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아네트는 나쁜 아빠 이야기...나 역시 그런가 자문했다"

BIFF 찾은 프랑스 거장 레오스 카락스 감독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부산에 온 소감요? 음… 제가 사실 24시간 걸려서 부산에 왔는데 온 지 24시간도 안지나서요. (웃음) 그 질문 만큼은 시간을 좀 더 주셔야 답변을 할 수 있겠습니다. 분명한 건 올 수 있어서 기뻤다는 겁니다.”

지난 10일 부산국제영화제(BIFF) 기자회견에서 프랑스 거장 영화감독 레오스 카락스 감독을 실제로 만난 느낌은 신기했다. ‘나쁜 피’ ‘퐁네프의 연인들’ ‘홀리 모터스’ ‘폴라X’ ‘소년 소녀를 만나다’…. 영화팬들에게 그의 이름과 필모그래피는 마치 교과서의 내용처럼 익숙해서, 첫 단어를 말하면 뒷 단어가 자동으로 튀어나오는 그런 대상이다. 그런 만큼 그의 영화를 사랑한지 20여 년 만에 레오스 카락스를 실물로 ‘영접’한 느낌이 비현실적이지 않기는 어려웠다.

카락스 감독은 그의 말대로 무척 피곤해 보였지만(생각보다 많이 마르고 몸집이 작아서 더 그래보였는지도) 영화 ‘아네트’를 본 뒤 기자들이 쏟아내는 질문의 의미를 곱씹으며 가능한 한 세심하고 성의껏 답변하려 애썼다. 단 마지막 ‘포토타임’만큼은 고민 없이 거절했다.

올해 BIFF 갈라 프레젠테이션에 신작 ‘아네트’를 출품하며 부산을 찾은 카락스 감독과의 회견 내용을 1문1답 형식으로 정리했다. 서승희 BIFF 프로그래머가 회견을 진행했다.



-영화 ‘아네트’에서 스탠딩 코미디언 헨리(아담 드라이버)와 톱 오페라 가수 안(마리옹 꼬띠아르)의 딸인 아네트는 대부분 ‘인형’(꼭두각시)가 연기한다.

 ▶영화에서 아네트는 노래를 잘 하는 0~5세의 여자아이다. 그런 아기배우를 찾지 못했다. 모든 영화적 표현은 이런 ‘불가능’에서 시작된다고 생각하는데 이 경우도 마찬가지였다. 아네트의 부분은 다 비워놓고 후반작업에서 3D로 표현하려던 게 처음 생각이지만, 어른 배우들이 아네트와 감정적인 교류를 할 수 없다는 게 큰 문제였다. 그 걸 해결할 방법은 꼭두각시, 즉 인형 밖에 없다고 결론 내렸다.

-영화 아네트는 스팍스라는 그룹에서 영감을 받아 만들었다고 들었다.

▶이 영화 프로젝트 자체가 스팍스의 제안으로 시작됐다. 나는 어릴 때부터 음악을 많이 듣고 좋아했지만, 잘하지는 못했다. 그래서 영화를 하게 된 것인지도 모른다. 스팍스가 홀리 모터스 등 내 전작을 보고 이 뮤지컬 영화를 제안해왔다. 영화를 만들면 항상 음악이 걱정되는데(음악을 누구에게 맡길지, 어떤 음악을 쓸지, 과연 잘 만들어질지) 그런 점에서 나는 운이 좋았다. 스팍스가 만든 15곡을 아네트에서 모두 다 썼다.

-비극적인 가족의 이야기를 다룬 이 영화를 딸에게 바친다고 밝혔다.

▶최근 만든 두 작품에 딸과 함께 잠깐 출연했다. 내가 다작하는 감독이 아니라서 이것저것 많은 영화를 만들지는 못했는데, 가족영화 같은 것을 한 번 만들고 싶다고 생각했다. 영화 아네트는 ‘나쁜 아빠’에 관한 얘기라서 특이하다고 생각되지만, 그런 일들은 일어나게 마련이다. 아버지에 관한 이 영화를 만들면서 나 역시 ‘나쁜 아빠’인가를 자문하기도 했다.

-두 주연배우 아담 드라이버와 마리옹 꼬띠아르의 어떤 점이 좋았나.

▶나는 배우를 생각하며 영화를 구상한다. 이번에는 내가 아닌 스팍스의 영감이 영화의 시작아었기 때문에 배우를 나중에 떠올리는 것이 쉽지 않았다. 뮤지컬이란 점도 고려해야 했다. 노래도 해야 하니까. 아담을 8년 전에 한 시리즈물을 통해 처음 봤고 마음에 들었다. 그는 ‘흥미롭고 이상한’ 배우였다. 8년 전에는 너무 어렸지만, 지금 그의 나이는 아빠 역할을 하기에 적당해졌기에 그를 캐스팅했다. 여배우는 미국인을 찾다가 나중에 마리옹을 발견했다. 아담과 무척 잘 어울리는 아름다운 커플이었다.

-당신은 배우 드니 라방과 여러 영화를 찍었다. 아담 드라이버와 비교하면 어떤가.

▶드니는 20대에 만나 서너 편의 작품을 함께했다. 친구라고까지 말하긴 어렵지만 한동네에 살아서 길에서도 가끔 만난다. 그와의 작업은 무척 만족스러웠다. 아담도 마찬가지다. 그에게 또 다른 영화를 제안했는데 하도 다작하는 배우라 지금은 안 된다고 거절하더라.

-섹스 장면에서까지 노래를 하는 영화라서 신기했다.

▶뮤지컬 영화를 찍고 싶다는 바람은 오래 전부터 있었지만 정말 해낼 수 있을 거라고는 생각 못 했다. 스팍스의 제안은 그래서 내게 큰 행운이다. 말 대신 노래만 계속 하는 걸 보면 어떤 사람은 어색하다고 여길 수도 있겠지만, 그런 영화를 만들려고 만든 거니까. 대사를 모두 없애고 노래만으로 만들고 싶었지만 그러지는 못했다.

-스탠딩 코미디언과 오페라 가수라는 남녀 주인공의 직업은 어떤 의미가 있나.

▶직업은 스팍스와 영화를 구상할 때부터 정해져 있었다. 나는 오페라를 전혀 몰랐는데 알고보니 매우 흥미로운 장르였다. 클래식 오페라는 여주인공의 죽음으로 끝 맺는 경우가 많다. 극단 선택을 하거나 병에 걸리거나. 그들이 죽는 그 순간 오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아리아를 부른다. 그 비극적 아름다움을 영화에서 빌려오고 싶었고 그렇게 했다. 나는 훌륭한 스탠드업 코미디언을 몇몇 안다. 이들은 사람을 잘 자극하고, 죽음이라는 소재로 재미있는 소재를 만들기도 한다. (죽음이라는 공통점이 있는데) 한 직업은 사람들이 고상하다고 생각하고 하나는 저급하다고 여긴다. 그 대조가 흥미롭게 느껴졌다.

-한국영화나 한국배우에 관해 아는가.

▶젊을 때 수많은 영화를 봤다. 유럽영화, 할리우드, 발리우드, 아시아 영화까지. 그런데 지금은 영화를 거의 보지 않는다. 그래서 영화도 배우도 잘 모른다. 그런데 홍상수 영화를 꽤 많이 봤다. 그의 영화에 나오는, 이름은 모르지만 배우 가운데 대단하다고 생각한 이가 몇 있다.

-코로나19를 겪으며 개인적인 생각이나 삶에 변화가 생겼나.

▶이 영화의 촬영을 마치고 후반 작업을 할 때 프랑스에 봉쇄령이 내렸다. 물론 힘들었지만, 영화 상영을 위한 새로운 플랫폼이 등장한 것은 좋은 점도 있다고 본다. 생각의 변화? 잘 모르겠다. 사람은 집에 그렇게 오래 있으면 안 된다는 건 확실하다.(웃음) 신귀영 기자 kys@kookje.co.kr



   
10일 해운대구 KNN 시어터에서 열린 갈라 프레젠테이션 ‘아네트’ 레오스 카락스 감독이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 전민철 기자 jmc@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부산형 급행철도(BuTX), 민간투자 4조로 물꼬 튼다(종합)
  2. 2오늘 국군의날 시가행진 10년만에 부활…"北 열병식 대조"
  3. 3부산 與당직자 출신 총선 리턴매치 촉각
  4. 4남부내륙철도 적정성 재검토 '암초'… 완공 2030년으로 늦춰진다
  5. 51년간 조례 발의 ‘0’…‘밥값’ 못 한 부산 기초의원 21명
  6. 6‘자율형 공립고 2.0’ 서부산 학생 40% 선발 검토
  7. 7사업비 2조 늘었지만 ‘부전역’ 추가로 경제성 확 높아져
  8. 8거제서 4층 펜션 리모델링 중 붕괴
  9. 9기장 오시리아역~테마파크 보행육교 완공
  10. 10저리고 아픈 다리 치료효과 없다면…척추·혈액순환 복합 검사를
  1. 1오늘 국군의날 시가행진 10년만에 부활…"北 열병식 대조"
  2. 2부산 與당직자 출신 총선 리턴매치 촉각
  3. 3尹 “몸 던져 뛰면 엑스포 우리 것 될 것” 막판 분전 촉구
  4. 4李 “도주우려 없다” 檢 “증거인멸 우려” 심야까지 설전 예고
  5. 5이언주, 국힘 ‘주의 촉구’ 징계에 “대통령 불경죄냐” 반박
  6. 6[속보]이재명 서울중앙지법 도착, 이르면 오늘 밤 구속 갈림길
  7. 7민주 26일 원내대표 선거…4파전 속 막판 단일화 변수
  8. 8이재명, 헌정사상 첫 제1야당 대표 법원 영장심사 출석
  9. 9"24세 이하 청소년부모 실태조사 해야"
  10. 10영장 기각 탄원서, 민주당 161명 등 90여만 명이 제출
  1. 1기장 오시리아역~테마파크 보행육교 완공
  2. 2휘발유 가격 1790원…정부, 고유가 주유소 500곳 현장 점검
  3. 3"치킨 프랜차이즈 본사, 가맹점 1곳당 연 3110만 원 마진"
  4. 4악성 체납자 3만 명, 세금 안 내고 버티다 '명단 공개' 해제
  5. 5"아웃도어 재킷, 수십만원 고가에도 세탁 등 기능 저하"
  6. 6‘부진의 늪’에 빠진 부산지역 건축 인허가 실적
  7. 7수산물 소비급감 없었지만…추석 후 촉각
  8. 8LH ‘외벽 철근 누락’에 원희룡, “시공 중인 공공주택 일제 점검하라”
  9. 9‘상저하고’ 별나라 얘기?…갈수록 어려워지는 부울경 경제
  10. 10내달 기업 경기 전망 수치 하락폭 26개월 만에 최대…내수업 부진
  1. 1부산형 급행철도(BuTX), 민간투자 4조로 물꼬 튼다(종합)
  2. 2남부내륙철도 적정성 재검토 '암초'… 완공 2030년으로 늦춰진다
  3. 31년간 조례 발의 ‘0’…‘밥값’ 못 한 부산 기초의원 21명
  4. 4‘자율형 공립고 2.0’ 서부산 학생 40% 선발 검토
  5. 5사업비 2조 늘었지만 ‘부전역’ 추가로 경제성 확 높아져
  6. 6거제서 4층 펜션 리모델링 중 붕괴
  7. 7턱없이 적은 ‘범죄피해 구조금’…유족은 두 번 운다
  8. 8부울경 오늘 비 내리다 말다 계속…낮 최고 23~27도
  9. 9부산 학교 밖 청소년 1만 명에 검정고시 수업 지원
  10. 10부산대·국립부경대 등 8개대, 교육부 연구개발 혁신사업 예비선정
  1. 1아! 권순우 충격의 2회전 탈락
  2. 2라켓 부수고 악수 거부한 권순우, 결국 사과
  3. 3압도적 레이스로 12번 중 11번 1등…수상 종목 첫 금
  4. 4북한에 역전승 사격 러닝타깃, 사상 처음 우승
  5. 5여자 탁구 2연속 동메달
  6. 6김우민 수영 4관왕 시동…‘부산의 딸’ 윤지수 사브르 金 도전
  7. 7황선홍호 27일 16강…에이스 이강인 ‘프리롤’ 준다
  8. 8中 텃세 딛고, 亞 1위 꺾고…송세라 값진 ‘銀’
  9. 9북한 유도서 첫 메달…남녀 축구 무패행진
  10. 10'돈을 내고 출연해도 아깝지 않다' 김문호의 최강야구 이야기[부산야구실록]
우리은행
수장고에서 찾아낸 유물이야기
토기 큰 항아리
상지건축과 함께하는 오 부산-유산과 미래
구호품 90% 부산항 집결…분유부터 재봉틀까지 총망라
박현주의 신간돋보기 [전체보기]
2000년 역사 로마의 흥망성쇠 外
세상의 평화는 밥상서 시작된다 外
이 한편의 시조 [전체보기]
가을바람 /임종찬
새터민 /이영희
이원 기자의 드라마 人 a view [전체보기]
‘마스크걸’ 이한별과 고현정
이원 기자의 영화 人 a view [전체보기]
‘1947 보스톤’ 강제규 감독
‘달짝지근해: 7510’의 유해진과 김희선
이원 기자의 Ent 프리즘 [전체보기]
각기 다른 장르 韓영화 4파전…추석 누가 웃을까
OTT와 경쟁 이길 수 있나…영화티켓 인하 논의할 시점
일인칭 문화시점 [전체보기]
손민수가 2년 전 약속한 협연 무대, 관객과 로비인사 재개도 감개무량
더 순박한 인니판 ‘7번방의 선물’ 몰랐던 세계, 동남아 영화를 만나다
조재휘의 시네필 [전체보기]
‘잠’ 은밀히 감춘 문제의식…웰메이드 공포물의 표리부동 미덕
‘원자폭탄의 아버지’ 삶과 고뇌…비극적 아이러니에 관한 통찰
뭐 볼까…오늘의 TV- [전체보기]
뭐 볼까…오늘의 TV- 2023년 9월 26일
뭐 볼까…오늘의 TV- 2023년 9월 25일
방호정의 컬쳐 쇼크 & 조크 [전체보기]
그레이트풀 캠프 참관기
나는 솔로 16기-돌싱특집
오늘의 운세- [전체보기]
오늘의 운세- 2023년 9월 26일(음력 8월 12일)
오늘의 운세- 2023년 9월 25일(음력 8월 11일)
조해훈의 고전 속 이 문장 [전체보기]
구차하게 사는 걸 부끄러워 해야 한다고 말 한 맹자(孟子)
열심히 일하고도 야단만 듣는 소를 읊은 18세기 시인 강백
  • 맘 편한 부산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
스토리 박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