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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 산업혁명, 미래사회 그리고 부산 <3> 일자리, 새로운 전쟁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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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담 참석인 = 이대식 부산대 경제학부 명예교수, 류광열 부산대 교육혁신부처장·산업공학과 교수, 김석환 부산대 석좌교수(좌장)

그것은 ‘전쟁터’였다. ‘4차 산업혁명, 미래사회 그리고 부산’ 제3회 좌담 현장을 취재한 소감이다. 살짝 과장하면, ‘종군기자’가 된 기분이었다. 좌담 참석인끼리 싸웠다는 얘기가 아니다. ‘4차 산업혁명과 일자리’라는 이날 토론 주제 자체가 그만큼 뜨겁고, 날이 서 있었다는 뜻이다. 4차 산업혁명은 AI·로봇·빅데이터를 앞세워 인간(그러니까 우리의, 나와 너와 아이들의) 일자리를 몽땅 뺏을 것인가? 그런 일이 일어난다면, 그 사회에서 ‘소비’는 누가 하나? 인간은 어찌 되나? 이런 이야기였기 때문이다. 그게 먼 미래도 아니다.

이 좌담은 지난 9월 8일 부산대 중앙도서관 1층 책 스튜디오에서 열렸다. 이번 좌담에 초청한 이대식 명예교수는 기술경제학·지역경제학을 깊이 연구했고 대통령직속 4차 산업혁명위원회 1기 위원을 지냈다. 류광열 교수는 산업공학자이며 현재 부산대 교육혁신처 부처장, 교수학습지원센터장을 맡고 있다. 모두 지역에서 4차 산업혁명 최전선에 서 있다. 1시간30분에 걸친 전체 좌담 영상은 국제신문 유튜브 채널에 별도로 올렸으며, 이 기사는 불가피하게 일부 내용만 부각·요약한다.

좌담 첫머리에 김석환 이대식 류광열 세 학자는 1차와 2차 산업혁명의 역사와 경험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갔다. 이 대목이 꽤 도움이 됐다. 1차·2차 산업혁명에 관해서는 많은 사람이 ‘좀 안다’고 생각할 것이다. 18세기 증기기관 발명부터 영국 제임스 와트, 러다이트 운동, 마르크스주의 탄생까지 들어봤거나 공부한 내용이 꽤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4차 산업혁명과 일자리’라는 주제에 맞춰 1차·2차 산업혁명의 경험과 역사를 끌어오자, 새로운 맥락(context)이 생기면서 전체 흐름과 연결이 더 선명해졌다. 참고로 두산백과 설명을 인용하면, 1차 산업혁명은 ‘18세기 중엽 영국에서 시작된 기술혁신과 이에 수반하여 일어난 사회·경제 구조의 변혁’, 2차 산업혁명은 ‘19세기 말 미국과 독일을 중심으로 진행된 철강, 화학, 자동차, 전기 등의 기술혁신’이다.
   
지난 8일 부산대 중앙도서관에서 열린 ‘4차 산업혁명, 미래사회 그리고 부산’ 3회 좌담회에서 류광열 부산대 산업공학과 교수, 김석환 부산대 석좌교수, 이대식 부산대 경제학부 명예교수(왼쪽부터)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곽재훈기자 kwakjh@kookje.co.kr
▷이대식= 자본주의가 (1차)산업혁명에서 시작한다고 보면, 그 이전까지의 노동은 계급(사회적인 신분과 질서)이 바로 노동이고 일자려였습니다.

▷김석환= 산업혁명 이전의 일자리는 출생에 의해서 결정된 거죠. 로마 시대 시민은 빵을 공짜로 배급받았고 일은 노예가 합니다. 고구려에도 좌식자(坐食者·앉아서 먹는 사람)이 1만 명 있었다는 기록이 있는데 귀족 계급이고 전투집단인거죠.

▷류광열= 1차 산업혁명 땐 증기기관이 발명되면서 유통의 코스트(cost)가 굉장히 낮아지고 생산성이 굉장히 증가하면서 도시화와 생산시스템 혁신 같은 게 일어나는데, 노동도 변합니다. 사람을 기계 부품으로 여기고 노동을 낮게 평가하고 막 부리고 임금을 안 준다든지.

▷이대식=시장은 경쟁 관계로 들어가고, 단위노동당 아웃풋(output)을 더 많이 뽑는 것이 아주 중요해지면서 테일러 시스템 같은, 인간 노동을 아주 작은 단위로 쪼개 노동을 관리합니다.

▷김석환= 산업혁명 시기 이탈리아에서 동화 피노키오가 나옵니다. 거짓말하면 코가 커져요. 이 나무인형은 학교에 진학해 인간이 됩니다. 산업혁명에 필요한 노동자 상을 그려낸 겁니다. 거짓말 안 하고 순종하며 공장에서 기계를 다룰 만큼만 표준화된 인재상이죠.

▷류광열= 그리고 찰리 채플린의 영화 ‘모던 타임즈’가 있고요. 어쨌든 그와 동시에 2차 산업혁명 이후로는, 굉장히 높은 소득을 취할 수 있는 새로운 직업도 많이 생겼고, (노동의 질에서 편차는 있지만) 서비스업이 성장했어요. 금융 유통 서비스 이런 쪽.


사회를 맡은 김석환 석좌교수는 여기서 이렇게 말하며 방향을 틀었다. “결국 산업혁명은 (일자리 관점에서) 우려로 시작해 여태까지는 헤피엔딩으로 끝났다고 볼 수 있는데, 그러면 지금부터는 어떻게 될 것인가 하는 게 고민이라는 거죠.”


▷이대식= 이전엔 생산설비나 공장은 시간이 갈수록 감가상각이 됐거든요. 그래서 생산성이 떨어지죠. AI 로봇이 생산요소로 들어오면, 활동할수록 더 많은 데이터를 갖게 되고 피드백을 하니까 시간이 갈수록 효율성이 더 올라가요. 생산이 더 되겠죠(수확체증). 그런데….

▷김석환= 일자리는 어떻게 될 것인가 하는 질문은 여전히 남고요, 그 변화 속도와 영향력이 여태껏과 다르다는 게 핵심입니다. 2018년 다보스 포럼 보고서는 2022년까지 일자리 7500만 개가 없어지되, 기계·컴퓨터·인공지능 이런 분야에서 1억3000만 개가 새로 생긴다고 주장했거든요. 결국, 는다는 겁니다. 하지만 중요한 건 개수가 아니라 다른 두 가집니다. 첫째 일자리 질은 악화될 것이다. 둘째 새 일자리가 생긴들, 4차 산업혁명 격랑 속에 일자리를 잃는 사람에게 그 일자리가 가지는 않는다. 이런 문제는 특정한 나라·지역에 집중될 겁니다. 트럼프 시대 미국 러스트 벨트 사례가 있습니다. 저는 부산이 상당히 위태롭다고 봅니다. 디지털 전환이 늦거든요. 부산은 직접 타격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고 저는 걱정합니다.

▷류광열= 분류해봤습니다. 첫째, 단순 반복 직업. 자동화나 로봇 확산에 따라 없어질 거 같아요. 캐셔, 매표원, 주유소·광업·건설 부문, 검침원, 배달원 등. 두번째 매뉴얼이 있는 직업. 텔레마케팅 분야, 레시피가 있는 요리 분야, 은행 창구 같은 곳에서는 자동화가 비교적 쉽게 이뤄지지 않을까 싶습니다. 셋째, 기억에 의존해 일하는 직업. 메모리 용량이 컴퓨터와 비교할 수 없을 것입니다. 법조계나 의료계 일부, 통·번역 분야, 속기사 같은 업종은 AI가 주축이 되는 거죠.

사회자는 이 대목에서 대화 방향을 약간 바꿔보려고 시도했다.

▷김석환= 두 가지 관점이 필요할 듯해요. 첫째 가성비 높은 영역부터 ‘대체’가 일어날 것이다. 변호사·회계사·의사 이런 쪽을 AI로 대체하면 투자 대비 수익이 매우 클 것이기 때문에 단순노동 분야보다 이런 분야에서 대체가 더 적극적으로 일어날 것입니다. 둘째, 대체보다는 인간과 AI가 부분적으로 공존하면서 일의 형태가 바뀔 것으로 저는 보는데요. AI가 많은 일을 대신하면 사람만 할 수 있는 일은 뭔지 고민할 필요가 있다는 겁니다.

그러나 대화의 전환은 좀체 이뤄지지 않았다. 그렇게 좌담은 또 다른 영역을 향해 흘러갔다. 방향은 주로 이와 같았다. “힘든 싸움이 예상됩니다. 토지·노동·자본이라는 생산 3요소 가운데 플랫폼 기업 중심 구조에서는 ‘자본’만 남았단 말이죠. 노동은 다들 파편화된 긱 노동자죠. 그러면 이 문제와 관련해 (노동자는, 직장인은) 누구하고 싸우고 협의해야 합니까. 분명치 않습니다.” 아래는 각 좌담 참석인의 언급 가운데 일부를 발췌한 것이다.

▷이대식= 핵심만 아주 간단하게 말씀드리면, 전통적인 산업자본주의에서는 기술과 자본이 중간에 ‘매개’하지만 가치를 창출하는 최종 요소는 노동이었어요. 지금 디지털 자본주의에서는 데이터 그리고 그 데이터에 의해 움직이는 인공지능과 알고리즘에서 새로운 가치가 창출됩니다. 그렇게 바뀐 거죠. 그런 상태에서, 특정한 플랫폼을 이용하면서 혜택을 받고 익숙해지면 다른 플랫폼으로 옮기기 싫어지는 ‘잠김 효과(Lock-in-Effect) 그리고 특정한 스마트폰을 쓰는 사람이 많아질수록 그 스마트폰의 가치가 증가하는 등의 망외부성(Network Exterality)가 가세합니다.…이러한 시장 역시 ’규칙‘에 의해 움직이므로 그 규칙을 제정할 수 있는 어떤 정치적인 힘이 굉장히 중요해집니다.

▷김석환= 우버(Uber)는 차 있는 사람들이 택시보다 싼 요금으로 승객을 태울 수 있게 수요-공급을 연결하는 거잖아요. 근데 문제는 우버의 알고리즘이 그렇게 하는 사람보다 콜을 줬을 때 빨리빨리 뛰어나오는, 실질적으로 대기 중인 사람한테 콜이 우선 가게 돼 있죠. 이건 실질적인 고용 형태입니다. 우버는 이렇게 싸게 긱 노동자를 쓰면서 기존 택시 회사가 졌던 고용보험 등 책임을 개인이나 사회에 떠넘긴 거죠. 그래서 캘리포니아 법원이 지난해 5월 우버와 일하는 긱 노동자들의 노동자성을 인정하는 취지의 판결을 내렸어요. 그런데 지난해 미국 대선 때 캘리포니아 주민들이 이 법원 판결을 뒤집는 법을 통과시켰습니다.

▷류광열=(플랫폼 기업 등의) 알고리즘은 당연히 공정하지 않을 수 있죠. 기업에서 알고리즘을 개발·적용할 때 조금이라도 더 기업에 수익이 더 가는 쪽으로 조정했을 거고요. 알고리즘은 결국 ‘누군가’ 개발한 것이고요. 그와 관련한 부당한 상황이 생기면 노동자는 누구랑 이야해야 하나. 당연히 기업의 경영진과 이야기해야 합니다.… 계속 상황이 변하면 거기 맞춰 알고리즘을 업데이트해야 하는데 그 과정에서 노동자 목소리를 담을 수는 있겠죠.

▷이대식= ILO(국제노동기구)가 최근 플랫폼 기업 노동자들이 극단적인 인간의 상품화에 다른 최악의 노동조건 상태로 내몰리고 있다고 밝힌 보고서를 보았습니다.

▷류광열=결국 (알고리즘에) 기업의 의도가 반영된 것이죠.

▷김석환= 우리가 어떤 요구를 하고 시민사회나 국가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 것인가 하는 질문이 나올 수박에 없습니다.

그 ‘질문’에 관해서도 자못 열띤 문답이 오갔다. 이어 마지막 주제, ‘교육’으로 넘어갔다. 4차 산업혁명이 엄청난, 근원적인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되는데 어떤 교육을 통해 어떤 인재를 길러야 하느냐. 이것이 질문이었다. 부산대 교육혁신부처장이자 교수학습센터장인 류광열 교수가 가장 관심과 고민이 많을 듯했다. 그는 “이게 굉장히 어려운 질문”이라고 운을 뗐다. 류 교수의 이야기를 좀 더 들어보자.

“‘OECD 에듀케이션 2030’을 참조했습니다. 다 소개할 순 없지만, 소통력(인간-인간, 인간-AI), 협력 능력, 비판적 사고, 문제 해결 역량, 디지털 리터리시 등을 강조합니다. 세계경제포럼의 2020년 자료에서는 복합적인 문제해결능력, 비판적인 사고, 창의력, 인적자원 관리 능력, 협업 능력, 감성지능, 의사결정 능력, 서비스 지향성, 협상 능력, 인지적 유연성 같은 덕목을 제시했습니다.” 그는 “요즘은 코딩하지 않고 이미 개발된 AI 개발 툴이 많아서 그걸 갖다 쓰면 된다. 그러니 소프트웨어 도구 활용 역량도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이대식 명예교수는 “다니엘 핑크가 2006년에 낸 ‘새로운 미래가 온다(A Whole New Mind)’가 아주 참고할 만하다”고 추천했다. 그는 “그 책 속 캐치 프레이즈를 몇 개 소개하면 ▷기능은 끝났다 신비로 가자 ▷주장보다는 스토리를 얘기하라 ▷논리에서 공감으로 ▷집중도 필요하지만 조화가 더 중요하다 ▷진지보다는 재미가 등이다. 2006년 책이지만 지금도 큰 도움이 된다”고 덧붙였다.

김석환 석좌교수는 “여태껏 한국에서 능력은 ‘누가 더 많은 지식을 갖고 있는가’였다. 지금은 어떤 사람도 컴퓨터를 따라갈 수 없다. 이제 기억과 지식은 인공지능이 다 해줄 것이다. 그럼 사람이 해야 할 것은 ‘이 문제를 풀기 위해 어디에 있는 걸 갖다 쓸 것인가’가 될 것인데 그러면 제일 먼저 필요한 건 무엇이 문제인지 정의하는 능력이다”고 말했다.

▷류광열= 맞습니다. 문제의 정의. 그것을 우선 갖춰야 합니다.

▷이대식-메타 지식의 출발이죠.

이대식 명예교수의 마무리 발언도 인상 깊었다. “결국 시민이 역량을 키워야 합니다. 미래에는 기업이 혁신을 유도해간다고요? 이건 좀 (달리) 생각해봐야 해요. 이미 돈을 벌고 있는 기업, 예컨대 카카오나 아마존은 혁신을 원치 않아요. 그래서 새로운 혁신이 빛을 보게 하려면 반드시 정부가 길을 깔아줘야 하고 제도를 만들고 인프라를 깔아줘야 합니다. 그리고 (민주적 통제를 할 수 있는) 시민의 역량이 생겨야 합니다. 조봉권 선임기자 bgjoe@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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