그 경기를 본 모든 소설가는 이렇게 생각했다. ‘작가인 나는 축구한테 졌다’. 그 경기는 상상을 초월했다. 소설가의 창작력을 능가했다. 그 경기를 본 모든 소설가는 ‘내 소설 속에 이 경기의 내용을 창작해서 썼다면, 말도 안 되는 이야기 지었다고 얼마나 큰 비난이 쏟아졌을까’ 하고 생각했다. 그런 소설 같은 일이 현실에서 벌어진 게 메시의 라스트 댄스였다. 자! 현대사회에서 소설과 현실은 어떤 관계인가.

나여경 소설가.
나여경 소설가의 세 번째 소설집 제목은 ‘내 기타는 죄가 없어요, 아버지!’이다. 살면서, 청소년 시절 즈음에, 아버지라는, 밖에 나가면 실은 참 초라하고 측은한 존재인데, 집에만 들어오면 이상하게 막강한 권력을 휘두르는 폭군이 되는 남자에게, 반항이란 걸 해본 사람은 이 제목이 얼마나 현실감 ‘쩌는’ 초특급 리얼리즘 공감 백배 표현인지 알 것이다. 아버지! 누나의 머리카락과 내 기타는 죄가 없어요. 밖에서는 못난 분이 왜 집에만 들어오면 이 지경인가요?

메시의 라스트 댄스 이야기를 나여경의 소설집 ‘내 기타는 죄가 없어요, 아버지’와 겹쳐놓은 이유는 이 소설집을 읽으며 현실과 문학 사이 관계 맺음을 거듭 생각했기 때문이다. 무엇이 현실이고, 무엇이 허구인가. 그 둘을 정밀하게 구분하는 건 과연 의미가 있나? 이 소설집에 따르면, 그런 구분은 별 의미가 없다. 우리가 그 사건과 이야기 속에서 무엇을 보고 어떤 것을 느끼는지가 중요하다. 바로 거기서 리얼리즘 작가의 사명과 임무가 튀어나온다. 이게 무슨 말인가? 리얼리즘 문학은 여전히 기세가 짱짱하고 여전히 힘이 세다는 뜻이다.

작가 한창훈이 이 소설집에 쓴 발문은 나여경 작가에 관한 취재와 인터뷰를 포함하기에, 작가와 작품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신문이나 뉴스를 보며 직접적인 발언은 못 하고, 소설 쓰는 사람이니 글로 써보자는 심산이었다. 비난받는 이들 입장에서 생각해 보기도 하고.” 이건 한창훈 작가가 발문에서 전한 나여경 작가의 창작 의도다. 이 발언 그대로, 표제작을 비롯해 ‘줄’ ‘독’ ‘산책하는 고양이’ ‘네버엔딩 스토리’ ‘즐거운 인생’, 이렇게 수록작 6편은 모두 현실에서 실제로 일어난 사건사고를 바탕으로 쓴 단편소설이다.

수록 작품 ‘줄’에서는 줄에 매달려 건물 외벽을 청소하는 사람의 줄을 아파트 주민이 잘라버린 실제 사건을 바탕으로, 그날 줄을 탔던 남성 처지에서 이야기를 전개한다. 표제작은 태어나 보니 지극히 가난한 청년 세대인 젊은이가 알바 뛰고 ‘배민’ 배송 뛰면서 열심히 살려 하지만, 불가사의하게 아들의 피를 빨아먹는 아버지 탓에 일이 잘 안 풀리는 상황을 그렸다. ‘산책하는 고양이’는 정신건강이 좋지 않은 아파트 주민의 처지가 되어 작품을 전개한다.

메시의 라스트 댄스는 너무도 비현실적인 현실을 담았다. 이 소설집의 작품은 정말로 현실적인 비현실을 담았다. 문학은 살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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