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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메디클럽

[시인 최원준의 음식문화 잡학사전] <2> 컬래버레이션 부산

갈삼구이·낙곱새·개나고회…다양한 조합의 ‘믹스형’ 요리 발달

  • 최원준 시인 · 음식문화칼럼니스트
  •  |   입력 : 2022-11-22 19:35:31
  •  |   본지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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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갈미조개+삼겹살=갈삼구이
- 붕장어회+개상어=개나고회
- 조방낙지에 재료 하나둘 첨가한
- 낙새·낙곱·낙곱새 등 볶음요리

- 근대도시화 과정 일찍 거친 부산
- 개방적 음식에 지역 성향 반영
- 다양한 지역서 모인 구성원 품어
- 팔도 식재료로 새 식문화 창조

갈미조개와 삼겹살을 함께 구워 먹으면 어떤 맛일까? 낙동강 망둑어와 낙동김을 무쳐 먹으면? 낙지와 소 곱창을 함께 볶아 먹거나 개상어회와 붕장어회를 섞어 먹으면? 과연 어떤 새롭고 낯선 맛을 경험할 수 있을까?

‘컬래버레이션’. 컬래버레이션(collaboration)은 협업, 공동 작업 등으로 풀이되는 외래어이다. 줄여 ‘컬래버’ ‘콜라보’로 쓰기도 한다. 다른 장르 작업자들이 함께 협업해 새로운 장르의 창조물을 창작·생산해내는 행위를 뜻한다. 이를 음식문화 부문으로 활용해 본다면 각각 음식의 주요한 두 식재료가 만나 새로운 음식을 만들어 내거나, 전혀 다른 두 음식이 합쳐져 다른 형태의 음식으로 창조되는 과정을 ‘음식 컬래버레이션’이라 할 수 있겠다.
낙지의 쫄깃함, 곱창의 기름진 풍미, 새우의 탱글함이 어우러지는 낙곱새.
■ 재료 수용에 스스럼없는 편

특히 부산은 음식 컬래버레이션이 활발한 지역이다. 이는 부산 사람들의 음식에 대한 진보적인 성향 때문이다. 부산이 여러 지역 이주민들의 다양한 음식에 쉬 노출되었던바, 새롭고 이질적인 음식에도 공감 능력이 뛰어나기에 그렇다. 전통사회에서 오래도록 굳어져 온 관습은 그 지역의 전통문화를 지켜내는 큰 특질을 가지고 있지만, 지역공동체의 보수적 색채를 공고히 하기도 한다. 그 때문에 보수성이 강한 지역일수록 음식문화에 관해서도 보수적인 편이다.

부산은 일찌감치 근대 도시화 과정을 거쳤기에 음식문화 또한 새로운 음식, 다른 지역의 음식에 대한 편견이나 식재료 활용에 대한 두려움이 없는 편이다. 이는 새로운 음식의 탄생이나 새로운 조합의 음식 개발에 바탕이 된다. 일본 어묵 ‘네리모노’가 가마보코 텐푸라 오뎅 등으로 받아들여지며 ‘베이커리 형 부산어묵’으로 재탄생하는 과정이나 전국 국밥 문화를 스스럼없이 받아들여 부산 음식문화로 수용한 ‘부산돼지국밥’ 등이 그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겠다.

한 지역 음식문화 다양성은 타지역 음식문화와 끊임없이 교류·공유하면서 시작된다. 다양한 출신의 구성원을 품은 부산은 여러 지역 음식문화를 수용해 부산화하는 데 익숙하다. 당연히 부산 음식문화에는 여타 국가와 민족, 팔도의 문화 DNA가 지문처럼 아로새겨져 있다.

■ 달큰하고 고소한 갈삼구이

바다에서 나는 조개와 국민 음식 삼겹살의 조화, 갈삼구이.
이러한 과정 속에 여러 음식을 접할 수 있었던 부산은 이질적인 음식과 음식을 편의대로 붙여서 먹는 경우도 많았다. 무엇인가 부족한 데를 채우기도 하고, 더욱더 미각의 시너지를 얻기 위해 컬래버를 하기도 했다. 그렇게 탄생한 음식 중 대표적인 것이 ‘갈삼구이’ ‘꼬시래기김무침회’ ‘낙곱새’, 일명 ‘개나고회’ 등이다.

‘갈삼구이’는 국민 음식 삼겹살과 낙동강 하구에서 채취하는 갈미조개를 한 데 섞어 구워 먹는 낙동강 하구 동네의 별식이다. 갈미조개는 낙동강 하구 다대포와 명지 앞바다, 가덕도 인근에 사는 조개로, 물이 깨끗하고 물살 좋은 모래톱 지역에서 서식한다. 살이 연하고 부드러우면서도 적당하게 씹히는 육질과 달큰한 육즙이 풍성한 조개이다.

이 갈미조개와 국민 육고기인 돼지 삼겹살을 함께 구워 먹는 음식이 ‘갈삼구이’이다. 갈삼구이는 원래 뱃사람들이 바다에서 돌아와 허기진 몸과 마음을 다스리던 음식으로, 낙동강에 지천이던 갈미조개와 두툼한 삼겹살을 함께 구워 먹은 데서 그 유래를 찾을 수 있다. 불판에 올린 갈미조개 삼겹살 콩나물을 쌈에 싸서 한입 크게 먹는데, 조개의 풍미와 개운함, 삼겹살의 고소함, 콩나물의 아삭거리는 식감을 함께 즐길 수 있다.

■‘꼬신 맛’ 꼬시래기김무침회

낙동강 기수 해역의 망둑어와 낙동강의 명물 낙동김은 꼬시래기김무침회를 낳았다.
여름철부터 늦가을에 이르기까지 낙동강 앞바다에서는 다량의 망둑어가 잡힌다. 살이 연하고 담백하면서 비리지 않거니와 그 맛 또한 고소하여 꼬시래기라 부른다. 낙동강 하구 삼각주 부근에서 생산되는 김이 있다. 낙동김이다. 바닷물과 민물이 만나는 낙동강 하구에서 생산한 낙동김은 유독 색깔이 까맣고 반질반질 윤이 흐르며 맛이 진하고 단맛이 돈다.

이 꼬시래기와 낙동김을 함께 버무려 먹는 게 ‘꼬시래기김무침회’이다. 짙고 깊은 맛을 내는 초벌의 낙동김이 출하되는 11월 즈음, 꼬시래기는 깊은 바다로 돌아갈 준비를 한다. 그 한 달 남짓 정도 먹을 수 있는 특별한 생선회가 ‘꼬시래기김무침회’이다. ‘꼬시래기김무침회’는 큰 양재기에 꼬시래기회와 초벌 물김을 넉넉하게 넣고, 무채 땡초 마늘 등과 함께 초고추장에 쓱쓱 버무리고, 그 위에 깨를 솔솔 뿌려 먹는 회이다. 물김의 진한 감칠맛이 담백한 꼬시래기회와 어우러지면서 새콤·달콤·고소함이 입안에서 오래도록 머무르는 것이 특징이다.

■ 낙지·곱창·새우, 낙곱새

일제강점기 동양 최대 규모의 ‘조선방직’이 있었던 자리, 조방앞. 1960년대 초 자그마한 식당에서 고무공장 노동자와 시장 상인을 대상으로 낙지볶음을 팔기 시작했는데, 이것이 ‘조방낙지’의 시작이다. 검은 프라이팬에 낙지 그리고 마늘, 고춧가루가 듬뿍 든 양념을 넣고 양파와 대파를 수북이 얹어 끓여 내는데, 깊고 진한 육수에 부산 특유의 화끈하게 매운 양념 맛이 입맛을 제대로 살려준다.

차림표에는 ‘낙지볶음’ ‘낙새(낙지와 새우)볶음’ ‘낙곱(낙지와 곱창)볶음’ ‘낙곱새(낙지와 새우, 곱창)볶음’ 등이 있다. 원래 있던 낙지볶음에서 하나씩 하나씩 다른 식재료가 들어가며 메뉴가 늘어났다. 그중 ‘낙곱새’는 낙지의 식감과 곱창의 고소한 맛, 새우의 감칠맛 등을 한꺼번에 경험하는 음식이다. 부산 사람의 식재료에 대한 탐구성과 실용성 등이 돋보이는 음식이기도 하다. 다양한 식재료를 컬래버하면서 새로운 영역의 낙지볶음이 탄생했다.

■ 서로 돕는 맛, 개나고회

붕장어(아나고)회와 개상어회를 만나게 하니 ‘개나고회’ 탄생.
요즘 슬슬 인기를 끄는 생선회가 있다. 일명 ‘개나고회’다. 개상어회와 흔히 부르는 아나고, 즉 붕장어회를 섞은 생선회다. 필자가 부산 동구 수정시장 언저리에서 처음 먹기 시작해 지인들과 자주 즐겼는데, 지금은 붕장어가 많이 어획되는 기장 지역을 중심으로 퍼져나간다. 붕장어는 고소한 맛이 일품이다. 그러나 몇 점 먹다 보면 그 고소한 맛에 쉬 질린다. 개상어는 연골어류라 딱딱하다 싶을 정도로 식감이 탄탄하다. 그러나 감칠맛이나 풍미가 적다는 단점이 있다. 그래서 이 두 생선회를 붙여서 먹으면 고소함, 감칠맛과 함께 탄탄한 식감까지 즐길 수 있어 합리적이고 실용적인 생선회가 된다. 일본말 ‘아나고’와 함께 붙여진 음식 이름이라 이참에 ‘개장어회’ 정도로 표기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부산은 이렇듯 음식에 관해서 늘 매력적인 곳이다. 한때 부족한 식재료와 음식을 함께 나누고 적은 음식을 조악한 식재료로 늘려 먹었던 부산은 이런 실용적이면서 입맛을 더하는 컬래버레이션 음식이 발달할 수밖에 없는 환경이었을 것이다. 그런 굴곡진 역사 속에서도 현명한 음식문화를 꽃피운 부산이기에 현재 ‘미식도시(美食都市)’의 위치를 점할 수 있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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