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틀려도 괜찮아. 그냥 해보는 거지 뭐.” 어린 자녀가 무언가를 시작하거나 처음 배울 때 부모들은 이런 말을 종종 한다. 부모의 든든한 지지를 받고 무작정 시도하는 아이들도 있지만, 그렇지 못한 아이들도 있다. 전문가들은 그럴 때 아이들의 마음 속에 크게 자리하고 있는 게 ‘겁’이라고 한다.
겁이란 사전적으로 무서워하는 마음, 또는 그런 심리적 경향을 의미한다. 마음 한구석에 겁을 갖고 있는 건 아이 뿐만이 아니다. 어른들도 겁은 난다. 다만, 경험으로 겁 내던 일이 별 게 아니라는 것을 점차 깨닫고 감당하는 경우를 늘려가는 것일 뿐이다. 그래도 모든 겁을 다 극복할 수는 없다. 더러는 겁이 커져서 ‘트라우마’가 되는 경우도 있다. 겁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두려워하는 것의 실체를 마주 볼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한데, 그게 쉽게 얻어지는 게 아니다.

소설 ‘용기충전소’는 초등학교 저학년이 겪어봤을 듯한 이야기를, 옆 반 친구의 경험담 들려주듯 차분하게 소개한다. 학내 환경보호 관련 발표 대회를 앞두고 친구들 앞에 설 용기가 없어서 초조하고, 좋아하는 이성 친구에게 고백하지 못해 우물쭈물하는 주인공 김윤재. 등교 길에 우연히 발견한 용기충전소에서 용기를 얻으면서, 무슨 일이든 겁내지 않고 척척 해내는 자신감이 생긴다. 발표를 성공적으로 마치고 친구들 앞에서 운동도 자신 있게 해냈지만, 과도하게 용기를 충전하는 바람에 부작용이 났다. 좌충우돌 끝에 윤재는 하기 두려운 일을 정면으로 응시하고 맞닥뜨리는 게 진정한 용기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어린이 소설의 묘미는 아이들이 주인공의 입장이 돼서 울고 웃으며 생각의 방식을 자연스럽게 바꾸는 데 있는데, 용기충전소는 요즘 아이들이 공감할 만한 에피소드들이 가득하다. 소설 속 등장 인물의 심리가 얼굴 가득 드러나는 삽화는 마치 만화를 보는 것처럼 흥미진진하고, 80여 쪽 분량도 초등학교 저학년 아이들이 몰입해 읽기에 충분하다.

선시야 작가는 “나도 한때는 사람들 앞에 나설 때 소설 속 윤재처럼 걱정이 앞섰다. 이런저런 시도 끝에 꼭 잘해야 한다는 생각을 버리기로 했다”며 “독자 어린이들이 조금씩 나아지고 있는 스스로를 칭찬할 수 있는 마음의 여유를 갖길 바라는 마음으로 썼다”고 말했다.

이승륜 기자 thinkboy7@kookje.co.kr