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동대표직은 고수 … 갈등 촉발
- 반발한 이사회 파국적 조치 의결
- 한국서총 본회 조정 절차 관심

한국서예단체총연합회(한국서총) 부산지회가 ‘업무추진비 240만 원’을 둘러싼 운영진 내홍으로 창립 1년여 만에 해산할 처지에 놓였다. 서예인의 창작활동을 지원하고 서예 대중화를 기대했던 지역 서예인은 갑작스러운 해산 소식에 허탈한 심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한국서총 부산지회는 지난 23일 열린 대의원총회에서 해산 찬반투표 결과 참석한 투표권자 가운데 찬성 19표, 반대 18표, 기권 3표로 해산을 결정했다고 31일 밝혔다. 한국서총 부산지회장 A 씨는 “최근 이 같은 사실을 한국서총 서울본회에 알렸다. 본회 조정 절차가 남아있으며, 그 결과에 따라 해산 여부가 확정된다”고 전했다. 창립 1년 2개월 만이다.

한국서총은 서예인의 숙원이던 ‘서예진흥법’이 제정되면서 한국미협 서예분과, 한국서예협회, 한국서가협회, 한국서도협회 등 4개 단체가 모여 2020년 출범했다. 부산에서는 지난해 3월 각 협회의 지회가 모여 한국서총 부산지회가 만들어지고, 초대회장에 부산미술협회 서예분과장 A 씨가 추대됐다. 각 단체 회장은 공동대표를 맡았다. 회원은 700~800명으로 추산한다.

이번 사태는 A 씨가 지난해 업무추진비 사용 내역을 공개하지 않은 게 발단이 됐다. 지난 2월 7일 결산보고 자리에서 A 씨는 현금으로 가져간 40만 원, 200만 원에 대해 아무런 증빙서류를 제출하지 않았다. 한국서총 이사진은 계속해서 A 씨에게 구체적 사용내역을 요구했고, 급기야 ‘횡령’이라며 사퇴를 촉구했다.

한국서총 부산지회 한 회원은 “창립 이후 지난 1년간 대의원 회비와 각 서예단체가 보조한 돈으로 어렵게 운영해오고 있다”며 “A 씨는 서예진흥에 관한 조례 제정을 위해 부산시, 부산시의회와 협의 과정에서 식대 등으로 사용했다면서도 누구와 어디서 먹었는지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시는 지난해 관련 조례를 제정, 올해부터 한국서총 부산지회에 연간 2000만 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이에 대해 A 씨는 “조례 제정과 관계 없이 회원을 만날 때나 두 번의 전시를 치르면서 필요한 곳에 사용했다”며 “젊은 서예인을 기르고 단체 간 화합 차원에서 시작한 연합회인데 일부가 개인적인 감정을 담아 시비를 만들고 있다. 구차해서 증빙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결국 A 씨는 회장직에서 물러나고 횡령 의혹을 산 240만 원도 채워넣었다. 그러나 부산미협 서예분과회장으로서 한국서총 부산지회 공동대표직은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또 다시 이사진과 갈등을 촉발시켰다. ‘해산’ 얘기는 이때 나왔다. 업무추진비 해명과 사퇴 과정에서 일어난 일들로 운영진 사이 감정의 골이 깊어진 상황에서 불협화음이 계속되자 조직 해산이라는 극단적 안건이 올라온 것이다.

부산지역 서예 단체 4개가 의기투합 하면서 서예 진흥을 기대했던 지역 서예인은 허탈감을 드러냈다. 지역의 한 서예 작가는 “한국서총 부산지회를 중심으로 서예 대중화 활동이 활발해지길 바랐는데, 고작 업무추진비 240만 원 때문에 조직이 와해되다니 안타까울 따름”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