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곡 IC
- 김 려

발가락이 셋뿐인 여자
5보다는 3을 좋아했으므로 개의치 않았다

3 같은 남자와 결혼을 하고
잘 때도 양말을 벗지 않았다

옥곡에서 순천 쪽으로 가는 8차선 도로변
가로수 같던 여자의 33번째 생일
팔뚝에 ‘착하게 살자’라고 새긴 남자에게서
발가락 양말을 선물 받았다
여자는 남은 발가락 둘을 묶어

활짝 웃으며
사탕 한 봉지와 다람쥐 먹이를 챙겨서
갈매기 식사 시간에 맞춰 집을 나섰다

다섯 시간 입 다물고 걷다가
대나무 밭에서 자라 대나무인 줄 알고 있는 동백나무를 만났다

키가 큰 동백꽃이 길게 떨어졌다
사거리에 기우뚱 서 있는 여자

어떤 것은 밑이 희고
어떤 것은 밑이 붉었다

시집 ‘어떤 것은 밑이 희고 어떤 것은 밑이 붉었다’에서

	김려 시인의 시 ‘옥곡 IC’에서는 가로수의 심상이 인상 깊다. 길에 선 가로수가 되어보면 시에 나오는, 발가락이 셋이며 생일에 발가락 양말을 선물 받고 활짝 웃은, 가로수 같던 그 여자의 마음을 비로소 만질 수 있을 것 같다. 가로수에게 묻는다. 그 위에선 뭐가 보이니? 바람은 어때?

<내 느낌으로 바라보기>

옥곡 IC는 전남 광양시 옥곡면 신금리에 있다. 김려 시인의 시가 내포하는 매력은 서사에 생동감이 공존한다는 것이다. 이 시를 처음 읽었을 때 불현듯 옥곡 IC에 가보고 싶어졌다. 옥곡 IC 어딘가에 발가락 셋뿐인 정겨운 여자가 있을 것만 같아서였다. 이 시에서 숫자 5는 완전함의 의미일 것이다. ‘3을 좋아’할 수밖에 없었으므로 결국은 ‘3 같은 남자와 결혼을’ 했을 것인데 발가락 두 개의 결핍은 그녀를 기울게 한 요인인 것일까?

‘8차선 도로변 가로수 같던 여자’의 생일에 ‘발가락 양말을 선물’ 하다니, ‘팔뚝에’ 문신을 한 남자의 선물이 황당하지만 여자에게 나쁘진 않았나 보다. 그럼에도 ‘남은 발가락 둘을 묶어’ ‘활짝 웃’는 그 여자. 현대는 ‘타투’라 하여 젊은이에게 일반화되었지만, 한 때 팔뚝에 문신을 새긴 남자를 무섭게 여겼다. ‘착하게 살자’는 강조의 의미가 역설적이지 않은가,

‘대나무 밭에서 자라 대나무인 줄 알고 있는 동백나무’처럼 사람들은 때로 내가 아는 것이 다가 아닌데도, 보이는 대로 판단하는 실수를 하기도 한다. 그래서 너와 나의 밑이 희거나 붉고, 키 큰 동백꽃이 길게 떨어지고….

사거리에서 ‘기우뚱 서 있는’ 사연을 읽게 된다. 지난 8월 24일부터 9월 5일까지 도쿄 패럴림픽(Paralympics)이 진행되고 있다. 발로 활을 쏘는 양팔이 없는 궁수, 공 안에 방울을 넣어 소리로 들으며 공을 차는 시각장애인의 골볼. 인간에게 한계란 없다는 걸 보여주는 다양한 경기를 보면서 경이로울 뿐이다. 감동 그 이상의 놀라움, 어떻게 저걸 할 수가 있지!김 곳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