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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순의 부산 가요 이야기 <30> 들을수록 정겨운 자갈치 테마 노래

사나운 현대사 파도, 억척으로 헤쳐온 ‘자갈치 아지매’

  • 이동순 시인·한국대중음악힐링센터 대표
  •  |   입력 : 2021-08-01 19:15:06
  •  |   본지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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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포 매축해 조성된 자갈치시장
- 6·25전쟁 피란민 몰려 크게 번성
- 김상국 ‘자갈치 찬가’ 시작으로
- 오늘날까지 테마곡 발표 이어져

- 식민·전쟁부터 경제난까지 버틴
- 노점상 여인들의 삶 다룬 곡 많아
- 시장 흥정 목소리 담은 노래부터
- 국악가요 형식의 작품까지 다양

부산이 그립고 자갈치가 그리운 계절이다. 정다운 벗들과 어울려 부산의 이곳저곳 투어를 다니다가 날 저물어 발길이 당도하는 곳. 생존의 싱싱하고도 왁자지껄한 소리가 들리는 곳. 거기가 바로 자갈치시장이다. 이곳은 옛 부산의 남포(南浦) 지역으로 보수천 하구 일대와 바닷가에는 어른주먹크기 만한 옥돌자갈이 거제의 몽돌해변처럼 널려 있었다고 한다. 그 아름답고 수려하던 곳이 20세기 초반, 해안개발이란 명분으로 모두 매립이 되어버린 것이다. 이러한 사연이 있어서 남포 일대를 자갈치라 불렀다. 남포란 이름은 사실 일제 때의 지명인 남빈(南濱)에서 유래돼 바뀐 것이지만 우리에겐 자갈치란 지명이 더 정겹고 친숙하다.

부산 중구의 북쪽에는 복병산 용두산을 중심으로 좌우로는 보수천 영주천이 실실이 흘러 부산항으로 들어간다. 이 두 산은 엄광산 구봉산의 줄기와 이어져 그 주변 낮은 곳에 사람의 마을이 조성되었다. 일찍이 부산항 개항 이후론 이곳 부근을 터전으로 일본인의 집단거주지인 초량왜관이 설치되어 날마다 일본말만 들리던 부산의 일본거리가 되었다. 한편 영주동 바닷가 쪽에는 제법 높은 두 개의 구릉이 있어서 다니기에 불편했는데 일제는 그 언덕을 깎아서 부산포 매립의 토사로 썼다. 그 언덕 깎는 공사를 착평(着平) 공사라 했다.
1990년대 추석대목 북적이던 자갈치시장. 오른쪽 사진은 1910년대 자갈치 모습. 국제신문 DB·이동순 제공
■일제때 매축으로 탄생한 대형 어항

일제는 20세기 초반, 부산항의 북빈과 남빈에 눈독을 들이고 그곳을 매축해서 항구로 조성하려는 계획을 품었다. 이에 필요한 엄청난 분량의 흙과 자갈은 영도와 복병산 영선산에서 퍼 옮겨 왔다. 대규모의 매축공사가 끝난 뒤 근대적 항만시설이 갖춰지고 그로부터 오늘까지 어업전진기지, 연안무역을 담당하는 국제적 항구로서의 설비와 외형을 두루 갖추게 되었다. 원래 남포항 일대는 매축되기 전만 해도 소박한 자갈해안으로 작은 고깃배들이 머물던 포구에 불과했다. 그러나 매축 이후 남포항은 근대적 발전과 도약의 과정을 거쳐 현재는 한국의 수산업을 주도하는 최고의 현대적인 어항으로 완전히 자리를 잡았다.

남포동 자갈치시장은 부산의 상징으로 전국 최고의 어패류 전문시장이다. 옛 자갈밭은 모두 사라지고 지명 속에만 그 흔적이 어렴풋이 남아있는 자갈치시장은 1946년부터 조성되기 시작했다. 주로 충무동 해안통과 그 주변에 생어상조합이 결성되며 비롯되었는데 1950년 6·25전쟁으로 임시수도가 된 부산에 피란민들이 대거 모여 들면서 노점상은 갑자기 번창하게 되었다. 1986년 자갈치시장은 현대식 건물로 바뀌면서 말 그대로 수산물 종합백화점으로서의 면모를 제대로 갖추었다. 하지만 예전 서민적 정취가 물씬 느껴지는 자갈치시장 고유의 분위기는 아쉽게도 사라졌다. 1992년부터 해마다 10월이면 ‘자갈치수산물축제’도 열고 있는데 많은 인파가 이곳으로 몰린다. 하지만 가까이에 지하철 남포역과 자갈치역이 있어서 접근성은 매우 좋은 편이다. 자갈치시장에는 대개 주종을 이루는 것이 어패류인데 동쪽 끝으로는 건어물도매시장도 이어져 있다. 이곳은 종일 관광객들로 와글와글 붐빈다.

그러한 자갈치 고유의 분위기와 정서를 바탕으로 자갈치 테마 대중가요도 적지 않게 산출되었다. 자갈치 테마 노래가 처음으로 등장하게 된 시기는 1980년대 초반이다. 부산출신 가수 김상국이 ‘자갈치 찬가’와 ‘자갈치 아지매’를 발표한 이후로 유사한 계열의 시리즈가 속속 등장했다. 다음 곡목들에서 그 역사성을 짐작해볼 수 있다. 노래가사에 자갈치란 단어가 삽입되는 작품들까지 보탠다면 훨씬 많은 분량으로 아카이브가 수집될 것이다.

■자갈치 테마로 탄생한 수많은 가요

‘자갈치 찬가’(김상국, 1983), ‘자갈치 아지매’(김상국, 1983), ‘자갈치 룸바’(은방울자매, 1986), ‘자갈치 또순이’(문희옥, 1998), ‘자갈치 아지매’(정희라, 2007), ‘자갈치 아지매’(민승아, 2010), ‘자갈치’(이현주, 2011), ‘자갈치 아지매’(김씨아이씨, 2015), ‘자갈치 아지매’(나훈아, 2018), ‘자갈치’(이동영, 국악가요, 2018), ‘자갈치 아지매’(이혜리, 2018), ‘부산아 자갈치야’(고은아, 2018), ‘오이소 보이소 사이소’(은아, 2019), ‘오이소 보이소 사이소’(신승태 오유진, 2021),

이 자갈치 테마 노래의 가사가 지니는 문학성 예술성과 곡조의 대중성을 음미해보노라면 양질의 작품들을 더러 만날 수 있다. 김상국의 ‘자갈치 찬가’는 영호남 화합의 뜻을 담아낸다. 은방울자매의 노래 ‘자갈치 룸바’는 작사가 야인초의 표현과 작곡가 송운선의 솜씨가 돋보인다. 통통배 생선상자 경매소리 선술집풍경이 생생한 실감으로 재생이 된다. 이 자갈치 시리즈에서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자갈치 아지매’, 즉 자갈치시장에서 어패류 판매에 종사하는 여성들을 다룬 노래가 많다는 점이다. 그들은 식민지와 전쟁, 고달픈 경제난시대를 파도처럼 헤치며 억척으로 살아온 생존의 증인이다. 그런 점에서 ‘자갈치 아지매’ 시리즈의 원조라 할 수 있는 김상국 노래의 가사는 감동적이다.



자갈길을 밟으며 어찌 살까/ 하루를 울면서 헤매이던 지난날/ 입술을 깨물면서 뱃고동에 반평생/ 부산의 자갈치 아지매// 해와 달이 바뀌어 희망에 주름살이/ 쳐다보며 쏟아지던 눈물도/ 저 푸른 파도 타며 흘러간 반평생/ 부산의 자갈치 아지매



‘자갈치 또순이’(문희옥), ‘자갈치 아지매’(정희라), ‘자갈치 아지매’(민승아), ‘자갈치 아지매’(이혜리), ‘자갈치 아지매’(나훈아), ‘자갈치 아지매’(김씨아이씨) 등도 위의 김상국 계열과 상응하지만 그것을 크게 뛰어넘지는 못한다. 국악가요 형식과 분위기로 만든 ‘자갈치’(이동영)의 작품도 주목할 만하다. 민승아 정희라의 ‘자갈치 아지매’와 ‘오이소 보이소 사이소’(은아)에서는 자갈치시장에서 흔히 들을 수 있는 어패류 판매여성들의 직접적인 목소리를 실감나게 담아내고 있다. 김씨아이씨의 ‘자갈치 아줌마’는 자갈치시장에서 평생을 살아와 이제는 할머니가 된 여성의 장엄한 생애를 눈물겹게 그려내고 있다. 이처럼 부산의 지역성을 담보한 따뜻한 가요작품들이 줄기차게 그 전통의 맥을 이어간다면 부산 노래의 터전은 더욱 싱싱한 생명력을 꽃피우고 다음 단계로 도약해가게 되리라.

시인·한국대중음악힐링센터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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