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동성을 향한 제어불능 감정…지독한 성장이야기

1차원이 되고 싶어- 박상영 지음 /문학동네 /1만4800원

  • 신귀영 기자 kys@kookje.co.kr
  •  |   입력 : 2021-10-21 19:27:12
  •  |   본지 18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 박상영 작가의 첫 번째 장편소설
- 위태롭고 미숙한 10대의 첫사랑
- 사회적 이슈와 스릴러 잘 버무려

30대 심리상담사인 ‘나’는 익숙한 아이디의 누군가로부터 메시지를 받는다. 그 메시지의 마지막은 이렇다. ‘호수에서 시신이 발견됐어’.
박상영 작가는 10대의 첫사랑을 무한경쟁에 시달리는 퀴어 청소년의 시각에서 그려냈다.
이 한마디는 순식간에 나를 그 불안하고 뜨겁게 달아올랐던 소년 시절로 데려다 놓는다. 중학생인 나는 D시에서 교육열이 강남에 비견될 만큼 높은 수성구에 산다. 동네에서 가장 낡은 아파트에 살지만, 어머니는 나를 외삼촌 명의의 신축 아파트에 위장전입시켜 기어코 원하는 중학교에 밀어넣었다.

말수 적고 남 눈에 띄기 싫어했던 중학생인 나는 두루두루 친한 척은 해도 정말 특별한 친구는 없었다. 윤도를 만나기 전까지는. 둘만 남은 독서실에서 PMP로 홍콩영화 ‘중경삼림‘을 보던 윤도가 세상에서 가장 해맑은 하얀 얼굴로 ‘툭’말을 걸어온 뒤부터 나는 정신 없이 그에게 빠져 들었다. 보고 싶고 만지고 싶고 마음을 고백하고 싶어 미칠 것 같은 첫사랑 그것만으로도 감당하기 힘든데, 동성애라니. 이 감정을 감추지 못하고 내보내는 순간, 더는 사랑이 아니라 저주가 된다는 것을 나는 본능적으로 안다.

소설 속 소년들의 위태로운 첫사랑이 무사통과 하기에는 그들을 둘러싼 상식과 금기의 벽이 너무 견고하다. 그 공포에 짓눌려 사랑하는 사람을 상처입히고, 그 기억은 트라우마가 돼서 자신의 삶을 파괴한다. 보수적인 D도시의 위압감과 부모 세대의 욕망, 입시 무한경쟁에 내몰린 현실 속에서 소년들의 사랑은 더 위태롭게 느껴진다.

‘1차원이 되고 싶어’는 2016년에 데뷔해 젊은 작가상 대상, 신동엽문학상, 허균문학작가상 등을 휩쓴 박상영 작가의 첫 장편이다. 이 소설에 깊이 몰입하고 공감했다면, 이 이야기는 이미 당신의 기억 속 어딘가에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사춘기가 한창일 때 동성친구에게 느꼈던 뭔지 모를 벅찬 감정은 좀처럼 ‘사랑’이라고 표현되지 않게 마련이다. ‘첫사랑’이 언제인지를 더듬을 때 자기보호본능은 조금 더 상식적인 시절을 가리키고 싶어한다. 하지만 비밀스럽고 격렬하고 날 것이었던 그 감정들은 정말 사랑이 아니었을까. 소설은 어떤 특이한 십대들의 이야기가 아니라 아마도 우리 중 상당수가 겪어봤을 미숙한 사랑 이야기다. 로그인조차 불가능한 옛 미니홈피에 비공개로 묻어둔 것처럼, 무의식 속에 효과적으로 봉인된 기억이긴 하지만 말이다.

작가는 말한다. “사실 나는 구원의 서사를 쓰고 싶었는지도 모른다”고. “서로가 서로에게 몸을 기댄 채 그저 옆에 있어주는 것만으로 위안이 되는 관계를, 그 시절 내 삶에는 주어지지 않았던 구원의 존재를 가상의 세계 속에서나마 찾아내고 싶었다.”

호수에서 발견된 시신의 정체를 밝히는 스릴러 소설처럼 호기심을 자극하다가, 사는 아파트와 학군에 따라 차등화되고 성적의 무한경쟁에 내몰리는 십대들의 현실에 마음 아파하니 사회성 짙은 성장소설인 것도 같다. 제어할 수 없는 어린 날의 사랑에 눈물 쏟게 되는 사랑이야기이도 하고, 퀴어소설이기도 하다. 이 다양한 주제와 요소가 소년의 심리를 따라가며 자연스럽게 드러나도록 하는 작가의 솜씨가 대단하다. 첫 장편이라는 게 믿어지지 않을 정도다.

신귀영 기자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부산시민 52.8% “총선 때 尹정부에 힘 싣겠다”
  2. 2[부산시민 여론조사]한동훈 28.1%, 이재명 27.4%…차기 대권주자 선호도 박빙
  3. 3이재명 영장 기각…법원 "증거인멸 우려 없고 범죄 소명 됐다고 보기 어려워"
  4. 4오수관 아래서 작업하던 인부 2명, 가스 질식돼 숨져
  5. 5추석 코 앞인데…부산 체불임금 작년보다 110억 늘었다
  6. 6과속 잦은 내리막길 12차로 건너야 학교…보행육교 신설을
  7. 7[부산시민 여론조사]지지도 국힘 51%, 민주 28%…“엑스포, 총선과 무관” 42%
  8. 8부산시 ‘스쿨존 차량용 펜스’ 설치 지침 전국 첫 마련
  9. 9[부산시민 여론조사]윤석열 국정지지율 53.3%…박형준 시정지지율 54.8%
  10. 10코로나 新 백신 내달부터 접종
  1. 1부산시민 52.8% “총선 때 尹정부에 힘 싣겠다”
  2. 2[부산시민 여론조사]한동훈 28.1%, 이재명 27.4%…차기 대권주자 선호도 박빙
  3. 3이재명 영장 기각…법원 "증거인멸 우려 없고 범죄 소명 됐다고 보기 어려워"
  4. 4[부산시민 여론조사]지지도 국힘 51%, 민주 28%…“엑스포, 총선과 무관” 42%
  5. 5[부산시민 여론조사]윤석열 국정지지율 53.3%…박형준 시정지지율 54.8%
  6. 6사상 ‘자율형 공립고’ 장제원 노력의 산물
  7. 7尹 “北 핵사용 땐 정권 종식” 경고한 날, 고위력 무기 총출격(종합)
  8. 8부산 발전 위한 열쇠…“대기업” 22.9%, “엑스포” 20%
  9. 9일본 오염수 방류 수산물 소비 영향, 정치성향 따라 갈려
  10. 10구속이냐 아니냐…이재명-檢 치열한 법리공방
  1. 11인당 가계 빚, 소득의 3배…민간부채 역대 최고치
  2. 2국제유가 다시 90달러대로…추석 전 국내 기름값 고공행진
  3. 3“지난 5월 아시아나 ‘개문 비행’ 때 항공사 초동 대응 부실”
  4. 4수소 충전용 배관제품 강자…매출 해마다 20%대 성장
  5. 5부울경 주력산업 4분기도 암울…BSI 100 넘긴 업종 한 곳 없다
  6. 6부산 기반 신생항공사 시리우스항공, 면허 신청
  7. 7“내년 지역 스타트업 리포트 예정…독창성 알릴 것”
  8. 87월 부산 인구 1231명 자연감소…경북 등 제치고 전국 1위
  9. 9아프리카 섬나라에 '부산엑스포 유치' 사절단 30명 파견
  10. 10주가지수- 2023월 9월 26일
  1. 1오수관 아래서 작업하던 인부 2명, 가스 질식돼 숨져
  2. 2추석 코 앞인데…부산 체불임금 작년보다 110억 늘었다
  3. 3과속 잦은 내리막길 12차로 건너야 학교…보행육교 신설을
  4. 4부산시 ‘스쿨존 차량용 펜스’ 설치 지침 전국 첫 마련
  5. 5코로나 新 백신 내달부터 접종
  6. 6녹슨 배 400여 척 해안 점령…‘옛것’도 쾌적해야 자원 된다
  7. 7영도 ‘로컬큐레이터센터’ 세워 도시재생 이끈다
  8. 8극한호우 잦았던 부울경, 평년보다 500㎜ 더 퍼부었다
  9. 9오늘 어제보다 최고 6도 높아…연휴 기간 일부 쌀쌀할 수도
  10. 10사하 지식산업센터 17곳 추진…‘낙동강 테크노밸리’ 윤곽
  1. 1사격 러닝타깃 단체전 금 싹쓸이…부산시청 하광철 2관왕
  2. 2한국 수영 ‘황금세대’ 중국 대항마로 부상
  3. 3구본길 4연패 멈췄지만 도전은 계속
  4. 4김하윤 밭다리 후리기로 유도 첫 금 신고
  5. 5박혜진 태권도 겨루기 두번째 금메달
  6. 6오늘의 항저우- 2023년 9월 27일
  7. 7롯데, '투타겸업' 전미르 3억 등 신인 계약완료
  8. 8'돈을 내고 출연해도 아깝지 않다' 김문호의 최강야구 이야기[부산야구실록]
  9. 9아! 권순우 충격의 2회전 탈락
  10. 10라켓 부수고 악수 거부한 권순우, 결국 사과
우리은행
수장고에서 찾아낸 유물이야기
토기 큰 항아리
상지건축과 함께하는 오 부산-유산과 미래
구호품 90% 부산항 집결…분유부터 재봉틀까지 총망라
박현주의 신간돋보기 [전체보기]
2000년 역사 로마의 흥망성쇠 外
세상의 평화는 밥상서 시작된다 外
이 한편의 시조 [전체보기]
가을바람 /임종찬
새터민 /이영희
이원 기자의 드라마 人 a view [전체보기]
‘마스크걸’ 이한별과 고현정
이원 기자의 영화 人 a view [전체보기]
‘1947 보스톤’ 강제규 감독
‘달짝지근해: 7510’의 유해진과 김희선
이원 기자의 Ent 프리즘 [전체보기]
각기 다른 장르 韓영화 4파전…추석 누가 웃을까
OTT와 경쟁 이길 수 있나…영화티켓 인하 논의할 시점
일인칭 문화시점 [전체보기]
손민수가 2년 전 약속한 협연 무대, 관객과 로비인사 재개도 감개무량
더 순박한 인니판 ‘7번방의 선물’ 몰랐던 세계, 동남아 영화를 만나다
조재휘의 시네필 [전체보기]
‘잠’ 은밀히 감춘 문제의식…웰메이드 공포물의 표리부동 미덕
‘원자폭탄의 아버지’ 삶과 고뇌…비극적 아이러니에 관한 통찰
뭐 볼까…오늘의 TV- [전체보기]
뭐 볼까…오늘의 TV- 2023년 9월 27일
뭐 볼까…오늘의 TV- 2023년 9월 26일
방호정의 컬쳐 쇼크 & 조크 [전체보기]
그레이트풀 캠프 참관기
나는 솔로 16기-돌싱특집
오늘의 운세- [전체보기]
오늘의 운세- 2023년 9월 27일(음력 8월 13일)
오늘의 운세- 2023년 9월 26일(음력 8월 12일)
조해훈의 고전 속 이 문장 [전체보기]
휴가 받아 고향에서 추석 쇠는 즐거움을 노래한 오숙
구차하게 사는 걸 부끄러워 해야 한다고 말 한 맹자(孟子)
  • 맘 편한 부산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
스토리 박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