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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주의 그곳에서 만난 책 <111> 박희자 시인 첫 시집 ‘부산공동어시장’

활기로 새벽을 여는 공동어시장…여기가 내게 詩 가르쳐준 교실

  • 박현주 책 칼럼니스트
  •  |   입력 : 2021-07-25 19:47:50
  •  |   본지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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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곱남매 넷째 딸로 태어난 작가
- 살림 어려워 학업도 그만뒀지만
- 통신대 문학상 받으며 詩의 길로

- 새벽을 사는 공동어시장 사람들
- 고단한 삶 마음에 남아 글로 녹여
- 고깃배 불빛·경매장 모습 등 생생

부산공동어시장에 가 본 적이 있다. 새벽 5시부터 사람들이 모여들여 6시부터 경매가 시작되는 장면을 보려면 몇 시에 일어나 출발해야 할지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피곤했다. 어두운 도로를 달려 도착한 어시장에는 벌써 하루가 시작되고 있었다. 생선상자들이 쌓이고, 중매인과 상인들이 모여들었다. 경매사의 입에서 나오는 말은 무슨 단어인지 쉽게 알아들기 힘든 비밀스런 주문처럼 들렸다. 경매사와 중매인들의 손놀림은 빨랐고, 눈빛에는 팽팽한 긴장이 감돌았다.
   
펄떡펄떡 살아서 뛰는 어시장의 새벽. 그 생생함을 시로 써낸 박희자 시인을 부산공동어시장에서 만났다.
경매가 끝나면 사람들은 곧바로 다음 경매가 열리는 곳으로 이동했다. 경매장 한쪽 끝에서 다른 끝으로 이동하는 경매는 8시경까지 이어졌다. 주인이 정해진 생선상자 더미에는 신속한 이동을 준비하는 사람들이 다시 달려든다. 허리 한번 펴지 않고 생선을 다른 상자에 옮겨 담고 얼음을 채우는 손길, 냉동트럭에 옮기는 분주한 몸놀림의 합이 시선을 떼지 못하게 했다. 경매장 곳곳에서 볼 수 있는 장면이다. 생선상자 중에는 경매장 옆 판매장으로 바로 옮겨지는 물건도 있었다. 판매장에는 중매인을 통해 경매 받은 생선을 파는 상인들과, 새벽 일찍 물 좋은 생선을 사러 온 상인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바다 밑 물고기에서, 밥상에 오르는 반찬이 되기까지에는 이런 새벽의 노동이 있었다. 그 활기차고 생생한 삶이 부산의 새벽을 열고 있었다.

그런 시간이 있는 줄도 모르고 잠들어 있었던 나태한 일상들이 조금 부끄러웠다. 어시장에서 묵직한 삶의 감동을 받기는 했지만, 그래도 박희자 시인의 시집 ‘부산공동어시장’을 보았을 때 신선한 충격을 느꼈다. 직설적인 제목이라 더 강하게 와 닿았다. 하긴 그 새벽의 삶을 달리 뭐라고 하겠는가. 이 시집은 절대 놓칠 수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박희자 시인을 부산공동어시장에서 만났다.

■詩의 교실, 부산공동어시장

   
부산공동어시장- 박희자 / 책펴냄열린시
한때는 정오가 가까울 무렵까지 상인들의 발길이 이어졌다는 어시장 판매장의 파장은 요즘 10시 즈음에 끝난다. 바다 생태의 변화가 어시장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일하는데 방해가 되지는 않을까 싶어 10시가 좀 지나 판매장에 도착했다. 박희자 시인이 반갑게 손을 흔들었다. 사진 촬영 때문에 좀 전에 언니가 만들어준 옷으로 갈아입고 기다리고 있었단다. 시집에서 어시장 다음으로 인상적이었던 가족과 고향에 대한 사랑이 박 시인이 입고 있는 옷에서도 느껴졌다.

박희자 시인은 1959년 경남 거창에서 태어났다. “거창은 경남지역에서는 바다와 가장 먼 땅이에요. 지금은 부산의 바다를 보면서 일하고 있죠. 딸 여섯에 아들 하나인 일곱남매 중 넷째 딸로 태어났어요. 저, 공부도 잘했고 책읽기도 좋아했어요! 하지만 아홉 식구 살림이 어려워 중간에 학업을 그만두고 일도 하고, 살림도 하고 그랬죠. 공부가 하고 싶어서 2013년에 방송통신대 국문과에 입학해서 2018년에 졸업했어요. 좋아하던 책을 다시 보고 시도 썼습니다.” 그는 2014년 방송통신대 국문과의 연간지 ‘낟가리’에서 시부문 문학상을 받으면서 본격적으로 시를 쓰기 시작했다. 2015년에 ‘대한문학세계’ 봄호로 등단하고, 한국문학 올해의 시인상 등을 수상하면서 차곡차곡 시를 쌓아왔다. ‘부산공동어시장’은 그의 첫 시집이다.

“1998년부터 공동어시장에서 장사를 했습니다. 남들이 자는 시간에 집을 나서고, 어시장에서 열심히 일하는 사람을 만나다 보면, 새벽이 밝아 와요. 그 시간들을 겪으면서 많은 것을 보고 느꼈습니다. 이곳은 몸으로 일하는 곳입니다. 시장 사람들과 이야기하다가 자식들 중에 생선비린내 나는 부모가 부끄러워서, 어시장에 한 번도 안 와보는 자식도 있다는 걸 알았어요. 그 분들의 서러움에 공부를 그만두어야 했던 저의 지난 일, 어시장의 이야기들이 마음속에서 하나의 덩어리가 되었죠. 시를 쓰기 시작하면서 어시장을 저의 시에 녹여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실제로 이 곳은 저에게 시를 가르쳐주는 훌륭한 교실이에요. 그런데 부산시민 중에도 공동어시장을 모르는 분들이 있더라고요. 자갈치에 있다고 아는 분들도 있고요. 이번 기회에 공동어시장을 좀 더 널리 알리고 싶은 생각도 있어서 시집 제목을 정했어요. 제목 괜찮아요?” 시집 제목에 끌려서 시인이 만나고 싶었다고 답해주었다. 시인이 환하게 웃었다. 어시장도 환하게 밝았다. 어느새 대낮이다.

■삶의 현장을 담은 시집

시 ‘경매 한마당’을 읽어보자, “수평선 넘어온 고깃배 불빛/ 경매장 전등불 깨우는 시간/ 경매장에서 한마당 무대가 열린다/ 앞서리 고수가 상자를 툭툭 치며/ ‘갈치 백 개 ~잇~’/ 큰 소리로 길게 선창을 울리면/ 경매사는 긴박한 휘모리장단으로 값을 높여 간다/ ‘일 십 백 천 만’ 소리의 절정에서/ 경매사와 중매인의/ 열 손가락이 번개같이 부딪치며/ 공중 날던 모든 손가락 내려오고/ 한마당 장막이 넘어 간다// 격동 시간 속 달리는 뜨거운 경매장/ 흥겨운 땀의 노래와/ 굵은 소리 섞여 춤추는 한마당/ 생선비늘 빛 새벽이 온다” 경매장의 모습, 공중을 날던 손가락들의 빠른 움직임이 눈에 선하다. 어시장의 하루와 그곳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을 지켜보며 함께 하는 박희자 시인의 마음도 느껴진다. 삶의 현장이기에, 그의 시집 ‘부산공동어시장’은 풍경이 아니다. 그래서 더 재미있고 흥미진진하다.

   
공동어시장을 담은 시집이 나왔을 때 어시장 사람들의 반응이 궁금했다. 그 질문에 시인이 달고 시원한 식혜 한 잔을 따라 주며 말했다. “오늘 아침에 덕수가 밥을 배달해오면서 준거 에요.” 덕수라니! 시집 제목으로 먼저 만난 이름이다. 판매장의 자리를 비울 수 없는 상인들은 밥을 시켜먹을 때가 있는데, 덕수는 낡은 오토바이를 타고 아침 밥상을 배달하는 사람이다. “시집을 본 어시장 사람들이 ‘우리 이야기를 시로 써주어서, 처음으로 시라는 걸 재미있게 읽었다’고 하면서 ‘덕수가 스타됐네’라고 하던데요. 어떤 분은 ‘왜 덕수만 써주고 나는 안 써주는 거야?’라고 하고요.” 이 신문 지면을 보면 어시장 사람들이 또 말하겠다. “덕수가 신문에도 난거야?”

박현주 책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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