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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사기 속 신라 청춘의 사랑, 소설로 되살아나다

설화- 안영실 장편소설 /강 /1만4000원

  • 조봉권 기자 bgjoe@kookje.co.kr
  •  |   입력 : 2022-12-01 19:43:52
  •  |   본지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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뭘까? 이 아름다움과 이 묵직함은? 작가 안영실의 장편소설 ‘설화’를 읽는 내내 든 생각이다. 장편소설 ‘설화’(薛華)를 먼저 다 읽은 뒤, 이 장편소설의 원천 소재가 된 설화(說話)인 ‘설(薛)씨녀와 가실’ 이야기를 ‘삼국사기’ 열전 편에서 찾아 읽었다. 원전 격인 ‘삼국사기’ 속 ‘설씨녀와 가실’은 그 자체만으로도 아주 튼실하고 감동 깊은데, 장편소설 ‘설화’는 그 이야기에 숨결을 불어넣어 한층 생기가 돌게 하고, 풍성하게 가꿨다.
부산 기장 전통문화예술원에서 선보였던 천연 염색 명주천. 장편소설 ‘설화’에서는 신라 시대 쪽 염색이 비중 높게 등장한다. 국제신문 DB
좀 더 단순하게 말하면, 장편소설 ‘설화’를 읽고 나면 “아하! ‘삼국사기’에 짧게 실린 ‘설씨녀와 가실’ 이야기에 이토록 깊고 아프며 아름다운 사연이 얽혀 있었구나” 하고 실감 나게 느낀다. 작가가 옛 설화를 오늘에 되살려 여기의 우리에게로 가져와 버린 것이다.

때는 7세기. 서기 600년께이다. 진평왕(재위 579~632)이 다스리던 신라의 서라벌 근처 율리 마을에 아리땁고 착한 소녀 설화가 늙고 지친 홀아버지 설 길사와 함께 가난하게 산다. 설 길사는 한때는 염관(염색을 담당한 관청)에서 일했다. 그는 지금도 옷감에 쪽물을 들이는 염색 일로 생계를 꾸린다. 설화는 삼촌 격인 원광법사가 선물해준 향비파를 잘 연주해 열두 살에 궁중 악사로 들어갔다. 그러나 설화의 엄마가 노동과 가난 속에 갑자기 죽으면서, 설 길사-설화 부녀는 힘겨워졌다.

이 소설 첫머리에는 신라 사람들이 쪽물 들이는 모습이 세밀화처럼 그려져 있다. 작가가 많은 공력을 들인 덕분인지 그 밖에도 아름다움이 느껴지는 장면이 꽤 나온다. 작가는 거기서 머물지 않는다. 신라·백제·고구려 쟁패 속에서 극심한 고통과 무한한 희생에 시달리던 신라 백성 이야기를 펼친다. 그러다 보니 그 시대 정신세계를 책임진 불교 이야기가 꽤 나온다. 화랑에게 세속오계를 전했으며 ‘백성과 함께하는 불교’를 용맹하게 지향한 원광 스님이 이 소설에 중요하게 나오는 이유다. 그런 대목은 묵직하다.

설화를 연모한 청년 가실은 축성 기술자 집안의 후손으로 나온다. 가실은 설 길사를 대신해 전쟁터로 나가 아막성 전투에 참가한 뒤 6년 동안 소식이 없고, 6년 만에 돌아온 뒤에도 너무 끔찍했던 전쟁의 상처 탓에 증후군에 시달린다. 설화는 가실이 없는 사이에 덤벼드는 남성들과 판단이 흐려진 아버지 사이에서 온 힘을 다해 버텨야 한다.

이 소설은 이렇게 신라 이야기, 불교 이야기, 삼국 시대 백성 이야기를 아름답고 묵직하게 섞고, 선남선녀의 사랑을 좌고우면하지 않고 정공법으로 배치해 울림을 키운다. 그 과정에서 신비한 꽃살문이 과거와 현재를 잇는 통로 구실을 한다. 작가는 이 소설을 쓰면서 디테일에 신경을 많이 썼다고 했는데, 때로 그 디테일이 걸림돌이 될 수도 있지 싶다. 예컨대 아막성 전투를 그릴 때 ‘화포’가 등장하는데, ‘삼국 시대에 화포? 고려 후기 최무선 장군의 화포가 처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는 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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