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공공미술작품 정보 문서가 있다. 부산 영도구 A 아파트 내 ‘건축물 공공미술’을 다룬 이 보고서는 익숙한 행정양식에 작품사진과 작품명, 작가명, 설치정보 등이 있다. 유심히 보면 보고서 바탕에 깔린 회색 글씨가 읽힌다. ‘건축물 미술작품 제고의 취지는 공공공간의 예술적 조성, (중략) 국민의 예술향유 기회 확대를 위함이라 정의하고 있습니다. 작품이 있는 곳은 외부인의 진입이 통제됩니다’.

지난 16일 부산 영도구 옛 남부여객 건물에서 ‘영도 공공미술 전수조사 보고전’이 열렸다.

“공공미술작품의 숨겨진 진실을 얘기하고 싶었어요. 가령 이 아파트엔 저희가 들어갈 수 없었습니다. 멀리서 줌인해서 겨우 찍은 사진이에요. 공공미술작품인데 누리는 사람은 입주자에 한정된거죠. 반대로 벽화마을인 해돋이마을엔 아무도 개의치 않고 주민 사생활을 침범하는 상황입니다.”(김상아 연구원)

올해 초 ‘이 벽화를 지워도 되겠습니까’라는 도발적 질문으로 주목받은 영도문화도시센터 ‘프로젝트 영도’가 이번엔 공공미술 전수조사 결과를 공유했다. 영도 봉래동 옛 남부여객 건물에서 열린 ‘영도 공공미술 전수조사 보고전’에서는 2010~2021년 영도에서 시행된 공공미술 작업의 작품 150여 점을 전수조사한 결과가 전시됐다. 지난 16일 전시 연계 프로그램으로 마련한 ‘영도 공공미술을 살펴봅니다’ 잡담회에서 조사에 참여한 작가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이번 조사는 공공미술을 되돌아보고, 새로운 방향·대안을 모색하는 ‘프로젝트 영도’의 일환이다. “공공미술에 관한 문제의식에서 출발해 영도 공공미술작품의 수와 유형, 범주에 대한 질문이 일면서 전수조사에 착수했습니다. 전수조사 과정에서 그 목적을 고민하면서, 그동안 다루지 않은 곳에 집중하는 방식을 채택하게 됐어요.”(서평주 연구원)

서 연구원은 하나의 조형물을 놓고 꼬리에 꼬리를 무는 질문을 풀어내는 방식으로 그 작품의 역사와 주변 변화를 ‘살펴봤다’. 그가 주목한 작품은 청학동 ‘의지의 꽃길’ 기념비. “부산 시내에서 태종대까지(7.7㎞) 영도구민 무임노동으로 조성한 길을 박정희 전 대통령이 치하하고 ‘의지의 꽃길’이라 명명하면서 1974년 세워졌다는 게 기본정보입니다. ‘의지’와 ‘꽃길’이라는 단어를 왜 썼을까, 이 과정에서 세워진 ‘새마을 정신탑’은 무엇일까 등을 계속 추적하면서 해석하고 보고서를 만들었습니다.” (진세영 연구원)

‘지적불부합’ 형식은 토지 지적도와 실제 상황이 맞지 않는 경우처럼 기존 문서에 채워지지 않는 공공미술 이야기를 담아냈다. 가령, 태종대 모자상의 작가명 작품형태 뿐만 아니라 설치배경, 뒷얘기, 작가 인터뷰 등을 적어 전수조사표에서 최대한 온전히 이해할 수 있게 했다.

영도문화도시센터 관계자는 “영도형 공공미술 분류지표가 공공미술의 생성과 철거과정에 효용성을 낼 수 있도록 고민하고 있다. 내년에도 계속해서 시민과 함께 공공성에 대한 담론을 탐구하고, 공공미술이 도시 구성원과 상생하는 방안을 모색하고자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